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서] 정부의 스마트교육 추진 전략에 대한 논평

 

교과부는 학교 현장의 의견 수렴없이 관련 기업 중심으로 추진하고 있는 고비용 저효율의 스마트 교육 추진 전략을 전면적으로 수정해야 합니다.

 

▲디지털 교과서 사업과 클라우드 사업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는 교과부의 스마트교육추진 전략은 고비용 저효율의 인프라 사업이다.

 

▲학교와 교사의 자발성을 전제로 하지 않은 기업, 정부 주도형 스마트 교육 사업은 예산 낭비로 끝날 것이고 학교 수업의 실질적인 개선을 이끌어내지 못할 것이다.

 

▲현재의 스마트교육 추진 전략을 중단하고, 교사들의 자발적인 스마트교육 실험들을 지원하고 그 성과를 공유하는 방향으로 천천히 추진해야 한다.

 

▲『스마트교육을 위한 클라우드 교육서비스 기반 조성 정보화전략계획(ISP)』의 중간 점검과 공청회를 요구한다.

 

 

교육과학기술부는 2011년 6월 29일 ‘스마트 교육 추진 전략’을 발표한 이후, 이와 관련된 교육계의 많은 비판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예산을 쏟아 붓고 있다. 그리고 지난 APEC교육장관회의에서도 스마트교육추진 전략을 우리 교육의 미래 청사진으로 제시했고, 시·도교육청도 스마트교육과 관련된 연수와 스마트교육추진을 위한 사전 작업을 준비하고 있다. 그리고 이에 따라 교육 관련 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는 논란이 있는 교수학습 방법을 대단히 성급하게 전면적으로 적용시키려 한다.

스마트 교육은 개인용 디지털 기기 사용을 전제로 한다. 그러나 개인용 디지털 기기를 사용한 학습은 학생의 뇌와 시력, 정서, 시간활용에 악영향을 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개인용 디지털기기를 사용한 학습이 우수한 학습 결과를 가져오게 될 것이라 단언할 수도 없다. 한 번 도입된 디지털 기기는 일종의 인프라 역할을 하기 때문에 상당 기간 동안 학교 교육에 영향을 주게 될 것이고, 학생과 교사의 학교 일상도 그 영향 아래에 놓이게 될 것이다. 교육과학기술부는 디지털 기기가 학생의 뇌건강과 시력과 정서, 시간활용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담론이 끊이지 않고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스마트교육추진 전략은 지금까지 해왔던 교육정보화 산업과 다르다. 지금까지 해왔던 교육 정보화 산업은 학교의 정보화 기기 설비와 정보 시스템을 고도화하는 데 집중해왔다. 그러나 스마트교육추진 전략은 학생들의 손에 놓일 개인용 디지털 기기의 활용도를 증진시키기 위한 사업이다. 따라서 스마트교육추진 전략은 학교를 넘어 학생의 삶과 국민의 삶에 영향을 주게 된다. 디지털 기기가 사람의 삶에 미치는 영향은 여전히 논란거리이다. 그러므로 교육과학기술부는 보다 신중하게 정책을 구현해야 한다.

 

▲스마트교육추진 전략은 지나치게 많은 예산을 소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2011년 6월 29일에 발표한 스마트교육추진 전략 문건에는 스마트 교육을 위해 2015년까지 2조2280억 원의 예산이 투자되어야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고, 2011년 10월에 발표한 스마트 교육추진 전략에는 국고, 특별교부금에서 총2,835억 원을 투자하게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물론 이는 추정치이고, 구체적인 예산 계획은 『스마트교육을 위한 클라우드 교육서비스 기반 조성 정보화전략계획(ISP)』이 수립되고 내년도 시·도 교육청 예산이 세워져야 보다 분명히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스마트교육추진 전략이 내세우고 있는 우리 교육에 대한 큰 그림은 인프라 사업을 기반으로 한다는 점에서, 막대한 예산이 지출될 것은 눈에 보듯 선하다. 스마트교육추진 전략을 두고 교육관련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뛰어드는 것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다. 스마트 교육 인프라 구축되고 난 후 자연스럽게 따라오게 될 지속적인 관리, 유지비용 지출 역시 교육관련 기업에게는 모른 체 하기 힘든 유혹일 것이다.

정치는 한정된 재정을 어디에 배정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1997년부터 2008년까지 교육정보화 사업에 3조 9천억 원의 재정을 투입하였다. 그리고 교육과학기술부는 스마트교육추진 전략이라는 또 다른 교육정보화 사업에 막대한 예산을 배정하기로 결정하였다. 그러나 이와 같은 교육 정보화 사업이 우리나라의 교육의 질을 실질적으로 향상시켰다고 단언하기는 어렵다.

