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과학기술부는 지난 3월 16일부터 18일까지 일산 킨텍스 2전시관 10홀에서 『2012 대한민국 교육기부 박람회』를 열었다. 이 박람회에는 130여 개의 기업, 대학, 연구기관, 단체, 협회가 참여하였으며 첫날 오전 10시경 이명박 대통령이 방문하였고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이 교육기부 컨퍼런스의 축사를 맡고 하루종일 자리를 지킬 정도로 정부가 높은 관심을 가진 행사였다.

교육기부 사업을 통해 학생들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기울이고 새로운 기부 문화를 형성하여 사회 통합에 기여하고자 한다는 교육기부 박람회의 취지에는 공감을 한다. 하지만, 『2012 대한민국 교육기부 박람회』의 내용을 살펴볼 때 기업은 교육기부의 명분을 활용해 학교 가운데 새로운 이익을 창출하기 위한 기반을 조성하고자 하고, 교과부는 기업에게 영리 창출에 참여할 수 있는 문을 제공함을 통해 이를 바탕으로 스마트교육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자 하는 의도들이 곳곳에서 드러나 있었다.

교육기부 박람회의 첫날(16일), 박람회장 근처의 308호 A 회의실에서는 또 다른 행사가 진행되었다. 그것은 교육과학기술부와 시스코(CISCO)의 스마트 교육 활성화를 위한 MOU체결식이었다. 이 행사에도 이주호 장관이 참석했고 마이클 스티븐스 시스코 시스템즈 부사장이 참석하였다. 시스코는 네트워크, 서버 사업을 하는 미국의 대기업으로 세계 네트워크 장비 시장의 3분의 2를 점유하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시스코를 비롯한 대기업들의 교육기부 박람회 참여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시스코와 교육과학기술부의 MOU에 이어진 교육 기부 컨퍼런스에서 시스코 시스템즈의 부대표 마이클 스티븐스 부사장은 기조연설을 통해 한국의 교육과학기술부 고위 관료들이 스마트 교육에 대한 깊은 관심을 갖고 있는 것에 감사를 표했다. 그리고 자신들이 벌이고 있는 교육관련 사업의 성과들에 대해서 설명하였다. 뒤를 이은 우리나라 수학 사교육업체 MPDA의 발제에서도 자신들의 교육 사업에 대한 이야기가 빠지지 않았다. MPDA는 서울에 8개 직영점, 지방에 약 600개의 가맹점을 보유한 온라인 수학교육 업체다. MPDA는 저개발 국가 수출로 해외진출 첫 발을 뗐다. 지난해 매출 80억원을 올린 MPDA의 올해 매출 목표는 140억원으로 순증액 모두를 해외에서 벌어들일 계획이라고 한다. 이날 발제자로 참석한 원상호 MPDA대표는 해외에 e-book을 보급하는 일을 해나가겠다고 이야기했다.
그 뒤로 이어진 기조 강연자는 인텔의 톰 번즈 콘텐츠서비스 디렉터였다. 그 다음 발제는 한국 기업들의 교육기부 초기 모형에 대해 발제한 이 영 교수였다. 그 뒤를 이은 종합토론의 진행은 스마트 교육 자문위원회 위원장 천세영 교수가 하였다. 이 컨퍼런스의 기조 강연자와 발제자들은 이 영 교수를 제외하고 모두 스마트 교육과 깊은 관련을 맺고 있는 사람들이다.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은 이날 교육 기부 컨퍼런스의 축사에서 교육기부 박람회에서 스마트 교육은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교육기부 컨퍼런스를 채운 내용들 역시 대부분 스마트 교육과 매우 밀접한 관련을 갖고 있다.

전체적으로 볼 때 교육과학기술부가 교육기부라는 이름으로 스마트 교육 시장을 열어주고 기업들은 교육관련 기업들은 이를 통해 교육 시장을 선점하려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우리 교육의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우리나라 교육 공동체의 집중된 노력이 필요하다. 교육 문제의 핵심과 본질에 접근한 교육 사업들이 추진되어야 하고 이런 사업들에 많은 예산이 투입되어야 한다. 그런데 현재 정부가 공공영역에 민간자본을 끌어들여 급속하게 추진을 하고, 그곳에서 발생하는 이익을 기업이 취하게 하거나 국가가 일정 이상의 이익을 보장해주는 방식으로 스마트 교육을 추진하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된다.

우리나라 교육계에는 스마트 교육 활성화 보다 더 시급한 일들이 숱하게 널려 있다. 그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투입되어야 할 교육공동체의 노력과 예산이 교육 관련 기업들의 이익을 채우기 위해 사용되어서는 안 된다. 사교육업체들과 교육 기자재, 교육 환경 구축 관련 기업들은 교육 문제의 핵심과 본질을 해결하는 것에 큰 관심이 없다. 그들의 관심은 학생과 교사, 학교를 통해 이익을 얻는 일에 있다. 그런데 이러한 부분에 대한 세심한 고려없이 교육관련 기업을 끌어들여 스마트 교육을 빨리 추진하고자 하는 교과부의 무분별한 과욕은 자칫 학교에 교육시장을 끌어들이는 역할만 할 우려가 커 보인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스마트 교육 추진 전략 추진에 있어서도 교육의 공공성을 책임지는 국가 기관으로서 좀 더 책임 있는 역할을 해야 한다. 스마트 교육은 대단히 성급히 추진되고 있으며 교육관련 기업들은 스마트 교육을 통해 창출될 새로운 시장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교육의 공공성과 교육 문제의 본질을 생각하지 않고 기업들에게 교육 시장을 개방하는 일에 열심을 내고 있는 교육과학기술부의 태도는 국가 공공기관이 취해야할 것이 아니다. 스마트 교육 사업에 기업들이 뛰어들어 가져가려는 국가 예산은 더 시급한 교육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쓰여야 마땅하다. 교사와 학생이 가르침과 배움을 펼치는 학교는 기업들이 수익을 얻어가는 대형 할인 마트가 아니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우리 교육의 본질적 문제 해결을 위해 좀 더 맑고 투명한 정신으로 일해야 할 것이다. 
 
  
   

2012년 3월 19일

(사)좋은교사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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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좋은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