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사고의 집단적 반발에 밀려 개혁을 포기한 것
▲ 교사들 대다수는 성적 제한 없는 선지원 후추첨제 지지
▲ 창의인성면접 선발권은 자사고의 기득권을 더욱 강화할 수 있음
▲ 국민적 여론조사 없이 의견 수렴 절차 납득하기 어려워
▲ 면접 선발권을 비롯하여 선지원 후추첨제에 대한 국민적 여론 수렴을 거쳐 새롭게 논의해야 할 것
교육부는 ‘일반고 교육역량 강화 방안’을 발표하면서 (서울지역) 자사고에 대해 1.5배 추첨과 면접 선발권을 부여하는 방안을 발표하였다. 그리고 비평준화 지역의 자사고에 대해서는 현행과 같이 성적에 의한 추첨 선발을 그대로 유지하는 방안을 발표하였다.
이와 같은 방안은 결국 기존의 자사고의 기득권을 그대로 유지함으로써 일반고 육성의 취지와는 거리가 먼 것이다. 이는 자사고의 집단적 반발에 밀려 개혁을 포기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애초에 교육부가 자사고 선발방식을 성적 제한 없는 선지원 후추첨으로 한다고 했을 때 이에 대한 교사들의 여론은 매우 우호적이었다. 교사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에서 64%가 지지하였다. 이는 대다수가(85%) 고등학교 단계의 특목고와 자사고가 초중학교 교육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대다수(86%)는 자사고가 우수학생을 확보함으로 인해 일반고의 교육 여건이 악화되는 요인이 되었다고 생각하고 있다.
이와 같은 응답은 교총의 설문조사(2011.5.30.)에서도 나타났다. 교사의 81.8%가 ‘자사고, 특목고 등으로 인해 일반고계 신입생 성적이 떨어졌다’고 인식하고, 일반계고 위기의 가장 큰 원인(40.4%)으로 ‘학생 선발권을 가진 학교의 증가로 인한 우수 학생 입학 감소’를 지목하고 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교육부의 자사고 선지원 후추첨제 추진 방안은 모처럼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하고 문제의 핵심을 제대로 짚은 정책으로 평가될 수 있었다. 그러나 결론은 안타깝게도 국민적 여론과 달리 왜곡되었다.
자사고에 부여하기로 하는 면접 선발권은 우수 학생 선발의 통로를 그대로 유지하는 것과 같다. 그렇게 될 경우 기존의 성적 50%내 추첨에 비해 면접을 통해 학생의 성적이나 가정 배경 등에 대해서 더 촘촘하고 까다로운 선발권을 행사할 수 있다. 면접 과정에서 중학교 때의 성적을 알아내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진로 계획에 대해서 묻는다고 하지만 고입 단계에서 확인할 수 있는 진로 계획이라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알기 어렵다.
그리고 창의 인성 면접에 대비한 또 다른 형태의 사교육이 발생할 소지도 있다. 기존의 입학사정관 전형으로 인해 다양한 형태의 사교육이 발생한 것을 감안할 때 사교육 시장에 또 하나의 신호를 줄 수 있을 것이다.
이 과정에서 비리가 발생할 소지도 있다. 최근 자사고, 특목고 등의 입시 과정에서 발생한 비리에 대한 교육부 감사 결과(2013.10.23.)가 이를 증명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사고에 대한 관리 감독은 쉽지 않다. 영훈 국제중의 비리가 온 천하에 드러났음에도 불구하고 5년의 평가 기간이라는 규정에 얽매여 폐지하지도 못하는 것을 고려하면 자사고가 이와 같은 비리를 저질러도 이를 통제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문제는 의견 수렴 방식에도 있다. 몇 차례의 공청회를 거쳤다고 하나 과연 국민 여론을 제대로 수렴한 것인지 의문이다. 공청회는 자사고 학부모들의 조직적인 집단 반발의 장이 되었을 뿐이다. 그 가운데 일반 국민 다수의 여론은 무력하였다. 이 문제에 대한 국민 여론조사를 실시했다는 증거도 찾기 어렵다. 이렇게 중차대한 문제를 결정함에 있어 여론조사도 한 번 실시하지 않았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
더욱 문제는 면접 선발이라는 완전히 새로운 제도를 도입함에 있어 이 방안에 대한 제대로 된 검증도 없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방안을 확정한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 오히려 이 방안을 두고 처음부터 새롭게 의견 수렴을 해야 할 것이다.
자사고는 애초에 출발부터 잘못된 제도였다. 교육에 대한 국가의 지원을 포기함으로써 비싼 등록금을 내야 하는 학부모들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이로 인해 사회 계층적 구분을 조장한 것이 근본적 문제다. 성적우수생을 위한 학교를 만들었다는 이유로 학부모에게 교육비 부담을 떠넘긴 것이라 볼 수 있다. 그리고 고교 서열화로 인한 사회적 위화감이 조장이 되고, 일반고의 교육 여건이 악화되며, 초중학교 단계의 성적 경쟁과 사교육 수요를 촉발시켰다. 이 문제가 워낙 심각한 상황이 되어 문제를 해결하라고 한 것인데 결국 문제의 원인은 그대로 두고 변죽만 울린 셈이 되었다.
한편 자사고의 집단적 반발은 특목고를 그대로 둔 채 자사고만 개혁한다는 것에 대한 불만이 중요한 원인이 되었다. 그러므로 사실 특목고 문제까지 포함하여 차별 없는 개혁을 했어야 했다. 교육부는 문제를 봉합하는 방식이 아니라 우리 교육에 대한 큰 그림을 가지고 제대로 된 원칙을 적용하여야 한다.
교육부가 시안에서 선지원 후추첨제를 실시하겠다고 했을 때는 그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었는데 이를 철회함으로써 애초에 해결하고자 한 문제가 어떤 방식으로 해결될 것인지에 대한 답변을 해야 한다. 그리고 문제가 여전히 남아 있는데도 불구하고 서둘러 ‘일반고 역량 강화 방안’을 확정지어서는 곤란하다. 교육부는 기존의 시안과 새롭게 제기한 면접에 의한 선발권을 포함한 핵심 방안에 대해 국민적 여론 수렴을 제대로 실시하고 새롭게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2013년 10월 28일
(사) 좋은교사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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