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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서울학생 기초학력 보장 방안] 끝까지 책임지기 위해서는 현장에 적합한 실행 전략이 필요합니다

성명서·보도자료

by 좋은교사 2019. 9. 6. 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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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시교육청이 발표한 서울학생 기초학력 보장 방안은 학습과 건강·환경·정서 요인에 따른 지원책을 찾고, 난독과 경계성 지능 등의 복합적 특수요인 가진 학생을 위한 지원책을 고민한 점, 11개 지역학습도움센터 설치 계획을 밝힌 점, 학습부진 지원의 적기라 할 수 있는 초등학교 2학년에 집중 지원 계획을 밝힌 점 등 여러 의미 있는 방안을 담은 것으로 평가함.

 

▲ 초3과 중1 모든 학생을 대상으로 진단검사 실시는 기초학력 지원이 필요한 학생을 빠뜨리지 않기 위해서 그 필요성에 동의함. 서울시교육청의 발표대로 학교별로 각기 다른 진단도구 등을 선택하도록 해서 학교별 비교와 같은 과거 일제고사의 부작용을 피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임.

 

▲ 현재 학교에 보급되는 진단도구가 학생들의 기초학력 미달의 실제 원인을 정확하게 진단하는 데 성공하고 있다고 볼 수 없음. 각 학년 발달과업과 성취수준에 맞는 진단도구 개발에 관심을 가져야 함.

 

▲ 기초학력 지원정책은 전문성을 가진 교사가, 검증된 프로그램으로, 지속적으로 강도 있게 시행되어야 효과가 있음. 이번 발표 방안에는 기초학력에 대한 교사의 전문성 향상 계획이 미진하고, 가칭 ‘학습지원 전문교사’와 같은 전문성 가진 교사 배치 계획, 검증된 보정 프로그램 개발 계획 등이 누락되어 있어 실질적인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 있음.

 

▲ 기초학력 지원 대상학생이 발견되어도 학부모가 동의하지 않을 경우 아무것도 할 수 없기 때문에 학교 현장에서 기초학력 지원정책을 추진하기 어려운 현실임. 서울시교육청이 이에 대한 대책을 중장기 과제로 남겨둠으로써 이번 방안이 학교 현장에서 실행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됨. 대책이 필요함.

 

1. 서울시 교육청이 서울학생 기초학력 보장 방안을 발표했습니다. 학습 요인뿐만 아니라 건강·환경·정서 요인 등 다양한 요인을 찾겠다고 한 것과 난독, 경계성 지능 등 복합적 특수요인을 가진 학생들을 찾아내어 지원하는 방안을 고민한 점, 교실과 학교, 학교 밖 지원 등 단계적 학습안전망을 고려하고 있다는 점에서 과거 기초학력 보장방안보다 진일보하였다고 평가합니다.

 

2. 단위학교에 집중되었던 '기초학력에 대한 책임'을 교육지원청, 교육청 및 유관기관이 나누어지겠다는 의지가 보입니다. 지역학습 도움센터에서의 보다 심층적인 진단과 지원을 확대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다중지원팀의 경우 현재 운영 사례들을 감안할 때, 단위학교의 다중지원팀 구성이나 운영에 있어 한 명의 업무담당자에게 과중한 책임과 업무가 주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기초학력만을 위한 별도의 협의체가 구성된다는 것은 의미 있으나 운영상의 어려움으로 다른 협의체와 통합되어 운영되는 등 의미가 퇴색될 가능성 있습니다.

 

3. 학습 결손이 누적되기 이전인 저학년에 많은 예산과 노력을 투입하는 것은 옳은 결정입니다. 초등학교 2학년 성적이 학생들의 미래의 학업 성취를 보여 주는 경향들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단위학교에서 초등학교 2학년 시기에 기초학습 지원에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준다면 기초학력 문제 해결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또한 11개 교육지원청에 설치될 지역학습도움센터의 역할도 기대가 됩니다. 정착된다면 단위학교의 사례가 모이고 공유되는 장이 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기존의 서울시 학습도움센터에 비해 교사와 학생의 접근성도 좋아지고, 지역에 대한 이해와 안목이 있어 다각도로 학생의 학습 저해 요인을 파악하면서 지역 실정에 맞게 지원할 수 있게 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다만, 지역 여건에 따라 더 많은 지원이 필요한 지역이 있는 것을 감안하며 시행되기를 바랍니다.

 

4. 서울시교육청은 초3학년과 중 1학년 모든 학생들을 대상으로 기초학력을 진단하겠다고 하였습니다. 기초학력 지원이 필요한 학생들 중 한 명이라도 누락되는 일이 없어야 한다는 차원에서 해당 시기 모든 학생을 대상으로 한 검사의 필요성에 동의합니다. 선별 검사보다는 보편적 검사가 지원 대상 학생을 누락시킬 가능성이 낮기 때문입니다.

