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교육, 모호한 장밋빛 전망이 아니라 정보 기술의 교육적 적용에 대한 교육학적 논의와 합의 과정이 필요합니다
지난 6월 29일 교육과학기술부와 국가정보화전략위원회가 2015년까지 모든 교과의 교과서를 디지털교과서로 전환하며, 디지털교과서에 교과서로서의 법적 지위를 부여하는 것을 근간으로 하는 “스마트교육 추진 전략”을 발표했다. 이에 대해 여러 언론에서 “2015년까지 모든 초중고등학교에서 종이 교과서가 사라지고 디지털교과서로 대체된다.”고 보도하자 급히 “2015년까지 디지털교과서 개발 보급되지만 종이 교과서와 병행 사용된다.”고 해명을 했다.
물론 교과부가 발표한 “스마트교육 추진 전략”에는 종이교과서를 없애고 디지털교과서로 완전히 전환하겠다는 내용은 들어있지 않다. 하지만 2015년까지 모든 교과서를 디지털교과서로 개발하고 여기에 교과서로서의 법적 지위를 부여할 뿐 아니라 정규교과에 온라인 수업을 활성화하며, 온라인을 통한 수행평가, 학업성취도평가를 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그리고 이렇게 하면 모든 아이들에게 맞춤형 교육이 가능하고, 장애인 등 교육 소외 계층에 대한 교육이 가능하고, 자기주도적 학습 능력이 향상되고, 사교육비가 줄어들며, 고차원적 사고능력에 대한 평가가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이렇게 하려면 모든 학생에게 노트북이나 아이패드, 테블릿 PC 등의 장비가 필요한데, 이러한 장비 구입을 국가가 제공하겠다는 것인지 혹은 개인이 구입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되어 있지 않다.
이뿐 아니라 발달된 정보화 기술을 학교 수업과 평가에 바로 적용할 경우 가능한 장밋빛 전망만 제시할 뿐 첨단 정보 기술을 활용한 수업의 좋은 점과 부작용에 대한 교육학적 분석이 전혀 들어있지 않다. 아이들의 성장과 발달 단계에서 볼 때 몇 세 아이들에게 어느 정도의 정보 기술을 활용하는 것이 교육학적으로 적절한지, 정보 기술의 수업 활용이 아이들의 인성과 협력 학습과 어떤 상관 관계를 갖는지, 성장 단계에서의 지나친 정보 기술에의 노출이 정신 건강에 미치는 영향 등에 대한 논의나 연구가 전혀 되어 있지 않다.
다만 PISA 2009 DRA(디지털 읽기 소양평가)에서 우리나라가 OECD 국가가 중 월등한 1등을 했기 때문에 이렇게 디지털 사회에 준비된 학생들에게 디지털 교육을 더 강화해야 한다는 명분만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OECD 국가들이 한국의 월등한 DRA 성적에 대해 “너무 특이하다” “주목할 만한 예외다”라고 평가한 것이 단지 긍정적인 평가만 반영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인식해야 하고, 우리 내부에서 이 성적이 갖는 긍정적인 측면과 부정적인 측면을 같이 연구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 우리는 이 결과에 취해 그러니까 더 해야 한다는 식의 접근을 하고 있다. 디지털 교육을 더 강화하지 않아도 충분히 1등을 하고 있기 때문에 여기서 멈춰서서 우리를 살필 여유를 갖지 못하고 있다.
더욱 중요한 것은 교과부가 우리 아이들이 처해 있는 우리 교육의 본질에 대한 고민을 전혀 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갈수록 더 심해지는 살인적인 입시 경쟁, 양극화와 가정의 해체로 인해 방치되는 아이들의 증가, 게임과 음란물 등 사이버 유해 환경으로 인한 심적 피폐 등으로 인해 아이들의 마음이 그 어느 때보다 병들고 아파하고 있다는 것을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다.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10대 자살의 증가고 말해주고 있는 우리 아이들과 교육의 현실을 애써 외면하고 있다. 이러한 현실 가운데 스마트교육의 강화가 갖는 의미를 살펴야 할 텐데, 이러한 부분에 대한 고려 없이 장밋빛 전망만 내세우고 있는 것은 무책임하다 못해 철이 없어 보인다. 이러한 발표를 ‘국가정보화전략위원회’가 하는 것은 이해가 되지만, 교육과학기술부가 덩달아 흥분하고 있는 것은 이해하기가 힘들다.
물론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정보기술의 발달에 학교가 대응을 해야 한다. 미래 사회를 살아갈 아이들을 가르치는데 있어서 기술의 진보를 외면해서는 안 된다. 정보화 사회를 이끌어갈 수 있는 아이들로 키워줘야 한다. 하지만 이 모든 논의들은 정보 기술을 무조건적으로 학교에 쏟아붓는 방식이 아니라 교육학적 성찰과 반성을 통해 충분히 걸러야 한다. 그래서 어떠한 좋은 정보기술이라 할지라도 철저한 필터링이 필요하다. 이런 면에서는 우리 나라의 수많은 교육학자들과 교사들 등 교육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책임이 크다.
교과부는 이제라도 ‘스마트교육’ 추진 일정을 조금 늦추더라도 정보기술의 교육적 적용에 대한 교육계의 광범위한 논의를 먼저 추진해야 할 것이다. 그래서 마치 국가생명윤리위원회가 생명윤리 관련 국가적인 추진 원칙을 정립하는 것처럼 정보기술의 교육적 적용과 관련해서도 원칙 합의에 나서야 할 것이다. 우리 아이들을 진정 미래 사회를 주도할 수 있는 사람으로 키워가고자 한다면 정보 기술의 교육적 적용 원칙을 정립하는 것이 생명윤리의 원칙을 정하는 것 못지않게 시급하고 중요한 일이다.
2011. 7. 1
(사) 좋은교사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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