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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서] ‘제1차 기초학력 보장 종합계획’에 대한 입장 표명

성명서·보도자료

by 좋은교사 2022. 10. 13.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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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통령의 전수평가 실시 발언은 불필요한 논쟁만 확산
▶ 학업성취도평가와 기초학력 진단검사는 구별되어야 함.
▶ 국가 교육책임제 실현을 위한 첫 출발이라는 점에서 의미 있어
▶ 기초학력 진단검사와 학업성취도평가 연계 활용은 부적절함.
▶ 기초학력 전담교사 확보와 전문성 신장 방안은 매우 부실


정부가 제1차 기초학력 보장 종합계획을 발표했습니다. 학습지원 대상 학생을 위한 종합적인 진단체계와 중층적 지원시스템을 마련하고, 진단보다는 지원 중심의 계획을 수립했다는 측면에서 여러 긍정적 요소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이 ‘원하는 학교를 모두 참여하게 하는 전수평가 실시’라는 앞뒤 안 맞는 모순된 단어를 사용하는 바람에 불필요한 논쟁만 확산되는 안타까운 상황입니다. 기초학력 문제는 정치적 이해관계를 떠나 기초학력 문제로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의 실제적 문제 해결이 중요한데, 모순된 단어 사용으로 논쟁만 불러일으키는 것은 문제 해결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학업성취도평가와 기초학력 진단검사는 구별되어야 합니다. 기초학력 진단검사는 기초학력 도달을 측정하는 도구로서, 이를 전수 평가한다고 해서 교육과정을 획일화할 우려가 많지 않습니다. 기초학습 지원의 결정적 시기를 놓치지 않기 위해 초등학교 저학년 단계에서 2학년 말 또는 3학년 초에 전체 학생들을 대상으로 평가를 진행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학교 간 비교, 학생 간 비교를 막기 위해 동형 검사지를 2~3종 개발해서 각기 다른 진단평가 도구를 사용하게 한다면 부작용을 줄이면서도 기초학습 지원 대상자를 놓치지 않게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학업성취도평가는 국가교육과정의 교과별 성취기준 등을 측정하는 도구입니다. 학업성취도평가의 실시 목적은 국가 교육과정이 실행되는 전국적 상황을 점검하고 우리 학생들의 전반적인 학력 수준을 측정함으로써, 교육정책 수정의 참고로 활용하는 것이 주목적입니다. 통계적 관점에서 3%의 표집을 하면 될 일입니다. 또한 초3부터 고2까지 평가 학년을 확대하는 것도 정확한 진단이라는 목적을 이루기보다 학교별 교육과정 파행 운영만 초래할 가능성이 큽니다. 이는 국가의 행·재정 낭비입니다. 학업성취도평가를 대상 학년을 늘리고 전수평가 방식으로 확대하는 것은 비용은 비용대로 낭비하면서, 전국 학교 교육과정의 파행적 운영, 교육과정의 획일화와 같은 부작용만 낳게 할 것입니다.

일제고사 방식의 학업성취도평가 실시는 학교 간 눈치 보기와 경쟁을 일으킬 것이 불 보듯 뻔합니다. 문제 풀이식 수업으로 한두 문제 더 맞게 해서 기초학력 미달을 벗어나게 하는 방식의 교육과정 운영은 학생의 학습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모든 학생을 학업성취도평가에 참여시키게 되면, 불필요한 문제 풀이라는 파행적 교육과정 운영을 막기 어렵습니다. 

게다가 학업성취도평가는 기초학력 진단평가에 비해 어려운 시험 도구입니다. 교육과정의 70~80% 수준의 문제를 풀어야 하는데, 이는 기초학력보장법에서 의미하는 기초학력보다 훨씬 높은 수준입니다. 이렇게 어려운 문제로 학교 간 경쟁이 붙게 되면, 출제되는 문제와 내용에만 편중된 교육과정 운영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아져서, 교육과정의 획일적인 운영만 낳게 됩니다. 진단검사 전수조사와는 차원이 다른 파행과 부작용이 나타나게 됩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학업성취도평가 결과가 발표되면 정치권과 언론은 기초학력 미달의 수치 변화에만 집중하고 목소리를 높이는 경향이 있습니다. 기초학력 미달이 1% 감소했다고 해서, 1% 학생의 학습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닙니다. 기초학력 미달은 문제 한두 개 더 맞고 덜 맞고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에 미달 비율 감소했다고 우리나라 학생들의 학력 수준이 향상되었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 

교실에는 10% 내외의 기초학력 미달 학생이 항상 있음을 염두에 두고 지원정책을 수립해야 합니다. 유럽의 학업성취미달(Underachieving) 비율은 평균 20% 수준이며, 학습지원 체계가 발달한 핀란드의 경우 그 절반인 10% 수준으로 보고되고 있습니다. 이 학생들을 지원해서 수치를 줄이려는 노력은 의미가 있으나, 기초학력 미달 ‘0%’와 같은 과도한 목표 설정은 오히려 정책 수행을 방해만 할 뿐입니다. 

