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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불필요한 논쟁을 만들지 마시고, 예산과 인력을 투입하여 실효성 있는 정책을 만들어 주십시오.

성명서·보도자료

by 좋은교사 2023. 7. 28.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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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좋은교사운동 공동대표 현승호


나는 애도한다. 
나는 교실 옆 창고에서 홀로 겪었을 선생님의 외로움과 고통, 슬픔을 애도한다. 
나는 이 일로 고통받고 슬프고 분노하는 대한민국 교사들의 고통을 애도한다.
나는 학생 인권과 교사 인권을 구분하는 사회를 애도한다. 
나는 대한민국 교사에 대한 신뢰가 아닌 다수의 불신을 애도한다. 
나는 학부모가 협력이 아닌 공격으로 반응하는 것을 애도한다. 
나는 교사를 보호할 수 있는 울타리가 보이지 않는 사회를 애도한다. 
나는 교육의 의미와 건강함을 잃은 대한민국을 애도한다. 
나는 이 슬픔이 다른 변화로 연결되기를 기대하며 애도한다. 

오늘도 교실에서 고통받고 신음하는 선생님들을 애도하며, 저희 좋은교사운동에서 실시한 애도 서클에서 함께 나눈 애도문을 공유합니다. 저희는 이번 사태가 교사들 안에서만 들끓다가 꺼지는 것이 아니라 전국적인 애도의 물결로 이어져, 실제적인 변화로 연결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교육부는 지난 24일 ‘교권 강화’ 의지를 밝히는 브리핑을 진행하였습니다. 그리고 어제는 교육부와 국민의 힘이 당정협의를 진행하였습니다. 이번 교육부의 발표와 당정협의안과 관련하여 먼저 두 가지 문제점을 지적하고, 두 가지 정책을 제안하고자 합니다.

첫 번째, 교육부의 지난 브리핑은 학생의 인권과 교사의 교권이 상호 대립되는 듯한 인상을 남겨 불필요한 논쟁만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교권침해 통계를 보면 학생인권조례가 있는 지역이든, 없는 지역이든 상관없이 전국적으로 일어나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교육부는 계속 학생 인권을 문제 삼고 있습니다. 지금 우리 선생님들은 학생의 인권을 ‘제한’해 달라고 하는 것이 아니라 교권을 ‘보호’해 달라고 하는 것입니다. 이를 통해 다수 학생들의 인권 역시 보호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둘은 결코 대립되는 개념이 아니라 상호 보완되는 개념입니다. 

교실에서 한 학생이 교사에게 폭언을 하여 교권이 침해되면 당연히 다른 20명의 학생 학습권이 심각하게 침해됩니다. 이때 해당 학생을 교실에서 일시적으로 강제 분리하면 이는 다른 20여 명의 학생의 학습권을 ‘보호’하는 행위입니다. 이것이 폭언한 학생의 학습권을 침해하는 것일까요? 아닙니다. 타인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권리 침해자의 권리를 일시적으로 제한하는 것은 현행 우리 헌법과 법률에 공통적으로 담겨 있는 원리입니다. 이 당연한 원리가 유독 교실에서 지켜지지 않았을 뿐입니다. 이 당연한 원리가 지켜지는 데는 학생인권조례의 개정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아동학대처벌법의 개정 또는 훈육과 훈계 과정에서 당연히 따라오는 부정적인 감정이나 인간 본연의 수치심을 ‘정서 학대’라고 말하는 이 개념의 오용을 바로 잡아야 할 것입니다. 

교육부의 당정협의안을 보면 8월 말까지 학생 생활지도 관련 고시안을 마련하겠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동시에 고시의 취지를 반영하여 학생인권조례를 개선하겠다고도 하였습니다. 이러면 결국 교사의 정당한 생활지도가 무엇인지에 대해 그 범위를 설정하게 될 이 고시안이 불필요한 학생인권 논란의 도구가 되지 않을까 매우 우려됩니다. 이에 이번 고시안을 작성할 때, 반드시 생활지도 전문가인 일선 학교 선생님들을 참여시켜 고시안을 마련하시기 바랍니다.

참고로, 좋은교사운동에서는 브리핑 이후 고시안에 들어가야 할 내용에 대한 설문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오늘 아침까지 전국 초중고 약 450여 명의 선생님들이 설문에 참여하고 계시는데 그중 가장 많이 중복된 내용이 ‘교실에서 다른 학생의 학습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학생에 대한 분리 조치’에 관한 내용이었습니다. 선생님들의 바람은 그저 아이들과 안전한 환경에서 제대로 수업하고 싶은 것뿐입니다. 이에 교육부에서는 더 이상 학생인권과 관련된 불필요한 논쟁을 만들지 말고, 무엇보다 생활지도 고시안을 만드는 과정에 현장 교사들의 참여와 검토를 반드시 담보해주십시오.

