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서] 2011 학업성취도평가 시행계획안에 대한 논평
초등학생까지 전국 단위로 성적에 의한 한 줄을 세우고, 학교를 끊임없는 학력경쟁으로 몰아넣는 것이 교과부의 의도였는가?
▲ 학생의 성적을 전국 평균 대비 위치를 알려주는 것은 초등학생까지 성적에 의한 전국적 한 줄 세우기 결과를 가져오고, 학교의 전년도 대비 성적향상도 공시는 학교를 끝이 없는 성적 향상 압박으로 몰아넣을 것
▲ 학업성취도평가를 전수평가로 바꿀 때 내세웠던 학습부진아 파악 및 지원, 학습부진아에 대한 학교와 국가의 책무성 강화는 해결해야 될 과제가 산적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혀 언급이 없음
▲ 교과부는 학업성취도평가를 통해 아이들과 학교를 끝없는 성적경쟁으로 몰아넣겠다는 의도를 버리고, 학업성취도 평가로 인해 현재 학교가 겪고 있는 파행들을 해결할 대책을 내놓아야
교과부가 2011 학업성취도평가 시행계획안을 발표했다. 이 계획안에 따르면 올해부터 학생들의 성적을 종전의 4단계 성취 수준을 알려주던 것에 더하여 전국 평균 점수와 비교하여 어느 위치에 있는지까지 알려주겠다고 한다. 그리고 학교별 성적 공개도 기존의 3단계 성취 수준별 인원 공개를 넘어서 각 학교별 전년대비 성적 향상도까지 공시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렇게 될 경우 아이들은 이제 초등학교 6학년부터 자신의 전국 등수를 알게 되고, 전국의 아이들과 경쟁의식을 가지고 입시 대열에 합류를 해야 한다. 그리고 학교는 어느 정도의 학업성취도에 만족하지 못하고 전년도보다 더 높은 학업성취도를 달성하기 위해 학업성취도 문제 풀이 교육에 끝없는 매진을 해야 하는 상황에 몰리게 될 것이다.
이러한 내용은 교과부가 그 동안 공언해왔던 학업성취도평가의 목적과는 전혀 다른 것이다. 교과부는 애초 표집평가로 시행되던 학업성취도평가를 전수 평가로 전환하면서, 학습부진아 파악 및 체계적 지원, 그리고 학습부진아에 대한 학교의 책무성 강화를 명분으로 내세웠다. 사실 이 두 가지 명분은 학습부진아에 대한 대책이 거의 없던 우리 교육 상황에서 매우 의미있는 명분이었다. 그런데 교과부의 이런 명분이 진정성을 가지려면 전국적인 학업성취도평가 결과 ‘기초 미달’로 파악된 학생 명단만 학교에 알려주고, 학교가 이 학생들의 학력을 향상시키는데 필요한 인력과 재정을 충분히 지원해주며, 이 학생들의 학력 향상 결과에 대해서 책임을 묻는 방식으로 진행했어야 했다.
하지만 교과부는 처음부터 학업성취도평가 이후 ‘기초미달’ 뿐 아니라 4단계(우수학력/보통학력/기초학력/기초학력미달)로 학생에게 통보할 뿐 아니라 학교별로 3단계(보통학력 이상/기초학력/기초학력미달) 성적 상황을 공시하게 했다. 이렇게 되다 보니 모든 학교는 다른 학교보다 높은 성적을 받기 위해 학업성취도평가를 치르는 학년의 모든 교육과정을 ‘학업성취도평가’를 대비한 반복학습과 문제풀이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정규 수업 시간 외에도 방과 후나 심지어 야간까지 아이들에게 반복학습과 문제풀이 교육을 시키기 시작했다. 그러다 보니 학업성취도평가를 보는 학년의 1학기 교육과정은 파행적으로 운영될 뿐 아니라 아이들의 전인적이고 정상적인 성장이나 교육과는 전혀 맞지 않는 비교육적 현상들이 속출했다. 이러한 현상은 대학입시와 그래도 먼 거리에 있어서 상대적으로 전인교육을 보장받던 초등교육에는 직격탄이 되었다.
학업성취도평가로 인한 이러한 교육적 파행은 그 동안 여러 교육단체와 언론을 통해 충분히 문제제기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교과부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보완책을 내놓지 않고 오히려 어린 초등학교 학생까지 전국 단위로 줄을 세우고, 학교간 성적 경쟁을 넘어 학교 내에서 지난 해보다 더 낳은 결과를 요구하는 끝없는 몰아세우기를 하고 있다. 이것은 교과부가 학업성취도 평가를 전수 평가로 바꾸면서 내세웠던 학습부진아 파악 및 체계적 지원, 그리고 학습부진아에 대한 학교의 책무성 강화는 그야말로 이것을 도입하기 위한 명분이었지 실제 목적은 다른 데 있었음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교과부는 처음부터 현재 고등학생과 중학교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학력 경쟁을 초등학생까지 낮추고, 학교간 학력 경쟁을 더 심화시킴을 통해, 우리 교육에 경쟁의 심화를 통한 학력향상 구조를 더 견고히 하겠다는 것이었음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이명박 정부 이전까지 표집 평가로 실시되던 학업성취도평가를 이명박 정부 들어 전수 평가로 바꿀 때 많은 찬반 논란이 있었다. 하지만 이런 논란에도 불구하고 학업성취도평가를 통해 우리 교육 가운데 이슈가 되지 않던 ‘학습부진아’ 문제와 이에 대한 학교와 국가의 책무성 문제를 부각시켰다는 면에서는 분명히 의의를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이 의의가 제대로 살아나려면 학교간 경쟁과 성적 공개를 통해 학습부진아를 줄이겠다고 생각하지 말고, 평가를 통해 드러난 학습부진아를 학교가 제대로 도울 수 있는 방안 개발과 지원, 책무성 강화에 초점을 맞추었어야 했다. 그런데 실제로 평가를 통해 드러난 학습부진아에 대한 대책은 이 아이들이 학습부진아가 될 수밖에 없었던 원인 진단과 이에 대한 종합적 지원의 방향으로 가지 않고, 다시 이 아이들에게 문제풀이를 시켜 한시적으로 눈에 보이는 부진 탈출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다 보니 실질적으로 학습부진아 대책은 거의 진척이 없는 상황이다.
2011년 학업성취도평가 시행계획안에는 평가를 통해 드러낸 학습부진아를 어떻게 도울지에 대한 계획은 전혀 없다. 지금까지 이 부분에 대한 문제제기가 많이 되었지만 그 부분에 대한 보완책은 전혀 찾아볼 수도 없다. 처음부터 이 부분은 교과부의 관심사항이 아니었음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그리고 이 평가 도입의 원래 의도였던, 초등학생까지 성적에 대한 전국적인 한 줄 세우기와 학교에 대한 무한 학력 경쟁의 목표만 선명하게 내세우고 있다.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에 대한 절망과 지난 해보다 더 심각해질 6학년 교실이 걱정될 뿐이다.
2011년 2월 17일
(사) 좋은교사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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