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부와 교육청은 학교폭력 학생부 기재와 관련한 극단적 충돌과 이로 인한 학교 현장 혼란 야기를 중단하고 합리적인 대안을 찾기 위해 머리를 맞대야 합니다
학교폭력 학생부 기재를 둘러싼 교육과학기술부와 경기도 교육청, 강원도 교육청, 전라북도 교육청의 분쟁이 심화되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는 해당 교육청과 일선 학교에 감사반을 파견해서 학교장을 회유하거나 으름장을 놓는 행태를 보였고, 전라북도 교육청에서는 임기가 얼마 남지도 않은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을 탄핵해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와중에 경기도 교육청은 국회의장에 조정을 요청하고 있고, 강원도 교육청은 학교폭력 학생부 기재가 위헌 소지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이와 같은 상황이 벌어지게 된 근본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교과부가 학교폭력종합대책의 일환으로 학교폭력 조치사항 학생부 기재를 발표한 이후 지난 한 학기 동안 학교 현장에서는 많은 혼란이 있었다. 학교폭력 조치사항 학생부 기재한다는 경고가 학생과 학부모에게 경각심을 주는 효과가 전혀 없지는 않았지만 그보다는 우발적 폭행 사건이 학생부 기록됨으로 인한 학생들의 절망, 가해 학생과 학부모들이 학생부에 기재되지 않기 위해 담합을 하거나 학교와 교사의 약점을 파고드는 등의 문제들이 많이 드러났다. (2012년 6월 13일, 좋은교사운동이 실시한 학교폭력종합대책 시행 4개월 학교 현장의 변화를 묻는 간담회 참조)
여기에 더하여 학교폭력 조치사항을 학생부에 기재하는 것이 가해 학생에 대한 2중 처벌이 되고, 가해학생의 인권을 침해한다는 문제제기가 학교 현장과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제기되어 왔다. 그리고 이러한 문제 제기에 대한 종합적인 조사를 거쳐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 8월 초에 학교폭력 조치사항을 학생부에 기재하는 것은 인권침해의 소지가 있기 때문에 졸업 전 심의를 거쳐 중간삭제가 가능하도록 하는 조치를 취하도록 권고를 했다.
이러한 국가인권위의 권고에 대해 교과부가 좀 더 숙고하고 학교폭력 조치사항의 학생부 기재가 학교 현장에서 일으키고 있는 문제는 무엇인지, 그리고 이 조치의 인권침해 소지에 대해 어떻게 반응할 것인지 진지한 논의와 검토를 거쳤어야 했다. 하지만 교과부는 학교폭력 조치사항에 대한 학생부 기록 기간을 10년에서 5년으로 낮추고 개선사항도 함께 기록하게 했기 때문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며 국가인권위의 권고를 무시하고 말았다. 이러한 교과부의 일방적인 조치는 학생인권에 대해 보다 민감하게 생각했던 몇몇 교육청들의 반발을 불러일으켰고, 이 교육청들은 소속 학교들에게 학교폭력 조치사항을 학생부에 기록하지 말도록 하거나 기록을 보류하도록 하는 조치를 함으로써 학교 현장의 엄청난 혼란을 가져왔다.
이 사안에 대한 몇몇 도교육청의 대응 방침에도 아쉬움이 있다. 해당 교육청에서는 인권위의 권고안이 나오자마자 학교폭력 기재 방침을 보류하도록 해당 지역 학교에 지시했고, 이런 지침은 교육과학기술부의 과잉 대응을 유발하는 빌미를 제공하고 말았다. 비록 학생인권을 매우 소중하게 생각한 교육청의 입장에서 볼 때 학생인권 침해 소지가 상당 부분 있는 학교폭력 조치사항 학생부 기록에 대해 교과부가 학교 현장의 목소리는 물론이고 국가인권위원회의 조치까지 무시하는 것에 대해 옳지 않다고 느꼈을지라도 이에 대해 우선 교과부에 건의하거나 항의하거나 대화를 요청했어야 했다. 이러한 교육청의 건의를 교과부가 무시하더라도 이 부분에 대해 교육청 차원에서 정치적인 노력을 해야 할 일이고, 이러한 정치적 과정을 통해 어떠한 방식이든 결론을 내린 후 일선 학교에 조치를 내렸어야 했다. 그런데 이러한 과정을 거치지 않고 무조건 해당 지역 학교에 학교폭력 조치사항 학생부 기록을 보류하도록 지침을 내림으로 인해 학교 현장은 교과부와 교육청의 말 중 누구의 말을 들어야 할지 혼란에 빠지게 되었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학교폭력 조치사항에 대한 학생부 기재 방침이 더욱 견고해지는 결과만 가져오고 말았다.
학교폭력 처벌 사실을 학생부에 반드시 기재해야한다고 주장하는 교육과학기술부와 인권을 명분으로 맞서는 몇몇 도교육청의 반발의 과정 가운데서 이제는 ‘학교폭력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까’, ‘학생 인권을 어떻게 존중할까?’ 하는 본질적인 문제는 사라져 버렸다. 이제는 교과부와 교육청의 정치적 힘겨루기만 남았고, 학생들이 보기에도 부끄러운 치졸한 억누르기만 남았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 자체가 지극히 폭력적인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정치적 소모가 학교폭력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하등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교육과학기술부와 일부 도교육청들은 서로를 향한 정쟁을 그만두어야한다.
이제 교과부와 교육청은 이 문제를 놓고 대화의 자리에 나서야 한다. 할 수 있다면 이번 고3 학생들의 학교폭력 조치사항 학생부 기록 내용을 대학입시에 반영하는 것을 보류한 후 논의에 들어가면 좋지만, 혹 이것이 시기적으로 불가능하다면 이번 고3 학생들의 학교폭력 조치사항 학생부 기록을 대학입시에 반영하는 것을 수용한 상태에서 내년도부터 어떻게 할 것인지를 논의해야 한다. 이 대화의 자리에는 교과부와 교육청 뿐 아니라 국가인권위원회, 그리고 교원단체와 교육관련 시민단체, 학교폭력 관련 시민단체들도 함께 포함되어야 할 것이다. 그래서 이 대화의 장에서 내년 초까지 이 문제에 대한 합의를 이끌어내야 할 것이다. 교과부의 보다 전향적인 자세를 촉구한다.
2012년 9월 4일
(사)좋은교사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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