두 번째로 교권침해 사안을 마치 학교폭력 사안처럼 생활기록부에 기재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다시 한번 숙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교육부는 지난 브리핑에서 교사의 96%가 교권침해에 대해서 생활기록부에 기재해야 한다고 응답했다고 하셨습니다. 그러나 지금 저희가 진행하고 있는 자체 설문에서는 오늘 아침까지 약 50%가 넘는 선생님들이 교권침해에 대한 생활기록부 기록은 부작용이 많아 다른 방법이 필요하다고 응답해주셨습니다. 즉, 선생님들은 애당초 교권침해를 받지 않을 보호 장치를 만들어 주기를 바라는 것이지, 교권침해를 이미 당한 후에 스스로 교권침해 받은 내용을 다시 떠올리며 생기부에 기재하기를 원하지 않는 교사가 많다는 것입니다. 또한 이로 인해서 각종 생활기록부 취소 소송과 고발에 휘말리고 싶어 하지도 않는다는 것입니다. 이에 교사와 학생, 학부모 사이의 엄청난 법적 분쟁을 불러올 수 있는 교권침해 사안을 생기부에 기재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다시 한번 숙고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정말 실효성 있는 변화를 위해서는 반드시 예산과 인력의 투입이 뒤따라야 합니다. 왜 여전히 새로운 예산과 인력의 과감한 투입이 없는 손쉬운 방법, 현장에서 교권을 침해받은 선생님 본인이 스스로 사안을 처리해야 하는 방식입니까? 

생활기록부에 교권침해 사안을 기록하는 일, 그 일 역시 결국 교권침해를 당한 당사자인 선생님이 해야 하는 일입니다. 일부 지역 교육청에서 이야기 하는 상벌점제도 부활 역시 벌점을 부과하고, 기록하고, 부모에게 문자 보내고, 그에 대한 문의 전화를 받는 이 일 모두 교권침해를 당한 선생님 본인이 해야만 합니다. 
이미 존재하는 교권보호위원회(이하 교보위)가 왜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지 아십니까? 현재 교보위를 열고 학생 징계를 줘도 교내 봉사 같은 경우 그걸 교사가 다 옆에서 지켜가며 시켜야 하고, 심지어 등교중지의 경우, 가정에서 학습할 내용까지 제공해야 하는 시스템입니다. 교보위를 열고도 뒷감당으로 해야 할 수많은 일을 해당 교사가 감당해야 하니, 교보위가 오히려 교사를 더 힘들게 한다는 것입니다. 

앞으로 더 많은 선생님의 죽음을 막으려면 예산과 인력을 투입하십시오.

먼저, 학교에 아동 정서행동지원 전문가를 배치하시거나 별도의 전문교사 인력을 양성하고 배치하십시오. 정서행동에 문제가 있는, 일명 금쪽이들을 필요시 제재하고, 분리할 수 있는 공적 권한을 가지면서도 동시에 금쪽이를 제대로 케어하고, 교실에서의 긍정적 행동지원을 코칭 하고 지원할 수 있는 전문 인력을 양성하여 투입해야 합니다. 

 초등학생이 다른 학생의 이마에 연필로 상처를 낸 상황이 미국의 학교에서 일어났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교실에서 이를 목격한 교사의 임무는 일어난 일을 정확하게 교장에게 보고하는 걸로 끝납니다. 신속한 보고를 위해 교사들과 교장은 무전기를 휴대합니다.. 보고를 받은 교장은 현장에 도착하여 가해 학생을 곧바로 교장실로 데려갑니다. 이 자리에는 사회복지사, 상담사와 같은 행동지원 전문가와 교감이 배석하고, 교장은 자신이 보고 받은 일이 사실인지 가해학생에게 확인하고 다른 학생에게 상해를 입힌 일이 얼마나 중대한 잘못인지 인식시킵니다. 학생은 교칙에 의거 수일간 정학에 처해지고, 곧바로 하교 조치됩니다. 교장은 가해학생의 학부모를 소환합니다. 학생과의 만남과 마찬가지로, 교감, 상담사, 행동지원전문가 등 관련 전문가들이 동석하여, 일어난 일을 학부모에게 상세히 알리고, 학생이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동기를 분석하고, 학생이 가정에서도 유사한 폭력성을 보였는지, 다른 문제행동은 없었는지 학부모의 의견을 청취하고, 학교의 지도방침 및 추후 지도방향을 전달합니다. 학교와 학부모 사이에 오간 모든 대화는 꼼꼼히 기록하여 추후  있을지 모를 민원이나 송사에 대비합니다. 필요에 따라 상담사 또는 사회복지사는 상담 등 지역사회 안에 학생과 학부모가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곳들을 안내하고 학교가 추천한 도움을 학생이 받고 있는지, 학교가 더 필요한 도움을 제공할 수 있는지 추후 확인 작업을 거칩니다. (사례제보: 애리조나 주립대학 안준길 교수) 

