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대입제도 개선 방안을 발표하였다.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 요약
수시에서 수능최저기준을 완화 혹은 지양함으로써 수시의 비중이 축소되고, 수능 중심의 정시 전형이 확대될 가능성이 크고, 수시 전형에서는 논술/면접의 영향력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 또는 특기자 전형(외국어, 과학 등)을 확대할 수 있다. 수시 전형에서는 학생부(내신) 전형을 강화하고자 하는 방향성을 읽을 수 있으나 이는 정부의 재정 지원 규모와 방법에 좌우될 것이다. 이 가운데 입학사정관 전형은 축소될 가능성이 높다. 이로 인해 꿈과 끼를 살린다는 교육 정책 목표와 모순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대입전형 사전예고제, 공통원서접수시스템은 바람직하고, 대학입학협력위원회는 취지는 좋으나 대교협 산하 기구로 한계가 있을 것이다.
검토과제로 되어 있는 수능 과목의 문이과 통합 기본필수화는 긍정적이다. 성취평가제 운영과 관련하여 중요한 것은 학생부 전형의 질을 높이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절대평가의 방식을 상세화하고 명료화하고 표준화하는 한편 그 전제로써 학교 교육과정이 다양하게 운영될 수 있도록 수업의 질을 업그레이드하여야 한다. 이를 위해 심화선택 과목 중심으로 토론, 논술, 발표, 실험, 탐구 등 다양한 교육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고 평가가 이 모든 것을 종합적이고 입체적으로 담아낼 수 있는 방향으로 개선되어야 한다.
논술은 과도기적으로 수능에 포함시켜 최소한의 수준을 유지하도록 하고, 궁극적으로는 학교 교육과정을 통해 평가되도록 유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전반적으로 이번 개편안은 대입전형 간소화라는 측면에서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이나, 학교교육정상화라는 측면에서는 충분치 않다.
□ 주요 단기 대책
1. 대입 전형 유형 간소화
- 수시 전형 요소를 4가지, 정시 전형 요소를 2가지로 제한하였다. 가능한 조합은 정시의 경우 수능+내신, 수능+논술, 수능+면접 등인데 이 중 수능+논술의 경우 논술 시험 관리의 어려움을 고려할 때 대학이 선호할 가능성이 낮다. 대체로 수능+내신의 조합이 될 가능성이 크고, 내신의 실질반영률은 지금과 같이 별로 크지 않을 것이다.
- 수시의 경우 좀 더 다양한 조합이 나올 수 있는데 유력한 조합은 내신+논술 혹은 내신+면접으로 하고 논술이나 면접의 비중을 높일 수 있다. 이렇게 될 경우 사실상의 대학별 본고사에 가깝게 될 수 있다.
- 전형 종류를 줄인다는 명목으로 바람직한 전형이 사라질 위험성도 있다. 최근 고교에 학생평가권을 넘긴다는 취지에서 큰 역할을 하고 있는 ‘고교당 인원제한이 있는 학교장 추천 전형’의 경우 사라질 수 있다. 지역인재 양성차원에서 ‘지역 고교 추천 전형’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이들 전형의 순기능을 살리기 위해서는 전형 개수 제한의 예외를 인정하는 것도 필요할 것이다.
2. 수시 전형에서 수능의 영향력 축소 및 학생부 전형 강화
- 수시 모집의 취지와 맞지 않는 수능 성적 기준 완화는 타당하다. 다만 수시 전형에서 수능 최저 기준을 완화하도록 권장한다고 하는데 과연 얼마나 실현될지는 미지수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어떤 결과로 귀결될 것인가? 대학의 입장에서는 우수학생을 확보하기 위해 변별력을 요구할 것이기 때문에 기존의 수시 전형의 비중을 축소하고 정시 모집을 통해 선발할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수시 전형에서 논술 전형의 경우 논술의 난이도를 높게 함으로써 변별력을 높이고자 시도할 수 있다.
- 학생들은 수능성적이나 내신 성적이 상대적으로 낮은 중간 등급의 학생의 경우에 논술을 통한 도약을 노리면서 논술 전형에 응시하고자 하는 경우가 늘어날 수 있다. 결국 이로 인한 사교육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 이 부분은 정부에서 논술이나 면접의 난이도를 어떻게 통제할 것인가가 관건이다. 논술문제 및 채점 기준을 공개하는 것도 어느 정도 효과는 발휘할 것이다. 문제풀이식 구술형 면접과 적성고사도 지양하도록 한다고 한다. 이렇게 될 경우 대학은 수시 전형의 비중을 더욱 줄이고 수능 중심의 정시 전형을 확대할 가능성이 높다.
