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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서] 교육감 직선제 폐지 논란에 대한 논평

성명서·보도자료

by 좋은교사 2015. 4. 27.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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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지난 지방선거에서 고승덕 후보에 대한 허위사실을 공표했다는 이유로 1심에서 당선무효형에 해당되는 벌금 500만원을 선고받았다. 아직 2심과 3심이 남아있기 때문에 결과를 더 지켜봐야겠지만 일단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다는 사실 자체가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이 사실을 근거로 해서 일부 교원단체와 언론에서 곧바로 교육감직선제 폐지를 주장하는 것은 논리적 비약일 뿐 아니라 교육에 대한 주민 참여와 결정이라는 교육자치의 근간을 흔드는 무책임한 행위가 아닐 수 없다.

이들이 교육감직선제 폐지를 주장하는 첫 번째 근거는 교육감 직선제가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을 해친다는 것이다. 물론 현재 교육감 선거의 구도가 진보와 보수로 나누어진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는 현재 진보와 보수로 나누어진 우리 사회 현실의 반영이지 제도의 문제는 아니다. 현재 교육감 선거 후보는 다른 선거와는 달리 교육의 중립성을 위해 정당에 가입해서는 안 되고 정당에서 후보 추천에 개입할 수 없다. 그런데 만약 교육감 직선제 폐지를 주장하는 사람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교육부가 교육감을 임명하게 되면 정당의 후보로 당선된 대통령과 여당의 정치적 성향에 맞는 사람이 임명되기 때문에 정권의 정치적 성향에 강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단체장과 러닝메이트제로 선출할 경우 단체장의 정치적 성향에 종속되게 된다. 현 교육감 선거가 진보와 보수로 나누어지는 문제가 있다면 그것이 원인이 되는 우리 사회의 진보와 보수 대립 구도를 완화시키기 위한 노력을 해야지 그나마 교육의 정치적 중립을 보장하기 위한 제도를 없애겠다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일반 주민들이나 학부모들은 교육이 정치에 휘둘리는 것을 가장 싫어하고 경계하는 사람들이다. 따라서 그들에게 교육감 결정권을 주는 것이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을 지킬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교육감 직선제 폐지를 주장하는 두 번째 근거는 교육감 직선제가 헌법적 가치인 민주주의, 지방자치, 교육자주의 가치를 충족시키기 어렵다는 것이다. 교육감 직선제가 시행된 이후 현실 속에서 헌법적 가치인 민주주의, 지방자치, 교육자주의 원칙을 어느 정도 충족시키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논의가 필요하고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려는 노력은 필요하다. 하지만 현 교육감 직선제라는 제도 자체는 현 상황에서 헌법적 가치인 민주주의, 지방자치, 교육자주를 지키기 위한 최선의 길인 것은 분명하다. 이는 이들이 교육감 직선제를 폐지하고 도입하고자 하는 교육감 임명제나 단체장과의 러닝메이트제와 비교해보면 금방 드러난다. 교육감 임명제는 일반 시민들의 손에서 교육감을 결정할 수 있는 권리를 빼앗음으로 민주주의, 지방자치, 교육자주의 가치에 모두 역행한다. 단체장과의 러닝메이트제는 민주주의와 지방자치를 어느 정도 지켜내지만 교육을 단체장에게 종속시키는 결과를 가져온다. 이렇게 볼 때 부족하지만 그나마 민주주의와 지방자치, 교육자주를 지키고 있는 제도를 폐지하고 민주주의와 지방자치, 교육자주를 지키기 힘든 제도로 회귀하자는 논리는 궤변이거나 무지가 아닐 수 없다.

 

교육감 직선제 폐지의 세 번째 근거는 조령모개식 교육정책 운영으로 학생의 수학권, 학부모의 자녀교육권, 교사의 직업수행의 자유를 해친다는 것이다. 당연히 교육정책이 조령모개식으로 바뀌거나 그로 인해 학생의 수학권, 학부모의 자녀교육권, 교사의 직업수행의 자녀를 해쳐서는 안 된다. 그런데 이는 교육감 직선제와 무관한 것이다. 어떤 방식의 교육감 임명 제도 하에서든 교육감은 이러한 잘못을 범할 수 있다. 하지만 그나마 교육감 직선제 하에서는 주민들이 잘못된 정책을 시행할 사람을 미리 거를 수 있고, 또 잘못할 경우 이를 견제할 수 있다. 그런데 교육감 임명제 하에서는 주민들이 이런 사람을 거르거나 견제할 수가 없으며, 단체장과의 러닝메이트제에서는 책임을 묻기가 좀 더 복잡해진다.

 

교육감 직선제가 선거를 통해 이루어지기 때문에 부정, 비리가 생길 우려가 있고 또 있었다는 이야기도 한다. 물론 사실이다. 하지만 이는 교육감 선거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고 대통령 선거를 포함한 모든 선거에 해당되는 사실이다. 그리고 실제로 대통령 선거나 국회의원선거, 지방단체장 선거 등 권력이 집중화된 선거에 더 많은 부정과 비리가 몰린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대통령선거나 국회의원 선거, 지방단체장 선거를 하지 말자는 이야기는 아무도 하지 않는다. 이런 부분은 선거법 개정 등을 통해 개선할 일이지 그렇다고 민주주의의 싹을 아예 잘라버려야 하는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단체장과 교육감의 정치적 성향이 달라 정책 불일치가 생기는 문제를 지적하는 사람도 있는데, 그렇다고 교육을 지방자치 단체장의 정치적 성향에 종속시켜 해결할 문제는 아니다. 그리고 교육감 선거의 공약이 주민들에게 제대로 알려지지 않는 문제를 지적하는 로또선거 깜깜이 선거를 말하기도 하는데, 그래도 교육감 선거는 시군구의원이나 시도의원 선거에 비하면 공약이 국민들에게 많이 알려지고 있다. 그리고 교육감 후보는 정당 소속이 아니기 때문에 기호에 따른 줄 투표를 할 수도 없다. 교육감 직선제가 개선은 필요하지만 다른 선거에 비하면 로또선거나 깜깜이 선거가 아니라는 말이다. 인기영합적인 공약을 내세운다는 비판도 있는데, 이는 비판을 받아야할 면도 있지만 다른 측면에서는 주민들의 실제적인 필요에 응답하는 정책을 편다는 장점이 함께 있기도 하다.

 

교육은 일반 국민들이 제일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영역이다. 그렇기 때문에 지역 교육의 중요한 의사결정권을 가진 교육감 임명이 임명제에서 간선제를 거쳐 직선제로 발전해왔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교육감직선제가 완벽한 제도일 수는 없기 때문에 언제든 개선의 논의에 대해 열려 있어야 한다. 하지만 이러한 개선 논의는 어디까지나 교육의 일차적인 주권자라고 할 수 있는 주민들의 의사를 제대로 반영할 수 있는 방식으로, 헌법이 규정하고 있는 교육의 자주성, 전문성,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되는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그런데 교육감직선제를 폐지하자고 하면서 내세우는 대안이 교육에 대한 주민들의 의사와 교육의 자주성, 전문성, 정치적 중립성을 더 잘 보장하기 어려운 교육감 임명제 등이니 국민들은 그 의도를 의심할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이러한 논의의 중심에 국내 최대 교원단체가 있으니 안타까울 따름이다.

 


 

2015년 4월 27
좋은교사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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