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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서] 6월 학업성취도 평가를 앞두고 일어나고 있는 교육과정 파행에 관한 논평

성명서·보도자료

by 좋은교사 2012. 6. 8.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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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서] 6월 학업성취도 평가를 앞두고 일어나고 있는 교육과정 파행에 관한 논평

 

시·도 교육감은 교육과정의 정상적 운영에 대한 책무성을 깊이 자각해야 하고, 교과부는 이에 대한 조사 및 시정 조치를 내려야 할 것입니다.

국가수준학업성취도 평가로 인한 학교의 교육과정 파행 운영의 정도는 시·도교육청 별로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시·도 교육감은 교육과정 운영의 수행자와 책임자로서의 책무성을 인식하고, 교육과정 파행 운영을 조장하거나 방기해서는 안 된다.

 

교과부는 각 시·도 교육청별 교육과정 파행 운영 정도에 대한 조사를 통해 단위 학교의 교육과정 운영이 파행을 겪지 않도록 조치를 취해야 한다.

 

국가수준학업성취도 평가의 점수를 높이기 위해 비교육적 교육과정 파행을 자행하라는 교육청의 지시에 대해 단위 학교의 학교장과 교사들도 교육자적 양심으로 거부할 수 있어야 한다.

 

6월 26일에 치르는 국가수준학업성취도 평가가 다가오면서 일선 학교에서는 다양한 형태의 교육과정의 파행이 일어나고 있다. 이에 대해서는 국가수준학업성취도 평가가 실시된 이후 지난 4년 동안 지속적으로 문제제기가 되었다. 그러나 교과부는 국가수준학업성취도 평가와 그 결과 공개만을 교조적으로 집착하고 이로 인한 일선 학교의 교육과정의 파행에 대해서는 눈을 감고 있다.

국가수준학업성취도 평가는 교과부의 방치 하에 단위학교 교육과정 운영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리고 국가수준학업성취도 평가로 인한 교육과정의 파행 정도 역시 각 시·도별로 큰 차이를 나타내고 있다. 어떤 교육청은 국가수준학업성취도 평가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고 정상적인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는 반면, 어떤 교육청에서는 교육과정의 파행이 매우 심각한 수준이다.

 

다음은 좋은교사운동이 일선 회원들을 통해 수합한 각 시·도 교육청별 학업성취도 평가가 교육과정 운영에 미친 영향에 대해 정리한 것이다.

 

▲ 단위 학교에서 교육과정 파행 운영을 부추기는 경우 : 서울, 경기, 강원, 전라도, 경상도, 광주, 부산

서울, 경기, 강원 지역에서는 국가수준학업성취도 평가에 의해 큰 영향을 받지 않고 있다. 6학년 담임교사들 중에는 6월에 실시될 국가수준학업성취도 평가 실시 자체를 인식하지 못하는 사례도 있다. 학생들 역시 시험에 대한 큰 부담을 느끼지 않는다.

그러나 일부 지역의 경우 학교에서 국가수준학업성취도 평가에 대비하여 시험지를 구입하고 모의고사를 실시하는 사례, 시험 범위에 해당하는 2년 전 교육과정 내용을 수업 시간에 다시 공부하는 사례가 발견되고 있다. 경기도 지역 일부 중학교에서는 관내 중학교들의 시험 결과를 분석하고 학습지로 문제풀이 수업을 한 뒤, 학습지가 반출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매일 학습지를 수거하여 폐기하는 웃지 못 할 상황도 벌어지고 있다. 학생들에게 20시까지 야간 자율학습을 설득, 강요하는 사례 또한 나타나고 있다.

전라도, 경상도, 광주, 부산 지역에서도 단위 학교별로 교육과정의 파행적 운영이 이루어지고 있고, 파행의 정도는 학교별로 각각 다른 것을 볼 수 있다.

▲ 지역 교육청에서 교육과정 파행 운영을 부추기는 경우 : 인천, 충청, 대전

이 지역에서는 국가수준학업성취도 평가가 특별히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 악영향은 학교별로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으나 학교 관리자가 교사와 학생을 압박하는 상황은 공통적이다.

인천의 모 초등학교에서는 학교 방침으로 아침 자습 시간을 영어 시험 대비 시간으로 활용하게 하는 사례가 있다. 모의고사를 보고, 시험 성적에 따라 학교 학습 분위기가 좌지우지되며 교육과정에 없는 7교시 수업을 시행하고 있다. 모 중학교에서는 시험 대비를 위해 모든 3학년 학생들을 방과 후에 학교에 남겨 자습을 하게하기도 한다. 국가수준학업성취도 평가 대비를 위해 3학년 1학기 기말고사 시험범위를 1,2학년 교육과정으로 확대하는 사례도 있으며, 특별 보충 수업을 개설하여 350여명의 학생 중 100여명의 학생들을 강제로 참여하게 하기도 한다. 모 고등학교에서는 국가수준학업성취도 평가를 대비하여 3개년 기출문제 문제집을 만들어 전교생에게 배포하고, 학생들의 휴대폰을 수거한 뒤 일정한 학습 과정을 마쳐야 휴대폰을 돌려주는 상황도 벌어지고 있다.

충청, 대전 지역의 학교에서는 교육청에서 받은 부교재로 문제 풀이식 수업을 하기도 한다. 모 중학교에서는 국가수준학업성취도 평가 전에 두 차례의 자체 모의고사를 실시하여 교사와 학생에 부담을 가하고 있고, 이런 부담은 파행적인 교육과정 운영을 초래한다.

