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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서] 경기도와 강원도 교육청의 평준화 신청 반려에 대한 논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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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좋은교사 2011. 7. 13.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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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서] 경기도와 강원도 교육청의 평준화 신청 반려에 대한 논평
 

교과부는 고등학교 배정방식에 대한 권한을 지역주민과 그 대표자인 교육감에게 돌려주어야 합니다 

교과부가 경기도교육청과 강원도 교육청이 요청한 경기도 내 3개 시(광명․안산․의정부시), 강원도 내 3개 시(춘천․원주․강릉시) 지역의 고등학교 학생 추첨 배정 방식 전환을 위한 부령개정 요청을 준비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반려했다. 이뿐 아니라 향후 고등학교 추첨배정 방식으로의 전환 권한을 현 교육감 권한에서 시도 조례의 결정사항으로 바꾸며 그 절차도 훨씬 엄격하게 바꾸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교과부가 교육청의 요청을 반려한 이유를 보면 일부 절차적 미비에 대한 지적도 있지만, 비선호 학교 배정 학생들에 대한 문제, 우수학생 유출방지, 과대학교․과밀학급 해소, 학생들의 진로 적성에 맞는 특성화 프로그램 설치 미비 등과 같은 문제에 대한 대책 요구를 포함시키고 있다. 이러한 문제들은 고교 학군별 추첨 배정 전환 문제와 무관하게 교과부와 교육청이 함께 풀어야 할 문제이지 고교 학군별 추첨 배정 전환의 전제로 둘 문제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과부가 이런 전제 조건들을 추가하고, 또 이후 시행령 개정 때 이런 내용들을 절차 속에 포함시키려고 하는 것은 고교 학군별 추첨 배정 방식의 확대를 막겠다는 의도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흔히 ‘고교 평준화’라고 불리는 고교 학군별 추첨 배정 제도는 고교 입시 과열과 지나친 경쟁, 이로 인한 아이들과 학부모들이 당해왔던 고통의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도입된 제도였다. 1974년 서울과 부산을 필두로 도입된 이 제도는 전국 대도시를 중심으로 확대되기 시작해서 2004년까지 전국 일반계 고등학교의 59.0%, 학생 73.6%까지 확대되었다. 하지만 이 제도가 전국의 모든 중학생에까지 확대되지 못하고 중간에서 멈춤으로 인해 평준화가 실시되지 않는 소도시와 농산어촌 지역의 학생들은 대입은 물론이고 고입 과정에서부터 서열화 된 고교에 진학해야 하는 입시 고통을 겪어왔다. 그래서 이들 지역에서의 평준화 염원은 매우 오래된 교육 민원이었다. 

하지만 이 지역에서 고교 평준화가 진행되지 못했던 이유는 그 지역의 자치 단체장이나 지역의원을 포함한 지역 토호들이 대부분 그 지역 명문 고등학교 출신들이었고, 그들이 그 명문고등학교 동문회의 영향력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 지역에서 초중고등학생 자녀를 키우고 있는 대부분의 학부모들은 고교평준화를 강력하게 원해왔다. 이러한 염원들이 직선제 교육감과 함께 강하게 표출된 것이고, 이를 교육감이 받아 추진을 한 것이다. 

교과부는 고교평준화 지역이 확대되면 될 수록 현재 교과부가 추진중인 고교 다양화 정책에 타격을 받을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고교평준화는 고교다양화와 대립되는 개념이 아니고 오히려 전제가 되는 개념이다. 한국과 같이 입시 경쟁이 심한 나라에서는 고교 선발 방식에 있어서 추첨 제도를 유지하는 가운데 고교의 교육과정을 다양화시켜야 큰 부작용 없이 고교가 다양화될 수 있다. 그런데 현재 교과부는 고교 평준화를 해체하는 방식으로 고교 다양화를 추진하려고 하니 오히려 모든 고교들이 더 입시 중심이 되면서 각 고교간 서열화만 공고히 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고교평준화가 완벽한 제도는 아니다. 보완해야 할 점이 많은 제도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한국 상황에서 최소한의 전제가 되는 제도라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그래서 많은 국민들이 고교평준화의 문제점을 인식하면서도 기본적으로 이 제도가 유지되기를 원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비평준화 지역에서는 평준화 제도의 도입을 강력하게 요청하고 있는 것이다. 

교과부는 이러한 우리 교육의 현실을 직시하고, 또 비평준화 지역에서 고교 입시에 시달리는 아이들과 학부모의 고통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서 경기도와 강원도가 요청한 평준화 시행 요청을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물론 미비점은 보완을 요구할 수 있지만 가급적 빠른 시일 내에 도입이 될 수 있는 방식의 보완책 요구이어야지, 도무지 이 제도를 요구할 수 없게끔 담을 쌓는 방식이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이주호 장관은 국회의원 시절 자신의 교육관을 “평준화를 넘어 다양화로”라고 표현한 바 있다. 이 말이 고교의 학생 선발 방식을 선지원 후추첨으로 하면서, 모든 고교가 교육과정의 다양화를 추구하는 방식으로 이해하고 싶다. 그러지 않고 고교 평준화를 해체하고 고교 입시를 지속 혹은 부활의 방식으로 추진한다면 결국 고교는 대입을 위해 더 획일화되고 모든 고교가 성적에 의해 서열화되는 결과만 낳을 것이다. 

교과부는 경기도와 강원도가 요청한 6개 시를 시작하여 가급적 빠른 시간 내 희망하는 지역이면 전국 어디든 모든 인문계 고교들이 학군별 추첨 제도를 도입할 수 있도록 제도를 만들어가야 할 것이다. 이렇게 해야만 교과부가 원하는 진정한 고교 다양화를 이루어갈 수 있을 것이다. 

2011년 1월 25일 

(사)좋은교사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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