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성명서] 대구 교사 800만원 벌금형 판결에 대한 좋은교사운동의 입장

성명서·보도자료

by 좋은교사 2018. 5. 29. 11:49

본문

 

 

 

고속도로 휴게소에 초6 여학생을 1시간 동안 홀로 둔 사건에서 아동 보호를 위한 적절한 조치를 하지 못한 점에 대한 합리적 징계와 정신적 충격을 받은 아이에 대한 심리적 돌봄이 필요함.

 

학교 현장에서 학생을 지도하는 일이 아동학대로 고소되어 재판을 받는 일이 증가하고 있는 현실 속에서 나도 비슷한 일을 언제든 겪을 수 있고, 교직을 박탈당할 수 있다는 불안이 커지고 있고, 이는 체험학습 뿐만 아니라 교사의 교육활동 전반을 위축시킬 우려가 있음.

 

학생을 인솔하는 과정에서 조치의 미흡한 부분이 있다 하더라도, 800만원의 벌금형과 교사 취업 제한 처벌은 여러 법적 형평을 고려했을 때 과도한 처벌임.

 

아동복지법에서 범죄의 경중과 상관없이 일률적으로 10년간 취업제한이 이루어지는 조항은 위헌의 소지가 있어, 성범죄자 취업제한 법률 개정의 사례와 같이 범죄의 경중에 따라 법원의 재량으로 취업 제한 기간을 정할 수 있도록 개정해야 함. 

 

고속도로 휴게소에 초등학교 6학년 아동을 혼자 1시간 동안 내버려 둔 일로 교사에게 벌금 800만원이 내려진 사건이 교직 사회에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이는 정신적 충격을 받은 학생을 홀로 휴게소에 남겨둔 일에 문제가 없어서가 아닙니다. 당연히 큰 문제입니다. 아동을 보호하기 위한 적절한 조치가 필요했고, 이 책임을 다하지 못한 교사는 그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할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버스 안에서 일어난 일련의 상황들과 휴게소에 홀로 남겨지는 일을 겪은 아동을 위한 심리적 돌봄이 제공되어야 합니다. 

 

그럼에도 이번 판결은 교사들에게 적잖은 충격입니다. 학교 현장은 아동을 가르치는 과정에서 교사들이 예측할 수 없는 수많은 상황들이 벌어집니다. 예측이 어려운 상황 속에서 교육활동을 하며 학생을 열심히 지도하는 과정이 아동학대로 지적되는 현실들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고 나도 비슷하게 겪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교사들은 이번 사건을 혼란과 충격으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처벌의 강도도 문제입니다. 이번 사건에 대해 무겁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주장을 수용한다 해도 이 일이 800만원의 벌금형과 해임에 이르게 할 일인가에 대한 강한 의문이 듭니다. 비슷한 액수의 벌금형 사례를 따져봤을 때 법적 형평에 맞지 않다 할 것입니다. 

 

이번 사건에 대한 재판 과정을 지켜 본 교사들은 지금 패닉상태와 같은 큰 혼란 속에 있습니다. 아이의 잘잘못을 따져서 잘못된 것을 지적하고 바로잡아서 가르쳐야 하는 교사들은 어떤 일이 빌미가 되어 교사에게 인권침해, 아동학대 등으로 고소가 들어올지 두려움을 느끼고 있습니다. 교사의 말과 행동이 학생들에게 어떻게 다가갈지 모르는 상황에서 아동복지법 위반으로 5만원 이상의 벌금형을 받으면 직위해제를 당하고 10년 동안 취업제한을 받는 현실은 체험학습 뿐만 아니라 학생의 잘못된 행동을 지도하는 교사의 교육활동 전반을 위축시킬 수 밖에 없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아이들에게로 돌아가게 될 것입니다. 

 

아동복지법의 개정이 필요합니다. 범죄의 경중과 상관없이 일률적으로 10년 동안 취업을 제한하는 것은 위헌의 소지가 있습니다. 취업 제한 기간은 10년 이내 범위에서 법원의 재량으로 정하도록 하여 범죄의 경중에 맞게 유연하게 선택할 수 있어야 합니다. 실제 성범죄자 취업제한 규정도 법원의 재량에 맡기는 방향으로 법 개정이 이루어져 2018.07.17일 시행을 앞두고 있습니다. 아동복지법의 문제가 이미 드러나 국회에 아동복지법 개정안이 계류중에 있는 상황이니, 국회는 지체없이 이를 처리해야 할 것입니다. 교육부는 아동복지법 개정안의 조속한 처리를 위해 국회를 설득하는 일에 나서야 합니다. 

 

아동과 학생들의 인권은 매우 소중합니다. 온 사회가 함께 지키고 보호해야 할 존엄한 가치입니다. 이 가치를 훼손한 교사들은 당연히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지고, 받아야 할 처벌을 받는 것이 마땅합니다. 그러나 현장에서 묵묵히 아이들을 가르치고 지도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고 있는 교사들을 보호하는 것도 매우 소중한 가치입니다. 이는 양자택일의 문제가 아니라 함께 조화롭게 만들어가야 할 가치입니다. 

 

좋은교사운동은 현장의 회원 교사들과 함께 어떤 상황 속에서도 아이들을 가르치고 보호하는 일에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 교사들을 지키기 위한 노력도 함께 할 것입니다. 우리 사회가 아이들을 온전히 가르치고 보호하기 위해 열심히 가르치는 교사들을 지키는 일에 함께 나서 주시기를 부탁 드립니다. 

 


 

 

2018. 05. 29.

(사)좋은교사운동

 

관련글 더보기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