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공지능 디지털 교과서 학습플랫폼 사업의 정확한 정책 목적과 방향 제시 없이는 기존 사업과 정책 혼선만 빚을 것임. ▶ 질문과 토론, 사회적 합의 없이 만드는 법, 그에 기초한 에듀테크 기술이 세계 표준 기술이 될 수는 없음. ▶ 예산 계획 없이는 디지털 교육 혁신도 있을 수 없음.
교육부는 9월 18일(월), 서울청사에서 열리는 비상경제장관회의 겸 수출투자대책회의에서 「에듀테크 진흥방안」을 발표했습니다. 교육부는 “에듀테크가 우리나라 공교육의 혁신을 이끌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 밝히며, 에듀테크 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여러 방안들을 발표하였습니다.
좋은교사운동은 교육부의 에듀테크 진흥방안에 대하여 몇 가지 우려 사항과 함께 다음과 같이 보완을 요구합니다.
첫째, 인공지능 디지털 교과서 학습플랫폼 구축 정책의 목적과 방향을 보다 분명하게 밝히십시오. 인공지능 디지털 교과서 학습플랫폼 구축은 기존의 에듀테크 플랫폼 사업들과 어떤 정책적 연관성이 있는 것입니까? 어느 정부든 발전하는 과학기술을 교육 영역에 접목하려는 노력은 늘 있어 왔습니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코로나 팬데믹 시기를 지나며 원격교육의 중요성이 급격히 부각될 때에 ‘K-에듀통합플랫폼’을 개발하겠다 밝힌 바 있습니다. 그리고 정권이 바뀐 후에 윤석열 정부는 ‘디지털 교수·학습통합 플랫폼’ 사업을 추진하여 왔습니다. 하지만 2022년 12월 교육부는 총 사업비 6000억 원의 ‘디지털 교수·학습통합 플랫폼’ 사업을 돌연 중단했습니다. 교육부가 디지털 교수·학습통합 플랫폼 사업을 중단하자, 시도교육청은 독자적으로 AI 디지털교과서 플랫폼을 개발해야 할 상황이 되었습니다. 서울시교육청은 ‘뉴샘’, 경남교육청은 ‘아이톡톡’이라는 플랫폼을 개발해서 운영하고 있지만, 다른 시도교육청은 자체적으로 새로운 AI 디지털교과서 플랫폼을 개발해야 하는 어려운 상황을 겪고 있습니다. 이번 에듀테크 진흥방안에는 국가 차원의 에듀테크 지원 체계 구축의 일환으로 ‘인공지능 디지털교과서 학습플랫폼’ 사업이 들어가 있습니다. 이 사업은 문재인 정부에서 추진했던 ‘K-에듀통합플랫폼’ 사업,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다 중지한 ‘디지털 교수·학습통합 플랫폼’ 사업과 정책 목적과 방향에서 무엇이 다른지 해명이 필요합니다.
둘째, 케이(K)-에듀테크가 국제 사회의 새로운 기술 표준이 되고 싶다면 「에듀테크진흥법」은 천천히 만들어야 합니다. 선진국이 새로운 기술 영역에서 기술 표준을 만들면 이후 그 산업은 기술 표준을 만든 국가가 주도하게 됩니다. 하지만 기술 표준은 먼저 만드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제대로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래야 세계적인 기술 표준이 됩니다. 박태웅(한빛미디어 이사회 이장)의 책 <박태웅의 AI강의>에 의하면, 유럽연합 의회는 2023년 3월부터 인공지능법 연말 채택을 목표로 다루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법을 만들기 위해 유럽연합은 2018년 12월 인간중심의 신뢰할 수 있는 ‘인공진능 가이드라인’ 초안을 발표했고, 2019년 4월에 최종안을 발표했습니다. 2020년에는 인공지능 백서를 발표하고, 2021년에는 부속서를 포함해 120쪽 분량의 인공지능 법안의 초안을 발표했습니다. 우리는 아직 에듀테크와 AI 디지털 교과서가 우리 교육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질문도 시작하지 않은 상황입니다. 지금은 법을 만들 때가 아니라 제대로 된 질문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질문과 토론, 사회적 숙의 없이 법부터 만들 수는 없으며 그렇게 만든 법이 세계적 표준이 될 리도 만무합니다.
셋째, 디지털 기반 교육혁신이 현장에 제대로 안착되려면 구체적인 예산 계획이 필요합니다. 교육부는 2024년 교육예산을 95조 6254억 원으로 편성했다고 8월에 밝혔습니다. 2023년에 비해 6조 3000억 원 줄어든 예산입니다. 유아 및 초·중등 교육 예산은 2023년에 비해 약 7조 1천억 원가량 감액해 편성했습니다. 이번에 발표한 에듀테크 진흥방안에는 관련 예산이 전혀 나와 있지 않습니다. 지난 8월에 발표한 교육부 예산안에 2023년 에듀테크 소프트랩 구축 및 운영 예산 18억 원이 2024년 103억 원으로 늘어난다는 것이 전부입니다. 구체적인 예산안이 발표되어야 합니다. 교육부의 ‘교권 회복 및 보고 강화 종합방안’이나 ‘학생생활지도 고시’가 인력과 예산의 뒷받침 없이 발표되어 현장에 더 많은 어려움과 혼란을 야기하고 있는 것처럼, 에듀테크 진흥방안도 예산 뒷받침이 없다면 그저 이름뿐인 정책이 될 것입니다.
이에 좋은교사운동은 에듀테크 진흥방안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보완을 요구합니다.
첫째, 혼선을 만들고 있는 디지털 교수·학습통합 플랫폼 사업에 대한 구체적인 정책 실현 방안과 기존 사업과의 차이점에 대하여 명확하게 발표해 주십시오.
둘째, 에듀테크진흥법 제정을 위한 다양한 논의와 질문이 담긴 녹서(Green paper) 제작을 통해 백서를 제작해 주십시오. 법률 제정은 그다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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