학습장애 출현 비율만 따져봐도 그렇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특수교육대상자로 분류되는 학습장애 비율은 0.04%에 불과합니다(특수교육대상자 1.3%, 그중 학습장애 3.1%). 그러나 미국의 경우 최소 3.2%의 학생이 학습장애로 분류됩니다(특수교육 대상자 8%, 그중 학습장애 40%). 이는 미국과 비교해서 최소 3.1%의 학생이 우리나라에서는 특수교육 지원을 받지 못하고 교실에서 기초학력 미달 학생으로 분류되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이 학생들은 외부의 도움이 없으면 거의 100% 기초학력 미달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 외에도 교실 속에는 다양한 이유로 학습이 어려운 학생들이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학업성취도평가를 전수평가로 시행하면 기초학력미달 비율이 절반 아래로 감소하는 경향이 나타납니다. 심지어 이명박 정부 시절에는 평균 3%의 기초학력 미달 비율을 보였습니다. 이 수치를 근거로 기초학력 미달 문제가 해결 또는 감소되었다고 판단하는 것은 오히려 교실 속에 숨어 있는 기초학력 지원 대상 학생을 감추고 지우는 효과를 만들어 낼 뿐입니다. 기초학력 미달 비율이 몇 %인가를 파악하는 것보다, 교실에서 항상 존재하는 10% 내외의 학습 곤란 학생들을 어떻게 지원해서 실질적인 기초학력 보장을 이뤄낼 것인가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정책의 목표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그러므로 학업성취도평가가 전수평가로 진행되는 것은 예산은 예산대로 들어가면서 학교에 심각한 부작용만 만들어 내는 국가적 낭비입니다. 학업성취도평가의 결과를 가지고 기초학력미달 비율을 측정하고 관리하는 것은 국가정책 수립에는 의미가 있을 수 있으나, 모든 학생을 대상으로 그 학생이 미달에 해당되는가 아닌가를 가릴 일은 아닙니다. 이것은 학기 초에 실시되는 진단검사나 학교에서 시행되는 교내 평가의 결과를 활용해서도 얼마든지 학생의 학습 상황을 평가하는 것으로 충분하다는 것입니다. 

제1차 기초학력 보장 종합계획은 과거의 정책에서 진일보하였다고 평가받을 만한 여러 계획들을 담고 있습니다. 우선, 제1차 기초학력 보장 종합계획은 모든 학생의 기초학력을 보장하는 국가 교육책임제 실현을 위한 첫 출발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모든 학생이 기초학력을 갖출 수 있도록 국가-지역-학교로 이어지는 촘촘한 보장 체제를 마련하는 것은 국가 및 시도교육청의 당연한 책무라 할 것입니다. 또한 기존의 진단과 지원 체계의 문제점을 분석하고, 종합적인 진단체계와 중층적 지원 시스템을 마련하고자 노력한 부분도 의미 있는 지점입니다.