지금도 모든 학년에 걸쳐 1학기 초에 학교별로 진단 검사를 실시하고 있기 때문에 새로울 것은 없는 일입니다. 실시하지 않는 학교가 없도록 교육청이 좀 더 강조하는 차원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일각에서 우려하는 것처럼 과거 일제고사 부활의 우려는 없을 것으로 봅니다. 진단의 방법이 다양하고, 학교가 여러 방법 중 하나를 자체적으로 선택할 수 있기 때문에 학교 간 줄 세우기 우려는 없을 것입니다. 진단의 목적에 충실하게 운영할 수 있도록 제대로 관리해야 할 일입니다.

 

5. 기초학력부진의 해결에 있어서 학습결손이 누적되기 전, 적시에 진단하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는 것에 동의합니다. 다만, 그동안 사용되었던 진단 도구가 기초학력이 부족한 학생을 정확히 진단하고 있는지 의문입니다. 현장에서 잘 안되는 부분이 정확한 진단입니다. 정확한 진단을 하려면 신뢰성 있는 도구가 있어야 하고, 그 도구를 사용할 줄 알아야 하고, 진단할 시간이 있어야 합니다. 그러나 학교에는 도구가 없고, 도구를 쓸 수 있는 사람도 적고, 무엇보다 시간이 없는 실정입니다. 진단도구를 새로 개발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고, 현재 사용되는 진단지를 업무담당자가 등사해서 뿌리는 방식으로 진행하다 보니 실제로는 점수보다 이전에 가르쳤던 선생님들의 판단에 의해 학습도움반에 배정되는 경우도 발생합니다. 교육과정평가원에서 초등에 맞게 개발한 ‘한글 또박또박’처럼 지능검사, 정서 검사 등도 검증된 진단도구를 개발해서 학교와 지역학습도움센터에서 시행한다면 보다 객관적인 정보를 학부모들에게 제공할 수 있을 것입니다. 진단도구에 대한 지속적인 고민이 필요합니다.

 

6. 진단을 한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닙니다. 기초학습 능력이 부족한 학생들을 효과적으로 지원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3가지 원칙(전문성을 가진 교사, 검증된 프로그램, 지속성과 강도)이 필요합니다.

 첫째, 전문성을 가진 교사가 있어야 합니다. 1차적으로 해당 학년의 교사들에게 기초학력이 낮은 원인에 대한 이해, 읽기·쓰기·셈하기를 학습자의 수준에 맞춰서 교수할 수 있는 전문성이 기본적으로 갖추어져야 합니다. 현행과 같이 초등학교 저학년 교사들을 불러 모아놓고 전달 연수하는 수준으로 감당할 수 없습니다. 일부 교사들을 대상으로 연수가 진행되고 있지만, 사업 초기에 교사들의 전문성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교실에서 손쉽게 지원할 수 있는 기회들을 놓치게 될 것입니다. 이번 발표된 방안에서는 사업 초기, 교사의 전문성을 높이는 것에 집중하는 전략은 미진한 것이 아쉽습니다.

2단계, 3단계(1단계 – 교실 지원, 2단계 – 학교 지원, 3단계 – 학교밖 지원) 지원을 하는 교사들은 오랜 교수학습경험과 기초학력 분야에 대한 고도의 전문성을 가진 가칭 ‘학습지원 전문교사’가 필요합니다. 진단 검사 결과를 분석하고 원인을 찾아내서 그에 맞는 학습프로그램을 연결하고 시행할 수 있는 전문성을 가진 교사를 말합니다. 지금과 같이 단순 방과후 활동처럼 학생을 가르쳐본 경험이 적고 정규 교원 교육을 받지 못한 비정규 인력을 투입하는 것은 비용을 적게 들이면서 손쉽게 접근할 수 있으나 효과는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학습지원 전문교사’와 같은 전문성 가진 교사를 학교에 배치하고, 이 교사를 중심으로 기초학습 지원 프로그램이 운영되도록 해야 합니다. 아쉽게도 오늘 발표된 방안에서는 학습지원 전문교사 배치 방안 등이 빠져 있어서, 실제 실행 가능한 방안인가 의문이 생깁니다.