교육청에서 학교를 압박하는 사례도 있다. 장학사가 학교를 방문해서 국가수준학업성취도 평가를 어떻게 대비하고 있는지 점검하기도 하고, 교장, 교감, 연구부장, 6학년 담임교사를 교육청으로 불러서 국가수준학업성취도 평가 대비를 독려하기도 한다.

위 시·도 교육청에서는 지역 교육청과 학교 관리자가 국가수준학업성취도 평가 준비를 위해 교육과정 파행 운영을 부추기는 현상이 공통적으로 나타난다. 그러나 지역 교육청에서는 단위학교 교육과정 파행 운영에 대한 책임을 학교에 떠넘기고 있다.

▲ 지역의 교육문화와 기존의 관행이 국가수준학업성취도 평가와 맞물려 교육과정 파행 운영을 부추기는 경우 : 제주, 대구

제주와 대구의 교육 문화는 다른 시·도 교육청에 비해 더 심각한 문제가 있다.

제주도는 지난 10년 동안 일 년에 두 번 시행하는 『제학년 제학력 갖추기』 평가를 초중등에 걸쳐 전면적으로 시행해 왔다. 제주도에서는 모든 초등학교와 모든 중학교가 학교급 별 동일한 문제로 시험을 보고 개인별·학교별로 평가 결과를 통보해주고 있다. 전체 공개를 하지 않는다고는 하지만, 개인별, 학교별로 통보해주는 평가 결과가 학교 간 경쟁, 학급·교사·학생 간의 경쟁을 초래할 것은 빤한 일이다. 『제학년 제학력 갖추기』 평가는 국가수준학업성취도 평가와 맞물려 학교를 서열화하고 교육과정의 파행적 운영을 부채질하고 있다.

대구는 기존에 자리 잡고 있는 입시경쟁 교육문화 자체가 심각하다. 고등학교의 경우, 오래 전부터 매월 교육청 주관의 모의고사를 시행해 왔다. 초등학교에서도 0교시 문제 풀이 수업을 시행하고, 방과 후에도 남겨서 국가수준학업성취도 평가 대비를 하게 하는 현상이 공통적으로 드러난다. 학생들의 학업 스트레스가 지나치다는 현장 교사들의 증언은 대구 교육이 갖고 있는 문제를 선명하게 드러내고 있다.

국가수준학업성취도 평가는 학교가 학생들의 최소한의 학업성취에 대해 책임을 지게 하겠다는 취지에서 도입 되었다. 그러나 교과부는 국가수준학업성취도 평가 결과를 최소한의 학업성취에 미치지 못한 학생을 분별하고 지원하는 데 활용하는 차원을 넘어, 국가수준학업성취도 결과 전체를 공개하고 있다. 그리고 국가수준학업성취도 평가 결과를 공개하는 것은 단위학교의 교육과정 파행 운영이라는 왜곡된 결과를 만들어 냈다.

좋은교사운동의 조사에서 확인된 것은 일선 학교의 교육과정 파행의 정도가 시·도교육청에 따라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비록 국가수준학업성취도 평가 결과 공개 자체가 많은 비교육적 요소를 담고 있지만, 시·도교육감이 교육과정의 수행자요 책임자라는 자신의 본분을 정확히 지켰을 경우 단위 학교에서의 교육과정의 파행이 일어나지 않은 반면, 시·도교육감이 교육과정의 수행자요 책임자라는 자신의 본분을 망각하고 아이들의 성적을 통해 자신의 성과를 과시하고자한 교육청의 경우 엄청난 교육과정의 파행이 발생했다.

이러한 현상은 단위 학교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난다. 시·도교육청이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를 학교 평가에 비중 있게 반영하지도 않고 이와 관련하여 성적을 올리라는 어떠한 압력을 가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학교장이 성적 결과에 자신의 위신을 걸고 교육과정의 파행에 앞장 선 학교들을 많이 볼 수 있었다. 반대로 시·도교육청은 학업성취도 평가의 결과를 학교 평가에 반영하겠다며 교육과정의 파행을 부추김에도 불구하고 단위 학교 차원에서 교육과정의 파행을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하는 학교도 볼 수 있었다.

 

그러므로 교과부는 지금이라도 국가수준학업성취도 평가로 인한 단위 학교에서의 교육과정 파행 정도가 어떠한지 조사에 나서야 한다. 국가수준학업성취도 평가의 목적이 단위 학교에서 정상적인 교육과정을 무시하고 성적 향상을 위한 문제풀이 교육에 전념하라는 것이 아니었다면, 교과부는 시·도교육청이 학업성취도 평가를 계기로 교육과정 파행을 일삼는 행위를 정확히 파악하고 이를 막음으로서 그 진정성을 보여야 할 것이다.

국가수준학업성취도 결과를 교육적으로 활용하려는 노력보다 그 결과에 교육감의 위신을 걸고 교육과정 파행을 부추기고 방기하는 일부 시·도교육감과 교육청은 자신들에게 맡겨진 근본 책무성을 자각해야 할 것이다. 정상적인 교육과정 수행에 대한 책무성을 지닌 교육청과 교육감이 오히려 교육과정의 파행을 자행하거나 방기하고 있다면 이미 그 존재 의의를 상실한 것이라는 것을 생각해야 할 것이다.

단위 학교의 학교장과 교사들도 마찬가지다. 비록 교육청이 잘못된 교육적 판단을 가지고 학업성취도 평가에서의 높은 성적을 위해 교육과정의 파행적 운영을 요구할지라도, 학교장은 이를 담대하게 거부할 수 있는 교육자적 양심을 회복해야 할 것이다. 마찬가지로 교사들도 이 부분에 있어서 교육자적인 양심에 따른 판단과 행동을 해야 할 것이다.

 

2012. 6. 5

 

(사) 좋은교사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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