그러나 이번 1차 기초학력 보장 종합계획에는 우려스러운 부분도 있습니다. 
우선 기초학력 진단검사와 학업성취도평가 연계 활용은 부적절합니다. 평가 목적이 다른 두 시험을 연계하는 것은 타당성이 부족합니다. 그리고 진단체계의 정교화보다 진단 과정의 형식적 단계만 하나 더 생기게 하거나, 학업성취도평가를 자율 평가가 아닌 일제식 평가로 유도할 수 있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번 발표를 보면 학업성취도평가 대상 학년을 연차적으로 확대하면서(2024년에는 초3부터 고2까지 확대) 매년 보게 하는 방식을 제시하였는데, 이는 기초학력 부족 학생을 진단하는 데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면보다 교육과정 파행 운영, 획일적 운영 유발 부작용이 훨씬 클 것입니다. 더구나 학업성취도평가를 기초학력 진단검사와 연계해 1차적으로 기초학력 미달 학생을 선별해 내는 방식으로 활용한다면, 학교 현장에서는 기초학력 진단검사 전에 의무적으로 학업성취도평가를 실시해야 하는 것으로 오용할 수 있습니다. 교사 관찰과 교내 평가를 기초로 기초학력 진단검사를 실시할 수 있는데, 사전 단계로 학업성취도평가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형식적 단계만 한 단계 더 추가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둘째, 학업성취도평가와 기초학력 진단검사를 연계해 활용한다면, 2차로 실시하는 기초학력 진단검사가 기존의 기초학력 검사보다 훨씬 더 정밀하고 고도화되어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이번 발표를 보면 기존 기초학력 진단-보정 시스템상의 진단 제공 범위를 고2까지 확대하는 방안과 컴퓨터 적응형 학업성취도 고도화 방안만 제시되어 있을 뿐입니다. 현장으로부터 외면받아 온 기존의 기초학력 진단-보정 시스템을 고2까지 제공 범위를 확대한다고 해서 현장의 선택이 달라지지는 않을 것입니다. 부정확한 진단과 현장에서 효과 검증이 덜 된 보정 방안, 사용하기 불편한 시스템 등의 개선 없는 제공 범위 확대는 의미가 없습니다. 기초학력 진단검사는 학업성취도평가와 연계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기초학력 진단-보정 시스템이 학습자의 학습 중심으로 현장에서 효과가 검증된 증거 기반 중재 프로그램으로 설계되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한 컴퓨터 적응형 학업성취도 평가(Computerized Adaptive Test, CAT)는 개별 학생의 초기 문항 응답에서 학업성취 수준이 낮은 것으로 판별 시 저난도 문항(기초학력 판별 문항 등)을 제시해 영역별 정밀한 수준 파악 및 학습동기 향상까지 기대할 수 있는 방식으로 고도화하겠다 하였습니다. 그러면서 교육부는 학습 지원 대상 학생 선정 체계화를 위해 ‘1단계 기초학력 진단검사’, ‘2단계 학생의 학습저해요인(인지, 심리・정서, 행동, 환경 등)을 구체적으로 파악하기 위해 세부 검사도구를 선택하여 진단하기’ 등으로 체계화한다 하였습니다.
단위학교에서 학업성취도평가와 기초학력 진단검사를 연계해 활용한 경우를 종합해 보면, 컴퓨터 적응형 학업성취도 평가로 1차 미도달 학생을 선별하고, 그 후에 진단검사는 다시 두 차례에 걸쳐 세밀하게 진단하게 됩니다. 컴퓨터 적응형 학업성취도 평가가 기초학력 부족 학생의 난독이나 읽기 유창성 등을 포함하는 종합적인 진단이 가능한지도 의문이며, 곧바로 진단검사를 실시해도 될 학생들을 굳이 학업성취도 평가로 연계해 왜 두세 번의 테스트를 거치게 해야 하는지도 의문입니다. 또한 평가 시기에 있어서도 지금까지 기초학력 진단검사는 1학기 초에, 학업성취도평가는 1학기 말 또는 2학기(6월에서 11월 사이에 실시)에 실시되었기에, 이 둘을 연계하는 것이 평가 시기와 평가 결과 활용, 평가 목적 면에서도 맞지 않습니다. 

마지막으로, 기초학력 지원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전문성 확보 방안이 마련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번 보장 계획에서 밝히는 시스템 구축 기한이 대부분 2, 3년 뒤에나 가능한 것으로 제시하고 있어, 현재 기초학력 결손 문제로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에 대한 즉각적인 대안 제시는 미비합니다. 협력수업, 1수업 2교(강)사제, 두드림학교 운영 등은 새로울 것 없는, 예전부터 계속 시행된 정책이지만 기초학력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정책의 재탕일 뿐입니다. 
시스템 구축 과정에 이를 운용할 전문 인력 양성 방안도 제시되어 있지 못합니다. 시스템은 구축하는데 시스템 구축에는 시간이 오래 걸리고, 정작 그 시스템을 운영할 인력 배치나 인력의 전문성 확보 내용은 미비합니다. 국가·시도 기초학력지원센터, 학습종합클리닉센터 등을 통해 현장을 지원할 기초학력 전문 인력의 양성과 배치에 대한 계획이 없습니다. 학교에서 해결해 주지 못한 기초학력 결손 학생들을 기초학력지원센터에 의뢰하게 될 터인데, 정작 지원센터에 근무할 인력과 그 인력의 전문성 확보 방안은 나와 있지 않습니다. 현장을 지원할 직접적 지원 방안은 없이 연구 수행, 사업 성과 관리, 컨설팅, 교수학습자료 개발과 보급 수준의 역할에 그치고 있습니다.

특별히, 이번 종합 방안에는 학교에서 기초학력 보장의 핵심적 역할을 해야 하는 기초학력 전담교사 배치 방안은 없으며, 학습지원 담당교원 역량 강화 연수 교육과정(안)에 대해서도 과연 실효적 교육과정으로 시행될지 의문입니다. 학습지원 담당교원 전문가를 양성하려면, 학생을 직접 진단하고 지도계획을 수립하여 실행하고 그 과정과 결과에 대한 컨설팅을 받으면서 진행되는 실행 중심의 연수 과정이 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기초학력 보장은 국가의 책무입니다. 이번 1차 기초학력 보장 종합계획은 국가 교육책임제 실현을 위한 첫 출발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그러나 학업성취도평가와 기초학력 진단검사는 구별되어야 하며, 기초학력 진단검사와 학업성취도평가 연계 활용은 부적절합니다. 특별히 기초학력 문제 해결을 위한 기초학력 전담교사 확보와 이들 교사의 전문성 확보는 기초학력 문제 해결의 핵심이라 할 것입니다.


2022. 10. 13.
좋은교사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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