이렇게 해야만 금쪽이도 살고, 다른 학생도 살고, 교사도 삽니다

둘째로 교육부에서는 민원 대응 메뉴얼을 만들겠다고 하셨지만, 또 다시 메뉴얼 대로 했느니 안했느니 하는 분쟁에 휘말리게 하지 마시고, 각 학교 별로 민원에 대응할 수 있는 별도의 창구를 일원화하사고 민원 응대 시스템을 구축해 주십시오. 
2010년대에 들어오면서 대한민국에 민원은 어디에나 있습니다. 학교만이 아닙니다. 민원이 없는 기관은 없습니다. 그래서 다른 모든 기관이나 기업들은 점점 늘어나는 민원에 대응하는 시스템을 촘촘히 진화시켜 왔습니다. 예전에는 각 매장에서 직접 전화해서 이야기 했었지만 이제는 본사에서 모든 민원응대 서비스를 하고 각 매장에는 직접 전화 연결이 안 되는 경우를 많이 경험하셨을 것입니다. 온라인 기업의 경우에는 AI가 민원응대를 하기도합니다. 서울시청도 다산콜센타가 있고 다른 지역도 마찬가지 입니다. 그런데 유독 학교만이 이러한 민원응대 창구와 시스템이 전무합니다. 모든 민원이 바로 업무 중인 담임에게 직접 들어옵니다. 전화 문자 뿐 아니라 방문 민원의 경우에도 대응창구를 단일화 해야함은 당연합니다. 기업과 기관은 효율적인 업무와 직원보호를 위해서 민원 응대 시스템을 촘촘히 진화 시켜 왔는데, 교육부와 교육청은 이제까지 이를 방치하며 좋은 수업을 요구합니다. 

저는 민원 창구와 민원 응대 시스템이 만들어지면 안전하게 교사와 학부모님들이 그 시스템 속에서 소통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학부모님들 역시 편하고 안전한 시스템 안에 자연스럽게 녹아드실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로 인해 그 동안 있었던 악성민원에 대한 담임들의 피해는 현저히 줄어들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저희 좋은교사운동에서 실시하는 애도와 추모 서클에 참여 신청해주신 선생님께서 남긴 글로 마무리하려 합니다.

우울하고 기력이 없습니다. 신규 1, 2년 차 연속 1학년 담임을 하면서 겪었던 일이 계속 생각납니다. 치료가 필요한 분노조절장애 폭력학생, 교실 앞에서부터 뒤까지 친구를 끌고 가며 때리던 학생이었습니다. “선생님이 어떻게 가르쳤길래 내 아이가 친구를 때렸냐?” 고 말하는 부모, 피해학생 부모에게 이 사실을 자세하게 알려서 일을 크게 만들었다는 관리자. 
아침과 오후에 찾아오고 전화하고 고소하겠다는 학부모. 주말에 온 전화도 받고, 학부모 전화는 먼저 끊지 말라던 관리자. 저경력 교사 운운하던 동료교사…바보같이 당하던 25살의 나...자꾸 생각나요.  분노, 슬픔, 울분, 무기력을 느끼며 하루하루 간신히 지내고 있습니다. 과거의 일로 이미 병이 왔고 치료받고 극복한다고 했지만 여전히 답답한 교직 현장. 무시당하고 협박당하고 얻어맞고 있는 현재 학교 동료들, 친구들, 손발이 묶인 교사들... 벌써 10년 차 교사가 되어 경력이 쌓여 윤리부장, 학폭담당도 하며 민원 대응도 하고, 교사 그만둘 각오로 학생 지도도 하며 하나님 보호 아래 여기까지 무사히 왔지만... 힘드네요. 힘들어요. 서이초 선생님, 그리고 이 땅에 고통받았던, 지금도 고통받고 있는 모든 동료의 울분, 수치, 무기력에 애도를 표하고 싶습니다. 제가 살고 싶어 애도 서클을 신청합니다.
  
지금 선생님들은 집단적 PTSD 상황을 겪고 있습니다. 여기 계신 국회의원님들 도와주십시오. 예산과 인력을 투입해서 정말 실효성 있는 정책 만들어 주십시오. 저희 교권의 ‘강화’까지 바라지도 않습니다. 그냥 교실에서 아이들과 행복하게 수업할 수 있도록 ‘보호’만이라도 해주십시오. 우리 아이들을 위해서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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