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서] 교과부의 인성교육 강화 계획에 대한 논평
새로운 인성교육 계획을 만들어 하달하기 이전에, 현재 실행중인 정책 가운데 인성교육에 반하는 내용들을 제거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교과부가 새로운 인성교육 방안을 계획하고 있다. 이주호 교과부 장관은 7월 24일 개최된 인성교육범국민실천연합 출범식에서 교과부가 인성 핵심 덕목을 구체화하여 8월말에 인성교육비전 선포식을 하고 9월에 인성교육 실천 종합 계획을 발표하여 시행하겠다고 한다.
교과부가 인성교육을 강화하겠다는 것에 대해서는 전적으로 환영한다. 그리고 9월 교과부의 인성교육 실천 종합계획에 기대를 가지고 지켜보려 한다.
그러나 우리는 교과부가 지난 4년 반 동안 학생들의 인성을 해치는 수많은 정책들을 쏟아놓고, 이에 대한 반성이나 수정 없이 무리한 정책을 일관되게 추진해온 것을 잊지 않고 있다.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을 좌지우지했던 이주호 장관이 일관되게 추진했던 것은 학교 간 성적 경쟁 강화 정책이었다. 이주호 장관은 학업성취도 평가 실시 및 성적 공개, 수능 성적 공개, 학교별 진학 결과 공개 등을 시행하였고 학교는 성적 경쟁으로 내몰릴 수밖에 없었다. 우리나라 초·중·고등학교에서 인성교육은 학교 간 성적 경쟁 속에 자리를 찾지 못했고, 그 결과가 올 초의 학교폭력 심화로 나타나고 있다. 교과부의 인성교육 강화 움직임에 우려 섞인 시선을 보내는 것은 현 교과부의 교육정책에 대한 경험 때문이다.
학교 간 성적 경쟁교육의 강화로 인해 학교폭력 문제가 심화되었을 때도 교과부는 반성이나 수정의지를 표명하지 않았다. 아무리 아이들이 죽어가더라도 성적 경쟁교육에 대한 강화 정책은 그대로 둔 채 별도의 대책을 쏟아 붓기만 했다. 교육 현장에 필요한 것은 문제 원인을 해결하는 것이지, 문제 증상에 대처하기 위한 또 다른 정책 과제를 수행하는 것이 아니다. 교사와 학생이 별도의 프로그램을 소화할 여력이 없다 보니 대부분의 정책들은 겉돌기만 하고 있다. (2012년 6월 13일 좋은교사운동 보도자료 “학교폭력종합대책 시행 4개월, 학교 현장의 변화를 묻는 간담회 결과 보도” 참조) 생활지도 담당 교사들은 학교폭력 관련 공문 처리와 연수를 다니느라 아이들에게 집중을 못하는 상황이고, 중학교 2학년 복수담임제는 많은 예산을 투입했지만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 학교 사정을 고려하지 않고 획일적으로 시달된 체육 동아리 활동 강화는 아이들의 수업 시수 부담으로 전이 되어 또 다른 스트레스로 작동하고 있는 실정이다.
교과부가 인성교육을 강화한다고 하는 것을 전적으로 환영하고 싶지만, 우려가 되는 지점이 적지 않다. 가장 우려 되는 것은 교과부가 기존 학교에 대한 성적 경쟁 중심의 정책을 그대로 둔 채 새로운 인성교육 정책을 쏟아 붓는 것이다. 학교 현장은 포화상태이다.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고 해도 이를 소화할 수 있는 여력이 없다. 인성교육을 실시할 여건이 되지 않는 가운데서 새로운 정책을 이행하라는 압박이 내려올 때는 또 다른 왜곡이 이루어지게 될 것은 불 보듯 빤하다.
교과부가 인성교육에 대한 진정성을 가지고 있다면 먼저 현재 교과부가 실시하고 있는 정책들이 아이들의 인성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하는 작업부터 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아이들의 인성을 심각하게 해치는 정책은 폐지하거나 수정하는 의지를 보여주어야 한다. 그리고 중요하지 않은 정책들을 철회하여 학교 가운데 새로운 인성 교육이 들어갈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주어야 할 것이다. 이것이 바로 교과부가 보여야 하는 진정성이다. 이러한 작업 없이 인성 교육을 강화하려 새로운 정책들을 쏟아놓는다면 제대로 된 결실을 맺을 수 없을 것이다.
교과부가 준비 중인 새로운 인성 교육의 내용이 무엇인지 알 수 없지만, 이 정책을 전국 학교에 적용하기 전에 충분한 검증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이 정부의 임기가 끝나기 전에 눈에 보이는 무언가를 실시할 수 있다는 판단은 현 교과부가 저지를 수 있는 가장 치명적인 오판이 될 것이다.
2012. 7. 24
(사)좋은교사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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