스마트교육추진 전략은 예산 낭비 사업이 될 가능성이 크다. 스마트교육추진 전략의 이행은 시·도 교육청으로 넘어가게 될 것이고, 시·도 교육청은 이 사업을 받아 진행하면서 우리가 기대하는 것 이상의 예산 낭비를 초래할 가능성이 다분하다. 한정된 교육 예산을 교육적 필요가 절실한 곳부터 배정해야 한다.

 

▲스마트교육추진 전략은 기업과 정부 주도의 교육 사업이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스마트교육을 위한 클라우드 교육서비스 기반 조성 정보화전략계획(ISP)』을 SK텔레콤 컨소시엄(SK텔레콤, KT, 삼성전자, 마이크로소프트, 시스코, SK C&C, 비상교육, 천재교육, 인크로스 등이 참여)에 맡겼다. SK텔레콤 컨소시엄은 △클라우드 기반 인프라 구축 방안 수립 △스마트교육 플랫폼 구축 방안 수립 △스마트교육 콘텐츠 유통체제 구축 방안 수립 △학교 정보화기기 보급 방안 수립 △클라우드 교육서비스 기반 조성 과제 시행 전략 수립 이라는 5개 과제를 수행한다. 이는 스마트교육의 구현을 위한 실질적인 가이드라인을 세우는 작업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교육과학기술부는 이 계획을 스마트교육 관련 사업과 직접적인 이해가 맞닿아 있는 기업에 넘겨주었다.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격이다. ISP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아직은 알 수 없지만, 스마트교육 인프라 사업의 지도를 그리는 작업을 관련 기업이 하고 있는 작금의 상황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지나치게 성급한 교육과학기술부의『스마트 교육 전면화』방침에는 해당 기업의 이해가 깊이 깔려있다고 할 수 있다. ISP만 그런 것이 아니다. 스마트교육과 관련된 교육과학기술부의 사업 중, 관련 기업들을 대동하는 사업은 적지 않다. 교육과학기술부가 관련 기업들과 함께 전국적으로 시행하고 있는 스마트교육콘서트가 그 예이다. 스마트 교육 콘서트는 시공미디어, 삼성, SK텔레콤, 마이크로 소프트, 인텔이 함께 협력하는 스마트 교육 홍보 연수 프로그램이다. 이 행사장에 가보면 교사 대상으로 관련 기업 홍보를 하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실제로 서울에서 실시된 스마트교육콘서트에서는 마이크로소프트의 담당 직원이 교육과학기술부 주최 행사의 사회를 보는 이해할 수 없는 상황도 버젓이 연출되었다. 참석 대상 교원들은 연수 출장으로 이 행사에 참여할 수 있다.

그러나 현장의 반응은 냉랭하다. 학교 현장에 간절히 바라는 것은 개인용 디지털 기기를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추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혹 스마트교육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해도, 교육과학기술부가 지금처럼 모든 계획을 다 세우고 이와 관련된 틀을 기업체를 통해 구축하여 천문학적인 돈을 투여하는 방식은 부적절하다. 교육과학기술부는 학교 현장 가운데서 스마트기기를 활용한 교사들의 자발적인 움직임을 유도하고 장려하는 것을 우선해야 한다. 그리고 이 모임을 통해 스마트기기를 활용한 다양한 수업혁신 모델을 도출하고, 그것이 교사와 학생들 가운데서 좋은 반응을 얻기 시작하면서 확산이 되면, 정부는 그 때 이를 어떻게 지원할 것인지를 논의하는 것이 옳은 순서다. 2011년에 추진 전략을 발표하고 2015년에 사업을 완료하겠다는 발상과 지금의 추진 상황은 현장적용의 실패와 또 다른 문제 양산을 예고한 것이나 다름없다.

지금까지 교육과학기술부가 주도하여 전면적으로 시행한 교육 사업 중 어떤 것이 자기 기능을 충실히 다했는지 묻고 싶다. 수많은 교육 사업을 벌여왔지만, 교사의 자발성을 촉진시키지 못한 정부 시책은 자기 자리를 찾지 못하고 또 하나의 문제꺼리로 작동되었다. 학교 서열화를 촉진시킨 자립형 사립고 정책이 그러하고, 학교 현장의 혼란을 가중시킨 집중 이수제 정책이 그러하고, 학생들의 고통을 양산시킨 국가수준학업성취도 평가 정책이 그러했다. 스마트교육추진 전략 역시 마찬가지이다. 스마트교육도 지금처럼 학교 현장의 요구와 무관하게 정부와 기업이 엄청난 재정을 투입하는 방식으로 추진하게 되면 학교 현장의 또 다른 애물단지가 될 것이 분명하다.

