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부가 지난 2월에 조사했던 학교폭력 전수조사 최종 결과를 그 항목별 특성에 따라 다음과 같은 형태로 학부모와 일반인들에게 공개를 하겠다고 발표했다. 

 

정부가 예산을 투자해서 조사한 결과를 굳이 학부모와 국민들에게 숨길 이유는 없다. 하지만 이러한 공개가 국민과 학부모에게 주는 메시지와 결과에 대한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 그리고 과연 학교폭력 전수조사 최종 결과 공개가 실제로 학교폭력을 줄이는데 얼마나 기여할 것인지 혹은 부작용은 없을지 고민하고 이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이루어져야 한다.

하지만 현 상황에서 학교별 일진 여부를 공개하는 것은 학부모에게 불안감만 더해 줄 뿐 어떠한 도움을 주지 못한다. 실제로 ‘우리 학교에 일진이 있다’고 한 명 이상 응답한 학교는 9579개교에 이른다. 이는 전국 11,000 여 개 학교 가운데 82%에 이른다. 이런 상황에서 여기에 대한 아무런 대안이나 해결책 제시 없이 학교별 일진 존재 여부만 공개할 때 학부모는 그 학교를 피해 전학갈 수도 없는 것이고, 아이를 따라 다니면서 보호할 수도 없다. 학부모 입장에서 “그래서 어떻게 하란 말이냐?” “그러니까 부모가 알아서 아이를 보호하란 말이냐?”라고 물을 수밖에 없다. 이는 책임있는 정부가 할 태도가 아니다.   

학교폭력 전수 조사 이후 교과부가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은 이러한 학교 폭력과 일진의 문제를 가져온 원인을 제대로 파악하는 일이다. 특별히 이 원인 가운데 그 동안 교과부가 펼쳐왔던 정책이 원인이 된 경우에 그 정책을 수정하는 일부터 해야 한다. 그리고 오랫동안 지속해온 우리의 교육체제가 원인이 된 경우에는 이 체제를 어떻게 수정해갈지 중장기적인 실행계획을 발표해야 한다. 그리고 학교교육을 넘어 가정과 사회 전체적인 문제가 원인이 된 경우에는 범 부처 차원의 대안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이 책임있는 정부가 해야 할 일이다.

학교에 만연한 학교 폭력과 일진의 존재가 구체적으로 드러난 이번 학교폭력 전수조사 결과 앞에서 교과부와 정부는 기성세대를 대표해서 학생들 앞에 반성하는 태도를 보여야 한다. 우리나라 교육체제의 학교폭력 문제가 화두로 떠오른 것은 그동안 우리가 펼쳐왔던 교육 정책과 우리가 운영해왔던 교육 구조, 전반적인 사회 체제와 문화가 우리의 학생들을 보다 아름답고 성숙한 사람으로 살아가게 하는 데 실패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는 학생들을 안전하게 보호하고 학생들이 바르게 성숙하는 일을 돕는 일에 실패했다는 것을 인정하고 학생들 앞에 사과해야 한다.

학교별 학교폭력의 실상과 일진 존재 여부 등에 대한 공개는 이러한 원인 규명, 대책 마련, 사과와 함께 실시해야 한다. 이러한 과정 없는 공개는 학부모와 국민에게 필요한 정보를 주는 것이 아니라 학부모와 국민을 우롱하는 일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2012년 3월 19일

(사)좋은교사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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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좋은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