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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서] 현장체험학습 관련 대통령 발언에 대한 좋은교사운동 논평

성명서·보도자료

by 좋은교사 2026. 4. 29.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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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명 대통령의 "책임을 안 지려고 좋은 기회를 빼앗는 것" 발언은 현장체험학습을 위해 애써 온 교사 전체를 무책임한 존재로 규정하는 것으로, 깊은 상처와 자괴감을 안겨 줌.
▶ 현장체험학습 기피는 교사의 의지 부족이 아니라, 모호한 법적 책임 경계·아동학대처벌법으로 인한 생활지도 위축·과중한 민원 구조·안전 인프라 부재라는 복합적 구조 문제의 결과임을 인식해야 함.
▶ 정부는 힐난 대신 안전 비용 지원·안전요원 확보·교사의 법적 책임 경계 명확화 등 약속하신 말씀을 구체적 정책으로 이행해 주길 정중히 요청함.


지난 4월 28일, 이재명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교사들이 현장체험학습을 기피하는 현실을 두고 “(교사들이) 책임을 안 지려고 학생들한테 그 좋은 기회를 빼앗는 것”이라고 발언하셨습니다. 대한민국 교사로서 우리는 이 말에 깊은 상처를 받았습니다. 

대통령의 한마디는 국가를 대표하는 언어입니다. 그 말이 대한민국의 교사 전체를 ‘무책임한 존재’로 규정하는 낙인처럼 울려 퍼졌기에, 우리가 느낀 자괴감과 허탈함은 말로 다 옮기기조차 어렵습니다. 학생들에게 현장체험학습이 유의미한 교육활동이 되게 하고자 해마다 애써 온 모든 노력이 부정당하는 느낌, 과잉 책임을 묻는 부조리한 법적 구조 아래서도 어떻게든 현장체험학습의 교육적 가치를 지키려 했던 고충들이 대통령의 한마디 아래 모두 지워지는 듯한 느낌, 그 서글픔을 분명히 말씀드립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현장체험학습의 교육적 가치 회복을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겠습니다. 대한민국 교육 수장이 우리의 노력을 폄훼한다고 해서, 우리가 지켜야 할 학생들이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현장체험학습이 단순한 소풍이 아니라 교실 밖에 여러 공간에서 공동체의 가치를 경험하고, 낯선 세계와의 접촉 속에 또래와 함께 살아가는 법을 온몸으로 배우는 고유한 교육의 자리라는 것을 우리는 여전히 믿습니다. 우리는 학생들이 신체적으로, 심리적으로 안전하게 배울 수 있는 현장체험학습의 조건을 만들기 위해 계속 고민하며 경쟁이 아닌 공동체 안에서의 기쁨을 온몸으로 체감할 수 있는 배움의 자리를 함께 설계해 나가겠습니다. 현장체험학습이 교사에게는 감당할 수 있는 활동이 되고, 학생에게는 기억에 남는 배움이 되고, 학부모에게는 신뢰할 수 있는 교육이 되도록, 저희는 포기하지 않고 길을 찾겠습니다.

좋은교사운동은 현 상황을 계기로 구조적 문제 상황도 다시금 짚고자 합니다. 현장체험학습이 줄어든 것은 교사의 의지 부족이 아닙니다. 현장체험학습이 줄어든 데에는 교사의 용기 부족이 아니라, 교사들을 침묵하게 만든 복합적인 구조적 문제들이 있습니다. 그 실상을 분명하게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첫째, 교사의 법적 책임 경계가 지나치게 모호합니다.
현행 법체계에서 현장체험학습 중 발생하는 사고에 대한 교사의 책임 범위는 넓고 불명확하게 규정되어 있습니다. ‘보호·감독 의무’는 교사가 최선을 다해 곁을 지키고 있었어도 사고가 나면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구조로 해석되어 왔습니다. 이미 여러 교사들이 현장체험학습 중 발생한 사고로 형사소추를 받거나 민사소송에 시달린 사례들이 현장에 축적되어 있습니다. 이것은 막연한 걱정이 아닙니다. 동료가 법정에 서는 것을 직접 목격한 교사들의 지극히 정당한 두려움입니다. 책임의 경계가 법적으로 명확히 정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책임을 회피하지 말라’고 말씀하시는 것은, 그 모든 부담을 고스란히 개인에게 전가하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둘째, 민원의 구조가 교사를 소진시키고 있습니다.
현장체험학습을 기획하는 일은 단순히 목적지를 정하고 버스를 예약하는 것이 아닙니다. 숙소의 위생, 식사 메뉴의 적절성, 이동 동선의 안전, 보험 가입, 학부모 동의서 처리, 예산 집행까지, 교사는 교육활동의 기획자이면서 동시에 민원 대응 창구이자 행정 처리자이자 사고 예방 책임자를 홀로 감당해야 합니다. 조금이라도 마음에 들지 않으면 민원이 쏟아지는 구조 속에서, ‘해도 괜찮은 경험’보다 ‘안 하면 탈이 없다.’라는 판단이 합리적으로 느껴지는 것은 의지의 문제가 아닙니다. 구조가 만들어낸 필연적인 귀결입니다.

셋째, 안전 인프라와 지원 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합니다.
대통령께서는 “안전요원을 충분히 보강하고, 인력을 추가 채용해서 몇 명 더 데리고 가면 되지 않느냐”고 말씀하셨습니다. 저희는 이 말씀을 하나의 약속으로 받아들이고 싶습니다. 그러나 지금 학교 현장의 실태는 어떠합니까? 동행 가능한 안전요원은 없고, 추가 인력 배치 예산도 없으며, 인솔 교사 한 명이 감당해야 하는 학생 수는 턱없이 많습니다. 말씀하신 지원이 실제로 이루어지지 않는 한, 그 발언은 교사들에게 ‘불가능한 조건에서 그냥 감수하라’는 요구로밖에 들리지 않습니다.

정부에 정중히 요청드립니다.
우리는 이 문제를 함께 풀고 싶습니다. 현장체험학습이 줄어든 문제를 교사 개인의 태도 문제로 단순화하지 말아야 합니다. 이 문제는 법적 책임 구조의 불명확함, 생활지도 권한의 실질적 부재, 안전 인프라와 예산의 절대적 부족, 민원 시스템의 구조적 과부하가 복합적으로 얽혀 만들어진 문제입니다. 이 복잡한 현실을 직시하지 않는 한, 어떤 독려도 현장의 교사들에게는 공허하게 들릴 수밖에 없습니다.

대통령 말씀과 그 의도가 현장에서 실제 변화로 이어지려면 제안하신 내용들이 구체적 지원으로 이어져야 합니다. 안전 비용을 실질적으로 지원해 주시고, 안전요원을 충분히 확보해 주십시오. 그리고 교사의 법적 책임 경계를 명확히 정비해 주십시오. 현장체험학습 중 발생한 사고에 대한 법적 대응을 교사 개인이 아닌 기관이 대응하는 체계가 필요합니다. 

교사가 두려움 없이 교육에 전념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아이들에게 더 크고 깊은 배움의 자리가 열립니다. 교사의 행복과 학생의 성장은 서로 다른 방향을 가리키지 않습니다. 이번 대통령의 말씀이 새로운 인식과 정책적 전환이 되길 기대합니다.


2026. 4. 29.
좋은교사운동
(공동대표 한성준, 현승호)


*문의: 정책위원장 장승진(02-876-40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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