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체육의 자리를 제대로 찾아야 한다
▲ 학교폭력 예방을 위해서는 체육활동보다 관계성 향상 교육이 시급
▲ 체육 수업 강화로 인한 교육과정 변화의 큰 그림 제시 미흡
▲ 단위학교의 자율성을 무시하고 획일적으로 시행하는 방식 문제
▲ 인프라의 부족으로 인한 학교 현장의 문제 도외시
▲ 스포츠클럽 리그의 문제점에 대한 대책 미흡
교육부가 6월 24일 학교체육 활성화 추진 계획을 발표하였다. 주요 방안으로 초등학교 체육전담교사 배치 확대, 중고등학교 수업시수 확대, 방과후 스포츠활동 확대 등을 제시하였다. 기본적으로 학생들의 체력 저하에 대해 심각성을 인식하고 개선 방안을 모색하고자 했다는 점에 대해서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그러나 체육수업 강화로 인해 발생하게 되는 문제점에 대해서 충분히 고려한 것 같지 않다.
첫째, 학교폭력 대책의 일환으로 학교 체육이 강화되었는데 학교폭력 예방의 측면에서 스포츠클럽 활동 강화는 문제가 있다. 물론 학생들의 스트레스 해소와 인성 발달의 측면에서 긍정적인 영향이 있다는 것을 부정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보다 더 중요한 것에 대한 강조 없이 체육이 돌출적으로 강화된 것은 학교폭력 문제 해결에 오히려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 즉 학교폭력을 해결하기 위해서 가장 시급하고 중요한 것은 학생들의 평화적 관계성 향상이고, 이를 위한 교육이 강화되었어야 했다. 그러나 실제로 예방교육은 시간이 제대로 확보되지 못하고 단편적으로 실시되거나 형식적으로 실시되었다. 예방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지기 위해서 좋은교사운동이 제안한 것은 학급공동체성을 강화하기 위하여 창체 시간에 주1회 학급회의 시간을 확보하고 이 시간에 담임교사를 중심으로 관계성 향상 교육을 실시하도록 하는 것이었다. 실제로 학급회의 시간은 연간 3-4시간에 불과한 경우가 많다. 그런데 막상 결론은 스포츠클럽 활동이 창체 시간에 반드시 확보되도록 하는 것이었다. 가장 중요한 것을 제쳐두고 체육이 과도하게 강화된 것이다. 학교현장의 시급한 문제인 학교폭력을 해결한다는 명분으로 막상 들어온 것은 체육 수업의 강화라는 다소 엉뚱한 결론인 것이다.
둘째, 전체 교육과정의 운영에 대한 큰 그림이 없다. 체육수업을 강화하는 만큼 축소되는 과목이 무엇인지 분명치 않다. 대체로 국영수 과목은 그대로 유지한 채 음악이나 미술이나 사회과, 과학과 등의 과목이 축소될 가능성이 많다. 다만 체육만 강화되면 되는 것인지 다른 여타 과목이 축소되는 것은 학생들의 균형 잡힌 인성 발달에 문제점이 없는지에 대한 장기적인 차원의 교육과정 혁신에 대한 고민이 없다. 결국 단편적으로 체육 수업을 강화했다가 정권이 바뀌면 그 때마다 교육과정이 춤출 것이다.
셋째, 단위학교의 자율성을 침해하고 있다. 물론 단위학교 자율성에 맡길 경우 체육을 강화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를 할 수 있다. 그러나 그 방식이 반드시 획일적으로 체육 시간을 늘리는 방식으로 추진되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있다. 단위학교에서는 음악이나 미술을 더 중요하게 생각할 수도 있다. 그 모든 수요를 무시하고 획일적으로 체육 수업을 늘리고 체육전담교사를 확보하라고 하는 것은 단위학교의 자율성을 침해하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단위학교가 학생과 학부모의 의사를 존중하는 방식으로 교육과정을 운영하도록 하여야 한다.
넷째, 인프라가 갖추어지지도 않은 상태에서 무리하게 체육을 확대함으로써 학교 현장은 혼란에 빠져 있다. 어떤 학교의 경우 8-9개 학급이 한 운동장에 나와 뛰지도 못하고 제자리 뛰기만 하고 있는 현실이 있는데 이 부분에 대해 제대로 된 실태 파악이나 대책도 없이 여전히 체육 수업 확대를 밀어붙이고 있는 것은 문제가 있다.
다섯째, 스포츠클럽 리그 활성화의 부작용에 대해 신중한 고려가 부족하다. 학교 현장에서는 스포츠클럽 리그로 인해 과도한 경쟁이 발생하기도 하고 일부 학생들이 과도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등 평화적 관계성을 저해하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현실에 대한 고찰과 반성 없이 스포츠리그를 지속 확대 강화한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
결론적으로 우리의 요구는 다음과 같다. 첫째, 학교폭력 예방을 위해서는 체육 활동 확대 이전에 시급한 관계성 향상을 위한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둘째, 단위학교의 자율성을 무시하고 획일적으로 체육만 강화할 것이 아니라 단위학교의 선택권을 보장해야 한다. 셋째, 전체적으로 전인교육을 위한 교육과정 운영의 큰 그림을 밝혀야 한다. 넷째, 체육활동을 위한 여건을 먼저 확보하고 단위학교의 실정에 맞게 유연하게 접근하도록 자율성을 부여하여야 한다. 다섯째, 스포츠클럽 리그의 부작용을 해소하여야 한다.
2013.6.27.
(사) 좋은교사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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