 

 

(사)좋은교사운동은 교육과학기술부에 다음과 같은 전면적 수정을 요구한다.

 

▲디지털 교과서 사업은 폐기해야 한다.

디지털교과서 사업은 개인용 디지털 기기 사용을 전제로 한다. 논란이 있는 교육 방법을 교육과학기술부가 선도적으로 끌고 갈 이유는 어디에도 없다. 또, 디지털 교과서 사업은 디지털 교과서를 운영하게 하기 위한 인프라 구축을 필요로 하고, 이 디지털 교과서를 위한 인프라 구축에 지나치게 많은 예산이 투입될 것이다. 디지털 교과서 사업이 어떤 양태의 결과물을 도출할지 아직은 알 수 없다. 그러나 디지털 교과서를 위해 투입되는 예산액에 걸맞은 인상적이고 혁신적인 교수학습도구는 탄생하지 않을 것이다. 디지털 교과서는 스마트교육추진 전략이 갖고 있는 고비용 저효율성을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도구가 될 것이다. 개인용 디지털 기기 사용 확산을 전제로 한 디지털 교과서 사업은 중지되어야 한다.

 

▲단위 학교에 무선망을 설치하는 사업도 중단해야 한다.

스마트교육과 관련된 논의에서 빠지지 않는 것이 무선망 사업이다. 단위 학교에 무선망을 깔지 않으면 스마트교육을 할 수 없을 것 같은 분위기이다. 그러나 정보통신 환경은 항상 진화한다. 무선망 사업을 서두를 필요 없다. 스마트 교육은 무선망이 아닌, 현재의 통신 방식을 활용하는 것을 통해서도 가능할 것이다. 교육과학기술부가 내세우는 기업의 교육 기부는 이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교육과학기술부의 스마트교육추진 전략은 학생과 교사, 학교를 위한다기 보다는 무선망 사업자와 클라우드 서버 사업자, 네트워크 사업자, 운영체제 사업자, 교육콘텐츠 사업자 등 교육관련 기업을 위한 것으로 의심된다.

스마트 교육과 관련된 보도 자료를 보면 ‘스마트 교육 산업 수출에 도움이 된다.’는 식의 문구가 종종 등장한다. 그런 문구를 볼 때마다 교육과학기술부가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지 의심스럽다.

 

▲학교 내에서 스마트교육을 실시하고자 하는 교사들을 지원하는 일에 집중하고. 이를 통해 스마트교육이 학교 수업 개선의 실질적 도구가 되어 퍼져나갈 수 있도록 지원하라

스마트 교육 역시 여러 교수학습방법 중의 하나로 자리매김할 여지가 충분하다. 원하는 교사가 개인용 디지털 기기를 활용하는 수업을 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것도 교육과학기술부의 역할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교과부가 지금처럼 교육적 목적이 아닌 다른 목적을 가지고 스마트교육을 성급하게 전면화하려하면 스마트교육은 학교 현장에서 좋은 교수 전략으로 자리를 잡을 수 없다.

지금도 학교 현장에는 스마트교육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이를 활용한 다양한 교수학습 방법개발에 매진하는 교사들이 많이 있다. 교과부는 이들이 스마트교육을 마음껏 할 수 있는 여건 마련하는 일에 집중해야 한다. 그리고 그들이 만들어내는 성과를 다른 교사들에게 알리는 역할을 하면 된다. 이것이 정말 좋은 교육방법이라면 대다수의 교사들이 이를 원할 것이고, 그 상황을 보고 전면화를 논의하면 된다. 이렇게 되면 스마트교육은 우리 교육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 진행 중인 『스마트교육을 위한 클라우드 교육서비스 기반 조성 정보화전략계획(ISP)』의 중간 점검과 공청회를 요구한다

현재 교과부가 교육 관련 대기업들에게 용역을 주어서 진행 중인 『스마트교육을 위한 클라우드 교육서비스 기반 조성 정보화전략계획(ISP)』은 스마트 교육의 중요한 설계도가 될 것이다. 그런데 이 계획이 학교 현장의 의견 수렴 없이, 그리고 그 내용의 진행과정에 대한 공개 없이 이 사업의 실질적 수혜자가 될 기업들이 주축이 되어 진행되고 있다. 이 내용에 대한 중간점검과 공청회가 있어야 할 것이고, 이에 대한 학교 현장의 의견 수렴 과정이 있어야 할 것이다.

 

2012. 6. 12

 

(사) 좋은교사운동

 

Posted by 좋은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