- 다만 학생부 전형에 대해 정부가 공교육 정상화 전형으로 강조하고 이와 관련한 인센티브를 늘린다고 할 경우 대학에서는 일정 비율을 학생부 전형으로 운영하고자 할 것이다. 학생부 전형을 어느 정도로 운영할 것인가는 정부의 의지에 달려 있을 것이다. 다만 대학에서는 학생부의 실질 반영률을 낮추는 방식으로 대응할 가능성이 있다.
3. 입학사정관 전형
- 입학사정관 전형은 학생부 중심 전형이나 특기자 전형을 운영하는 형태로 유지되고, 상당 부분 축소될 것이다. 학생부 중심 전형은 2가지 형태로 나타날 가능성이 있는데 하나는 교과 성적을 기계적으로 반영하는 형태가 있을 수 있고, 또 하나는 비교과 영역을 포함하여 학생부를 질적으로 평가하는 형태가 있을 수 있다. 후자의 경우가 입학사정관 전형이 될 것이다. 이와 같은 입사관 전형이 확대 혹은 축소될 것인지는 이 전형에 대한 정부의 지원과 대학 자체의 판단이 관건이 될 것이다. 만약 정부가 입학사정관 전형을 공교육 정상화 기여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하여 인센티브를 준다면 유지 혹은 확대될 수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대학으로서는 굳이 고비용의 입학사정관 전형을 유지할 이유가 없을 것이다. 물론 지금까지 입학사정관 전형을 통해 대학이 축적한 나름의 노하우를 통해서 입학사정관의 필요성을 정립한 경우는 다를 것이다.
- 입학사정관 전형이 축소되면 지금까지 입학사정관 전형을 통해 평가되어 왔던 비교과 영역의 교육활동이 위축될 수 있다. 입학사정관 전형을 통해 교과 영역에 대한 질적 해석 또한 어려워질 수 있다. 더욱이 성취평가를 유보하고 상대평가제로 운영한다고 했기 때문에 교과 영역에 대한 질적 해석의 여지는 더욱 줄어들 것이다. 그리하여 꿈과 끼를 강조하는 박근혜 정부의 교육 지향과 학교 현장은 반대로 갈 가능성이 있다.
4. 학생부 전형 및 기록 내실화
- 2016학년도까지 현행 상대평가 체제를 유지하고 성취평가제 도입은 유예하였다. 현시점에서는 준비 상황을 볼 때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향후 성취평가를 정착하기 위해 성취평가지원센터 설치를 추진한다고 하나 이미 중학교 과정의 성취평가가 진행되기까지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은 것을 보면 어느 정도의 의지가 뒷받침될 것인지 의문이다.
- 학생부 전형을 강화할 것이라고 하나 얼마나 강화될 것인가는 미지수다. 모집하는 전형의 개수가 적고 많은 인원을 모집해야 하는 대학의 입장에서는 학생부 중심 전형을 입학사정관 전형의 형태로 운영하기에 부담을 가질 가능성이 많다. 입학사정관 전형의 경우 서류 검토와 면접으로 많은 입학사정관이 필요하기 때문에 예산상 모집 인원을 확대하기가 어렵다. 학생부 중심 전형이 입학사정관 전형의 형태로 유지되기 위해서는 입학사정관 지원 예산이 확보되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을 경우 대학은 현실적인 이유를 들어 학생부의 정량적 교과 성적에 의한 획일적 서열로 선발하려 할 가능성이 높다.
- 생활기록부 기록의 간략화와 충실화라는 모순된 방향성이 보인다. 생활기록부의 분량을 제한하는 것은 문제의 본질을 비껴간 것으로 보인다. 현재의 기록 중에서 불필요한 것은 무엇인지를 정확하게 밝혀서 그 부분의 기록 부담을 어떻게 해소할 것인지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필요한 기록이라면 제대로 잘 기록할 수 있도록 방법을 제시하는 것이 필요하다.
