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어떤 애국심?

이슈 페이퍼

by 좋은교사 2024. 7. 15. 12:46

본문

민주시민교육 – 어떤 애국심?

 

좋은교사운동 이봉수

 

▶ 민주시민사회에도 애국심 필요

▶ 어떤 애국심을 불러 일으키는 상징인가?

▶ 민주사회에 대한 사랑, 비판적 의식의 고양, 다름을 인정하는 상상력 고양할 상징물 필요

 

마사 누스바움은 '정치적 감정'에서 애국심의 필요성을 역설한다. 물론 애국심의 나쁜 예들이 있다. 멀리 가면 국가주의 아래의 종교적 박해가 있고 가까이에는 독일 나치의 애국심이 있다. 특별히 우리나라의 경우 권위주의 정부가 강조했던 애국심은 애국심의 나쁜 예로 아직도 많은 사람들 안에 각인되어 있는 듯 하다.

하지만 마사 누스바움은 애국심을 강조하지 않는다고 형편이 나아지지 않는다 말한다. 나쁜 애국심은 애국심을 강조하지 않는 공백과 진공을 파고들어 한 자리를 차지하고 민주사회를 위협할 수 있는 것이다. 누스바움은 민주사회에 필요한 애국심의 예를 들며 민주사회에도 애국심이 필요하다는 점을 이야기한다.

몇가지 예를 들면 다음과 같다. 워싱턴 기념탑은 워싱턴을 기념한 탑이지만 워싱턴이라는 인물을 형상화하지 않는다. 탑을 통해 생기는 감정은 워싱턴에 대한 숭배의 감정이 아니다. 힌두교 국가인 인도 국기의 한가운데는 불교의 상징인 법의 수레가 있다. 이것은 종교적 관용과 형제애의 정신을 표방하며 종파를 넘어서는 법의 우위를 상징한다. 베트남 전쟁은 미국의 패배로 끝난 전쟁이었다. 미국은 베트남전 참전용사 기념탑을 만들면서 억지스런 애국심을 만들어내지 않았다. 패배와 아픔을 인정하면서 그것이 민주사회에서 어떻게 다시 회복할 것인지가 기념탑의 주제였다.

중요한 것은 '애국심의 상징' 자체가 아니고 '어떤 애국심을 불러일으키는 상징인가?'이다. 이것은 '우리가 어떤 사회에 살고 있는가 혹은 살아야 하는가?'와 깊은 관련이 있다. 우리가 자유롭고 평등한 민주사회에 살고 있다면 국가 상징을 통한 애국심의 감정은 자유롭고 평등한 민주사회에 대한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것들이어야 할 것이다. 누스바움에 의하면 그 감정은 민주사회에 대한 사랑, 비판적 의식의 고양, 다름을 인정하는 상상력 등이다.

이 관점에서 우리 사회의 공적 상징물들은 민주사회의 애국심을 불러일으키는 적합한 것들인지 의문을 품지 않을 수 없다. 광화문의 세종대왕상과 이순신장군상을 통해 우리는 민주주의의 어떤 감정이 함양되는가? 화폐의 인물들을 통해서는? 태극기를 통해서는? 우리가 막연한 애국심을, 그리고 우리를 초월하는 국가에 대한 충성을 불러일으키는 감정을 상징을 통해 충만하게 하고자 한다면 그것은 민주주의가 아닌 어떤 것들에 대한 감정일 것이다.

오세훈 시장이 광화문 광장에 대형 태극기를 설치하려다 유보했다. 많은 비판에도 불구하고 여론을 수렴해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고 공언했다. 태극기 말고 무궁화도 괜찮을 것 같다고 말한다. 그의 애국에 대한 기획에는 민주주의에 관한 것이 없다.

나는 오히려 이런 상상을 해본다. 유관순, 김주열 등이 등장하는 지페, 419, 518, 6월 항쟁을 상징하는 광화문 동상이다. 이런 상징물들을 보며 우리는 우리가 만들었고 만들고 있는 자유롭고 평등한 민주국가에 대한 강한 감정이 싹틀 수 있을 것이다. 우리의 자녀와 학생들에게 우리가 어떤 사회에 살고 있고 어떤 시민으로 살아야 하는지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관련글 더보기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