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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경원중 사태 관련 서울시교육청 고발조치에 대한 입장

성명서·보도자료

by 좋은교사 2020. 12. 23.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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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원중 사태에 대한 법적 조치를 통해 학교혁신 정책이 흔들림 없이 추진되기를 희망합니다. 경원중학교 마을결합혁신학교 사업 추진 과정에서 학교와 정책 사업에 대한 허위 정보를 유포하고, 교직원을 위협하는 등의 위법행위에 대해 서울시교육청이 고발조치함을 발표하였습니다. 학교 구성원들이 민주적인 절차를 통해 의견을 수렴해서 학부모 69%, 교원의 80%가 동의해서 추진한 학교 정책 사업이 교육 이외의 목적에 의해 중단되는 일이 더 이상 일어나서는 안 되겠기에, 좋은교사운동은 이번 서울시교육청의 고발조치에 대해 학교교육의 변화와 발전을 위한 불가피한 결정으로 평가합니다. 위법한 행위에 대해서는 엄중하게 그 책임을 물어야 할 것입니다. 학교는 한 사업이나 정책을 수립하고 결정하기까지는 학교 구성원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숙의하고, 결정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그리고 학교 구성원들이 민주적 절차를 통해서 숙의하고 결정했다면, 그 결과 또한 존중되어야 합니다.

혁신학교에 대해 각기 다른 시선이 있음은 우리 모두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학교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에 충분한 사회적 공감대가 있음 또한 명백한 사실입니다. 혁신학교 추진 과정에서 문제가 있다면 당연히 개선되어야 할 것이나, 학교 혁신의 노력이 교육의 논리가 아닌 정치적·경제적 이유에 의해 중단되는 일도 없어야 합니다. 학교 혁신을 위한 다양한 노력이 교육청의 적극적인 지원과 학부모 및 지역사회의 신뢰와 지지 속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추진될 수 있도록 더 격려되어야 할 것입니다.

혁신학교는 학력이 떨어진다는 검증되지 않은 이야기들이 원인이 되어 학교혁신을 가로막는 안타까운 일들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혁신학교의 효과에 대한 연구는 각 연구에 따라 ‘학력이 향상되었다’는 결과와 ‘학력이 낮아졌다’는 결과로 각기 다르게 나타나고 있고, 학력향상이나 학력 저하의 원인이 혁신학교 때문인지 다른 요인 때문인지도 아직 명확하게 규명되지 않았습니다. 전국의 수많은 혁신학교들에서 오히려 적극적으로 학생의 학습을 촉진하고 지원하면서 수업방법이나 생활교육 면에서 오히려 다른 학교의 모델이 되고 있는 혁신학교를 봤을 때, 혁신학교가 공부를 시키지 않는다와 같은 말 또한 사실이 아님을 잘 알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잘못된 정보에 따라 학부모들이 치우친 판단을 하게 된 현실은 몹시 안타까운 일입니다.

혁신학교는 학교문화 개선을 통해 수업과 생활교육의 발전을 지향합니다. 학교 안에 교사들 먼저 학습하는 문화를 만들고, 학교를 학생 중심의, 학생을 위한 공간으로 만들기 위해 민주적으로 소통하고 결정하며, 더 나은 교육과정과 수업을 연구해서 실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학생이 잘 배우고 성장하는 학교를 만드는 일에 도움이 될 일이지, 학생을 해롭게 하는 일이 아니라는 의미입니다. 학부모와 지역사회가 혁신학교의 취지를 잘 이해하고, 본래 취지대로 추진될 수 있도록 오히려 감시하고 촉구하며 지원하는 것이 학생들을 위해 필요한 일입니다. 학부모와 지역사회의 신뢰와 지원 없이 혁신학교는 성공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서울시교육청은 이 사태를 계기로 해서 혁신학교 정책이 당초 취지대로 제대로 실행되고 있는지 전반적으로 점검해야 합니다. 혁신학교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민주적 의사결정 문화가 정착되고 있는지, 학교와 교사가 가르치고 배우는 활동에 집중할 수 있도록 불필요한 사업이나 업무를 줄이면서 제대로 지원하고 있는지, 교사학습공동체는 자발성과 윤리성 위에서 촉진되고 있는지, 보여주기식 사업은 없는지, 학생들 각각의 학습을 지원할 수 있도록 학교의 시스템을 만들어가고 있는지 점검하면서, 학교의 혁신이 학생과 학부모의 신뢰 속에 추진될 수 있게 해야 할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혁신학교가 알려지고 추진되는 과정과 전략에 문제가 없는지도 재검토해야 할 때입니다. 제대로 해야 신뢰도 얻을 수 있습니다.

모든 사람이 학교의 변화를 원함에도, 정작 학교가 변화를 시도하면 반대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학생의 교육적 발달과 성장을 위해 필요한 교육과 입시에 유용한 교육이 다르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입시경쟁 구조가 여전히 우리 교육을 옥죄고 있는 현실이 이 모든 사태의 근본 원인입니다. 입시경쟁 구조가 변하지 않는 한 학교의 변화는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고, 그 한계의 대가를 고스란히 우리 학생들이 불행한 학창시절로 치르고 있습니다. 학생들이 행복하게 배우고 성장하는 학교를 만들어 주는 일. 이것이 우리 사회가 입시경쟁 구조를 바꾸려는 노력을 멈추면 안 되는 이유입니다. 뿐만 아니라 입시경쟁 구조 하에서도 학교를 변화시키는 노력을 멈추면 안 되는 이유입니다. 교육 당국과 교사들이 함께 지혜와 마음을 모아야 하는 일입니다.

학교가 변화하려는 노력이 지역사회의 교육과 무관한 이해관계로 인해 좌절되는 비극을 지켜보는 일은 몹시 참담합니다. 그러나 누군가 농부가 밭을 탓할 수 없다며 묵묵히 자기 길을 갔듯이 교육당국과 교직사회는 다시 제대로 된 학교교육을 세우는 일에 매진하는 길 외는 다른 선택지가 없음도 분명합니다. 이 사태를 계기로 학교를 새롭게 하기 위한 교육당국과 교직사회의 심기일전을 촉구하고, 학교에서 학생들이 행복하게 배우고 성장할 수 있도록 학교를 새롭게 하는 일에 좋은교사운동 역시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2020.12.23.
좋은교사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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