3단계 지원을 담당하겠다고 하는 지역학습도움센터가 기초학력 지원이 필요한 학생들에게는 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전문성을 확보한 교사가 성과가 검증된 프로그램을 가지고 지속적으로 학생을 도울 수 있기 때문입니다. 11개 교육지원청별로 지역학습도움센터를 세우겠다고 발표했으나 내년도 계획은 1곳 시범 설치이고, 나머지는 중기 과제로 설정되어 있어 학교 현장의 필요를 따라 가기에는 부족한 현실입니다. 1,2,3단계 학습지원 체제를 촘촘하게 짜서 운영해야 ‘모든 학생을 끝까지 책임지는’ 서울시 교육청의 목표가 달성될 수 있습니다. 현재 방안은 학교 현장에만 책임질 것을 강요하게 될 우려가 높다 할 것입니다.

 둘째, 검증된 프로그램이 필요합니다. 기초학력 지원이 필요한 학생은 일반적인 교수학습 방법으로 배우지 못했던 경우가 많기 때문에, 학습자의 특성에 맞는 다른 교수학습 프로그램이 필요합니다. 현행 기초학력지원시스템에 탑재되어 있는 보정 프로그램은 기존의 학습방법과 다를 것 없이 반복학습만 시키는 형태이기 때문에 다시 실패할 가능성이 높은 프로그램입니다. 난독증과 같이 읽기를 배우기 어려웠던 학생들에게 소아정신과나 읽기 치료 과정에서 성공하고 있는 프로그램을 초등학교에 보급한 것이 ‘찬찬한글’과 같은 프로그램이었고, 15~20시간 정도의 교사 연수를 거친 뒤 학교에 투입했을 때 좋은 효과를 거둔 사례가 있습니다. 이와 같은 검증된 프로그램이 각 영역별로 제작되어 학교 현장에 보급된다면 학습지원의 효과가 높아질 것입니다. 이번에 서울시교육청이 발표한 방안에서는 기존에 개발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고 되어 있어 그 효과성을 담보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됩니다.

  셋째, 지속적이고 강도 높게 프로그램이 투입되어야 합니다. 읽기가 어려운 학생들에게는 1주일에 2~3회 정도의 강도 높은 프로그램이 6개월 이상 시행되어야 하고, 정서, 행동, 기본예절, 학습동기, 가정에서의 학습 측면에 대한 종합적인 지원이 필요합니다. 이를 학교가 시행하기 위해서는 전문성 높은 팀이 전담해서 추진해야 하는데, 기초학력을 지원하는 일에 집중하기 어려운 학교 구조를 어떻게 바꿀 것인가에 대한 방안이 없는 것기에 학교 현장에서 유야뮤야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기초학력 지원 문제는 단순히 계획만으로 시행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이를 위한 물적 토대가 함께 갖추어져야 하는 일입니다.

 

7. 기초학력 지원에 대한 학교의 권한을 보다 명확히 해야 합니다. 학교 현장에서 기초학력 지원이 어려운 가장 큰 이유를 꼽으라면 학부모의 동의 없이 학습부진 프로그램에 참여시킬 수 없다는 현실입니다. ‘공부 못하는 아이’로 낙인찍힐 것을 우려하는 학부모들의 불안 때문에 가정에서 시킨다고 하면서 지원의 기회와 시기를 놓쳐 버리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학부모들에게 낙인의 우려를 갖게 한 교육계의 책임도 있을 것이나, 다른 속도와 방법으로 배우는 아이들을 공부 못하는 사람으로 생각하는 사회적 풍토 또한 무시할 수 없습니다. 기초학력 지원은 학생이 받아야 할 권리이며, 가르쳐야 할 교사의 의무라는 인식 개선과 함께, 단위 학교에 필요한 학습을 부과할 수 있는 권한을 명시적으로 줄 수 있어야 합니다. 이번 발표에서 역시 학부모의 동의를 받지 못하는 경우에도 대상 학생이 적기에 학습 지원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안을 중장기 과제로 남겨둠으로써 학교 현장은 교육청으로부터 기초학력에 대한 책임을 요구받으면서도 실질적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이중고에 시달리게 되었습니다. 이에 대한 보완책이 필요합니다.

 

8. 학생들의 기초학력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국가의 책임이고, 교사들이 마땅히 감당해야 할 몫입니다. 그럼에도 기초학력 지원에 대한 국가적 투자는 빈약하기만 하고, 교사들은 이 문제에 집중하기 어려워합니다. 모두가 이 문제의 중요성을 강조하지만, 이를 위한 물적 토대는 매우 취약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보다 촘촘한 실행전략이 없으면 기초학력 지원 방안은 구호에 그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보다 과감한 교육청의 투자와 실행 의지, 그리고 교사들의 노력이 절실합니다. 좋은교사운동은 현장의 교사들과 함께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고 기초학력 지원이 필요한 학생들을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2019.09.06.

좋은교사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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