- 진로 희망에 대한 기록은 이미 현재도 존재하는 바 이를 어떤 방식으로 심화하고 확대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5. 특기자 전형 확대 가능성
- 상위권 대학은 특기자 전형을 확대하여 특목고생을 확보하려는 전략을 취할 수 있다. 만일 세부 트랙에 대한 지침이 명확하지 않으면 대학은 특기자 전형으로 다양한 전형을 만들어놓고 확대할 가능성이 있다. 특기자 전형은 세부 트랙이 불가피한 만큼 선발 인원을 일정 비율 이하로 통제하고 특기자 선발 전형의 방법을 투명하게 공개하여 과열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6. 대학입학 협력위원회 및 공통원서접수시스템
- 공교육 정상화 기여 대학 평가를 도입하는 것은 방향은 긍정적이나 대교협으로부터 얼마나 자유로운 평가를 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이 관건일 것이다.
- 대교협이 하지 못한 역할을 감당하도록 하려면 대교협과 독립된 기구가 되어야 하나 대교협 산하에 둠으로써 한계를 보이고 있다.
- 공통원서접수시스템은 바람직하다.
- 대입전형 사전예고제 및 정보 공개 강화 또한 바람직하고 제대로 적용이 되어야 할 것이다.
7. 영어 A/B 폐지 및 NEAT 수능 연계 폐지
- 현실적으로 기존에 문과 학생들은 국어B, 영어 B를 선택하고 이과 학생들은 수학 B, 영어 B를 선택하고 있었기 때문에 영어A의 존재 의미는 희박했다. 이를 감안하여 영어 A/B 구분을 폐지한 것은 적절하다. NEAT 폐지 또한 또 하나의 부담을 줄인다는 차원에서 적절하다.
□ 검토되고 있는 부분 및 대안적 논의
1. 수능 과목의 문이과 통합 기본 필수화
- 수능 개선안의 3안으로 제안되고 있는 문이과 통합 기본 필수화에 대해서는 단순히 대입전형의 방법으로 논하기보다는 전반적인 교육과정 개혁의 철학과 전체적인 그림을 그리는 과정에서 논할 필요가 있다.
- 문이과의 구분을 없애고 통합적으로 국영수사과를 시험을 봄으로써 국영수사과가 고등학생의 기본 필수 과목이 되는 셈이다. 사회와 과학 과목이 기본 필수화되어 선택과목에 따른 지식의 편중 현상은 완화될 것이다. 학생들의 학습부담은 총량은 비슷하겠지만 상대적으로 사회/과학의 학습량이 다소 늘어나는 반면 수학 학습 부담은 다소 줄어들 것이다.
- 이와 같은 방향성은 수능의 선택 과목 가짓수를 줄임으로써 학습 부담을 줄이겠다던 이전의 방침과는 다른 방향을 나타내고 있다. 이는 기존의 선택 과목 축소가 실제로는 학습 부담을 줄이기보다는 국영수의 비중을 강화하는 것으로 귀결되고 문이과 지식 편중 현상을 심화시켰다는 반성에서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 미래사회에서 지식의 융합이 중요해지고, 고등학교 수준에서 사회/과학에 대한 기본 교양을 습득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점과 수학의 양과 난이도가 지나치게 높다는 점, 고등학교 수업과 수능 시험의 불일치로 인한 교육과정 운영의 어려움을 고려해 볼 때 국영수사과의 기본 필수화는 적절한 조치라 평가할 수 있다.
- 다만 선택 심화 과목의 운영 필요성이 줄어들 수 있다. 심화 선택 과목이 유명무실화될 수 있다. 심화 선택 과목을 형식적으로 운영하면서 실제로는 수능 시험 위주로 수업을 할 가능성이 높다. 혹은 심화 선택 과목을 제대로 운영할 수도 있는데 이 부분은 학생부 중심 전형에서 심화 선택 과목이 어떻게 다루어질 것인가에 달려 있다고 할 것이다.
