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시론]학교폭력 기록 ‘삭제 제도’ 필요

성명서·보도자료

by 좋은교사 2012. 8. 21. 10:07

본문

 

 

국가인권위가 학교폭력과 관련한 조치 사항을 학생부에 기록하도록 한 것이 인권 침해의 요소가 있으므로 졸업 전 삭제심의제도나 중간삭제제도 등의 도입을 권고했다. 하지만 이러한 권고안에 대해 교과부는 곧바로 거부한다고 통보를 했다.

교과부는 가해학생의 긍정적 변화 모습도 함께 기록하도록 했고, 학생부 기재 기간을 졸업 후 10년에서 5년으로 단축했기 때문에 낙인효과, 상급학교 진학시 불이익, 인권침해 요인이 완전히 해소되었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런데 가해학생의 긍정적 변화에 대한 교사의 주관적인 기술이 추가됐다고 해서 학교폭력과 관련해서 처벌을 받았다는 객관적인 기록이 얼마나 상쇄될 수 있을 것이며 대학과 기업이 이를 얼마나 반영해줄 것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그리고 학생부 기재 기간을 졸업 후 10년에서 5년으로 줄인 것은 인권침해와 낙인효과의 기간을 축소한 것이지 이를 해소한 것이라고 볼 수는 없다.

교과부의 또 다른 명분은 학교폭력 조치 사항을 학생부에 기록하는 것이 학생과 학부모에게 경각심을 부여해 학교폭력 예방에 강력한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 조치가 학생들에게 경각심을 주는 효과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보다 훨씬 많은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사실 학교 현장에서는 일진에 의한 계획적 폭력 못지않게 아이들이 좁은 공간에서 많은 스트레스를 받으며 생활하는 가운데 우발적인 폭력도 많이 발생한다. 이러한 우발적인 폭력들에 대해서는 이전 같으면 학교나 교사의 판단에 근거해 상호 화해나 학교 차원의 일정한 처벌로 넘어갈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이러한 사안들도 반드시 학교폭력위원회를 열어야 하고 그 결과를 학생부에 기록해야 하기 때문에 단 한 번의 실수에 의해 학생부에 폭력학생으로 기록되는 억울한 경우들이 늘어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이제 학교폭력 사안이 발생하면 가해학생이나 학부모들은 가해 사실을 인정하지 않기 위해 결사적으로 버티거나 가해학생 학부모들끼리 담합을 하기도 하고 학교의 작은 실수라도 꼬투리를 잡아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쳐 교사와 학생, 학부모 관계가 파괴되고 학교는 이로 인한 몸살을 앓고 있다.

백번 양보해서 학교폭력 조치 사항을 학생부에 기록하는 것이 학교폭력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는 효과가 매우 크다 해도 이러한 방법을 사용하면 사용할수록 학교가 학생을 교육하는 기관임을 스스로 부정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음을 생각해야 한다.

현재 만연해있는 학교폭력에 대해 학교가 주목해야 할 것은 학생들의 마음속을 지배하고 있는 분노와 증오, 좌절감과 이기적인 마음이다. 그러므로 장기적으로 아이들의 마음을 이렇게 만든 원인을 분석하고 고치는 일에 집중해야 한다. 단기적으로도 가해학생들에 대한 적절한 교육적 벌과 함께 그 마음을 치유하는 일에 인력과 시간을 투자해주어야 한다.

그러지 않고 폭력학생이라는 주홍글씨와 함께 이들의 진학과 취업에 불이익을 준다는 위협이 주는 억제 효과에 안주해서는 안된다. 이렇게 되면 당장의 억제 효과는 볼 수 있을지 몰라도 학교와 교사에 대한 아이들의 불신만 쌓여가고 학교는 학교폭력에 대응하는 교육적 문제해결 능력만 잃어버리게 된다.

국가인권위가 학교폭력 조치 사항에 대한 학생부 기록 자체를 폐지하라고 권고하지 않고 학교폭력 기록에 대해 졸업 전 삭제심의제도나 중간삭제제도 등의 도입을 권고했을 뿐이다. 학교폭력에 대한 경각심을 주고자 하는 교과부의 의도를 살리면서도 학생인권 문제와 교육 기관으로서의 학교 역할을 고려한 조치로 보인다. 교과부는 국가인권위의 권고를 수용하기를 간절히 바란다.

관련글 더보기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