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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 성명서] 故 최숙현 선수 사건이 학교 운동부를 사회체육으로 전환하는 계기가 되길

성명서·보도자료

by 좋은교사 2020. 7. 3.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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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육계의 폭력 및 성폭력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2019년 빙상계의 스타 선수가 미성년자일 때부터 코치로부터 지속적인 그루밍 성폭력을 당했다는 사실은 온 국민을 충격에 빠뜨렸다. 특히 학교 운동부에서 합숙 훈련 중 발생하는 폭력은 뉴스의 단골메뉴이다. 당시에도 대한체육회는 일벌백계와 재발 방지를 약속했지만, 변한 것은 없고 매년 비슷한 일이 반복되고 있다. 자정 능력을 상실한 체육계 문제의 원인 중 하나는 ‘학교 운동부’로 대표되는 소수정예 육성 방식의 엘리트체육이다. 엘리트체육 정책은 1962년 체육진흥법이 제정되면서 시작되었고, 군사정권 당시 1986년 서울아시안게임과 1988년 서울올림픽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탄력을 받았다. 이를 계기로 우리나라는 국제대회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스포츠 강국으로 떠올랐지만, 그 이면의 폭력, 비리, 인권유린의 문제는 점점 심각해져 갔다. 그러한 문제의 밑바닥에 있는 것이 바로 ‘학교 운동부’이다. 학교 운동부를 발판 삼아 체육계는 거대한 조직체계를 유지하고 있으며, 학생 선수에게 진학, 진로, 생업을 빌미로 체벌, 성폭력, 폭행을 견디게 하고 있다. 2019년 인권위에서 초중고 학생선수 6만여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인권실태 전수조사 결과 많은 학생이 언어폭력(9,035명), 신체폭력(8,440명), 성폭력(2,212명)을 경험했다고 한다. 더욱 심각한 것은 신체폭력을 경험한 뒤 느끼는 감정에 38.7% 학생이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학생들은 학교 운동부의 그늘 아래에서 안전, 학습, 건강, 휴식권까지 위협받고 있다. 이에 교육자와 연구자들로 구성된 강원・경기・경북・광주・대구・부산・서울・세종・전남・제주・충남・전국사서교사노동조합, 교육정책디자인연구소, 좋은교사운동은 작금의 상황에 대해 헌법의 가치 및 인권 보장, 민주시민교육 차원에서 다음과 같이 요구하는 바이다.

1. 학교 운동부를 단계적으로 학교 밖으로 이관하고, 엘리트 체육에서 사회체육으로 전환해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는 교육적 목적보다는 우수 선수 조기 발굴에 치중하는 승리지상주의만을 강조하고 있다. 선진국에서는 의사, 금융인 등 전문직이 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두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이는 국가 주도형 엘리트 체육이 아니라 민간 영역의 사회체육을 강조하고 국가가 지원한 결과이다. 학교 운동부를 지금처럼 지속할 경우 학생들이 각종 폭력에 노출되어 있음에도 구제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학교 운동부 실적은 학생들의 진학·진로, 생업으로 연결되기 때문에 이러한 거대한 카르텔을 깨는 첫 단추는 학교 운동부를 단계적으로 사회 밖으로 이관하는 일이다. 민간 영역으로 이관하고 서서히 국가주도형 체육 시스템에서 벗어나야 한다. 학교 운동부가 엘리트체육과 군기문화로 학교폭력을 부추기는 상황을 더 이상 외면해서는 안 된다. 학생들은 흥미와 소질이 있는 경우 민간 영역에서 즐거움을 통해 체육인으로 성장할 수 있다. 또한, 민간 영역이기 때문에 서비스의 질은 한 층 더 좋아질 수 있고, 선택권이 넓어질 수 있다. 이와 관련한 법률안을 21대 국회에서 제정해 주길 바란다.

2. 경쟁 중심의 학교 체육대회(전국 소년체전 외)를 폐지하라 기존 학교 체육은 오로지 기능인을 양산하기 위한 시스템이었다.

이로 인해 체육하는 학생들은 학업은 소홀히 하고, 체육기능을 향상시키기 위한 노력만 하여 부상 등 운동기능이 상실하게 되면 학업손실로 인한 피해를 고스란히 받는 경우가 빈번하였다. 또한 학교 체육대회는 개인의 영광보다는 조직의 영광이었고, 학생 선수를 소모품처럼 대하면서 반 인권적으로 학생들을 대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 모든 문제의 시작은 전국소년체전과 같은 경쟁 중심의 학교 체육대회였다. 이러한 선수 선발을 목표로 하는 대회를 학교나 교육 사업에서 완전히 배제해야 한다. 이는 문화체육관광부가 별도의 대회로 운영하거나, 민간 영역에서 실시할 필요가 있다. 이와 관련하여 교육 당국은 학생이 체육대회에서 입상했을 때 교원들에게 주는 승진가산점도 폐지할 것을 요구한다.

매년 태어나는 아이들의 수가 30만 명대가 붕괴되고, 향후 10만 명대의 시대가 올 가능성이 높다. 지속적 학령인구 감소로 인해 단 한 명의 학생의 삶이 우리에게 소중하게 다가오는 현 시점에서, 군대에서도 없어진 체벌과 폭력, 성폭력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고 있는 체육계 및 관련한 교육 시스템 개혁을 통해 우리 세대에서 폭력의 악순환을 끊어야 한다.

 

2020년 7월 3일

교육정책디자인연구소, 좋은교사운동, 강원교사노동조합, 경기교사노동조합, 경북교사노동조합, 광주교사노동조합, 대구교사노동조합, 부산교사노동조합, 서울교사노동조합, 세종교사노동조합, 전남교사노동조합, 제주교사노동조합, 충남교사노동조합, 전국사서교사노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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