2. 내신의 질적 업그레이드
- 향후 핵심 과제는 학생부(내신)의 내실화와 이를 위한 전제 조건으로서의 수업의 질적 업그레이드다. 현재의 내신은 대체로 수능의 아류와 같은 지필 평가로 인해 산출된 점수다. 이는 질적으로 수능보다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다만 학교 생활의 전반적인 성실성 정도를 가늠할 따름이다. 내신이 수능성적보다 더 의미 있는 자료가 되기 위해서는 수능이 담을 수 없는 학생에 대한 풍부한 정보를 담아야 한다. 이는 곧 교과별 핵심 역량에 대한 종합적이고 입체적인 정보가 되어야 한다. 일회적인 지필 평가로 평가할 수 없는 학생의 다양한 역량을 기록해야 한다. 이를테면 지필평가로는 국어의 경우 읽기 능력과 듣기 능력의 일부만 평가하지만 수업을 통해서는 쓰기와 말하기를 포함하여 다양한 상황에서의 다양한 능력, 이를테면 감수성, 문제해결력, 인내력, 협동적 태도 등도 평가할 수 있다. 이와 같은 능력을 교과별로 상세화하고 명료화하여 학생에 대한 풍부한 정보를 담아야 할 것이다. 현재와 같이 총괄적으로 합산한 성적으로 상대적 서열화한 정보만으로는 학생들의 다양한 재능을 제대로 담아내기도 어렵고, 수업의 질적 업그레이드를 가져오기도 어렵다.
- 절대평가는 이러한 의미를 담아야 한다. 상대적 석차를 산출하기 위한 평가가 아니라 학생의 다양한 능력의 절대적 수준을 정확하게 드러내 줄 수 있는 평가로 절대평가가 정착되어야 한다. 당장은 내신의 신뢰성이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상대평가화된 석차를 사용할 수도 있겠지만 결국 절대평가의 신뢰성을 높여서 상대평가화 되지 않은 절대적인 수준을 나타내는 정보로 활용되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절대평가의 정착을 위해 핵심성취기준을 명료화하고 학교 간 편차를 줄일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이를 위해 핵심 성취기준에 대한 개발과 이를 교사들이 공유할 수 있도록 하는 연수, 그리고 질을 검증할 수 있는 장치를 만들어 운영하여야 한다.
- 그리고 무엇보다 내신 자료의 풍부함을 위해서는 수업의 질적 업그레이드가 전제되어야 한다. 시험 문제 풀이식 수업을 탈피하여 토론, 논술, 실험, 탐구, 발표 등 다양한 교육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이를 위해 심화선택 과목 위주로 학생부 전형을 내실화하여 고교 교육과정에서 심화선택 과목이 제대로 운영될 수 있도록 유도하여야 한다.
- 이를 위해 대학은 학생부 중심 전형을 일정 비율 운영하도록 하고 학생부의 질적 내용을 읽을 수 있도록 입학사정관를 통해 제대로 운영하여야 한다. 이 때 학생부 전형의 핵심은 심화선택 과목에 대한 학생의 교과 활동에 대한 질적 검증이 되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학생부 기록이 주관적 서술로만 이루어질 경우 ‘작문’의 경쟁이 될 수 있으므로 일정한 영역과 성취기준을 상세화하고 명료화하고 표준화하여 ‘코드’를 공유하고 이를 뒷받침하는 자료를 사실적으로 첨부하거나 기술하는 형태로 만들 필요가 있다.
3. 논술 전형 폐지
- 논술 전형의 경우 사교육 유발 효과가 크지만 기존의 문제풀이식 수업과 평가의 한계를 넘을 수 있는 전형으로 의미가 있다. 그런데 대학에서 지나치게 어려운 문제를 출제함으로써 고교 교육과정을 무력화시키거나 사교육 의존도를 높이는 부작용이 있다. 그러므로 대학이 출제하는 논술 전형은 폐지를 하고 논술 전형을 통해서 평가하고자 하는 학생의 종합적 사고 능력은 궁극적으로 고등학교 교육과정 전반을 통해 평가되어야 한다.
- 한편 고교 수업의 질적 업그레이드를 견인하기 위해서는 수능에서 논술을 평가할 수 있다. 수능에서 논술을 평가한다는 것은 기본적으로 너무 어렵지 않은 수준에서 국가가 난이도를 관리한다는 의미다. 변별이 목적이 아니라 기본적인 능력을 갖추도록 하는 것이고, 고교에서 논술 교육을 장려하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로 기능해야 한다. 보다 고차원적 사고 능력을 평가하려는 목적은 고교 교육과정을 통해서 실현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수능 논술의 의미는 기본적인 대학수학능력 시험을 검증하는 것과, 수능에서 논술을 평가함으로써 고교 교육의 질을 견인할 수 있는 효과를 기대하는 것이다.
- 과도기적 절충안으로 현행 논술 전형을 유지하되 문제를 문제은행식으로 교육부가 관리하고, 채점은 대학이 자율적으로 시행하는 방안도 가능할 것이다.
2013년 8월 27일
(사)좋은교사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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