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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수능 개편 유예에 대한 논평: 향후 대입 제도 개혁 논의는 무엇을 담아야 하는가?

성명서·보도자료

by 좋은교사 2017. 8. 31.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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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가 수능 개편안 결정을 1년 유예하기로 하였다. 애당초 1안에 무게를 싣고 추진하던 흐름을 생각해보면 결정을 유예하였다는 것은 1안을 강행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으로 해석되어 일단 다행이다. 아쉬운 점은 수능을 비롯한 대입 제도 개혁이 지연되고 자칫하면 현 체제가 그대로 고착될 우려도 높아진 점이다. 

 

2015 교육과정과의 불일치라는 문제점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수능 개편을 1년 유예하기로 한 것은 수능 개편을 포함한 대입 제도 전반의 개혁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판단을 한 것일 것이다. 대입 개혁이라는 시험에 재수를 선택한 만큼 지난 정부가 진작 했어야 할 숙제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시간을 허송한 과오를 거울삼아 이번에는 충실한 논의가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 

 

최근 수능 개편 논의의 의미

 

이번 수능절대평가 논쟁을 어떻게 보아야 하는가? 사실 수능 절대평가는 90점 이상의 학생들을 과잉 변별함으로써 발생하는 과잉 경쟁의 문제를 해소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것이다. 그 이하 수준의 학생들에게는 경쟁 완화의 효과는 없다. 그렇다고 그 의미가 적지는 않다. 입시 경쟁 교육의 문제점의 큰 부분이 우수한 학생들을 과잉 변별함으로써 발생하는 과잉 경쟁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전체적인 경쟁의 강도가 높아지는 상승효과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는 수능에 있어서의 경쟁 완화를 무의미하게 만드는 다른 요소에 의한 경쟁을 완화한다는 신호를 주지 않았다는 것이다. 수능에 의한 변별력이 약화될 경우 당장 내신의 변별력을 더 강하게 요구하게 될 것이고, 내신으로만 승부해야 하는 학생들의 부담은 심리적으로 더 클 수 있기 때문이다. 내신에서 망하면 다른 가능성을 찾기 어렵게 된 것이다. 수능이 패자 부활의 효과가 크건 크지 않건 심리적으로나 실제적으로 내신을 통하지 않고도 시도할 수 있는 가능성이 사라진다는 것은 답답하거나 불안한 요인이 된 것이다. 결국 경쟁 완화의 효과는 없으면서 수능 전형을 없앤 결과가 된 것이다. 물론 이것도 사실상은 상위권 학생들에게 해당하는 이야기겠지만 대다수 학생들에게 내신보다는 공정한 시험으로 인식되는 수능을 폐지한다는 것이 불공정하다는 인식을 준 것이다.

내신에 대한 불만은 학종에 대한 불신으로 표현되어 왔다. 그렇다고 하여 학생부 교과 전형에 대해 불만이 없는가 하면 그것도 아니다. 내신에 대한 불만은 교과 요인과 비교과 요인 모두에 걸쳐 있다. 학종이 특목고생에게 유리하다는 것도 일반고 학생 학부모들의 불만에 한 축을 형성하였다. 이와 같은 상황은 수능 절대평가를 도입함과 동시에 학종의 확대가 예상되어 학종을 개혁해야 한다는 논의로 이어지고 있다. 

 

이와 같은 논의의 흐름 가운데서 유념해야 할 부분이 있다. 문제가 되는 부분은 대부분 상위권 대학과 관련되는 학생들에 해당하는 이슈라는 점이다. 수능 절대평가로 인한 효과가 적용되는 학생은 상위권 학생이다. 수능에 의한 변별력의 상실이 문제가 되는 경우는 1등급 내의 학생들이다. 그 학생들을 변별하는 수단이 수능이냐 내신이냐를 둘러싼 문제인 것이다. 학종으로 인한 입학생 비율을 따지는 경우도 상위권 대학에 들어가는 학생들을 기준으로 하는 것이다. 학종으로 인한 사교육 효과 문제도 대부분 상위권 학생들에 해당하는 학생들의 문제다. 즉 한 마디로 현재 대입 문제를 둘러싼 논쟁은 넓게 보아도 상위 10% 학생들에 해당하는 이슈인 것이다. 

대입 제도 논쟁에서 어쩌면 90%의 학생들은 소외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상위권 학생들을 어떻게 변별하느냐의 문제가 전체 대입 제도와 고등학교 교육의 성격을 좌우하고 있다. 9등급 상대평가의 변별력 프레임이 고교 교육 전체를 지배하고 있다. 그리고 수능 절대평가를 지지하는 측의 프레임조차 상위권 학생들을 중심에 두고 설계되는 경향성이 나타나고 있다. 

 

근본적인 난점은 이것이다. 상위권 학생들을 세밀하게 변별해야 한다는 점은 그대로인데 그 요소를 무엇으로 할 것인가를 찾는 것은 폭탄 돌리기와 같다는 것이다. 수능에 의한 변별을 약화시키면 내신이나 면접에 의한 변별력이 요구된다. 학종의 불공정성을 문제 삼아 면접 요인을 축소시키면 내신 중에서 교과 성적에 의한 변별력이 더욱 강화된다. 그로 인해 내신 상대평가에 의한 변별을 존속시키면 3년간 중간 기말고사를 통한 동료 간의 상시적 체감 경쟁의 압박감이 더욱 높아진다. 이 경쟁이 높을수록 객관식 시험의 의존률은 더욱 높아지고 시험의 질은 수능보다 더 저하될 수 있다. 이럴 바에는 차라리 수능 시험을 보는 것이 낫겠다는 불만이 터져 나올 것이다. 상위권 학생의 변별 프레임에 갇히게 되면 이처럼 답이 없고, 하나의 해법이라고 내 놓은 것이 또 다른 어쩌면 더 큰 부작용을 불러오게 된다. 

 

대입 제도 설계의 방향

 

대입 제도의 설계는 전체 학생들의 교육의 질을 염두에 두고 설계되어야 한다. 어떻게 변별할 것인가의 문제에 치중하기보다는 고교교육의 정상화를 우선순위에 두고 제도를 설계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앞으로의 대입 제도 개혁에 있어 중요하게 논의되어야 할 지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수능 시험을 생각할 때 절대평가냐 상대평가냐 하는 논의에 앞서 시험의 질을 우선 고려해야 한다. 객관식 문제의 틀을 고수한 채 미래 교육을 논하는 모순을 범해서는 안 된다. 수능 시험의 질이 중요한 이유는 그에 따라 대입 제도 설계의 근본적인 방향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 질에 따라 수능의 비중을 약화시킬 것인지 강화할 것인지, 내신과 어떻게 조합할 것인지 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수능의 질과 내신의 질은 유기적으로 연결되고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우선 2015 교육과정과 조화를 이루기 위해서라도 통합사회와 통합과학은 고차원적 사고를 할 수 있도록 논술형 수능으로 평가되어야 한다. 

 

둘째, 수능은 당연히 전 과목 절대평가가 되어야 하고 이로 인해 내신에 어떤 영향이 있는지를 살펴야 한다. 내신 상대평가를 그대로 둔다면 현재 내신 경쟁의 문제점이 증폭될 수밖에 없다. 내신 절대평가로 이행하기 위한 방안을 심도 있게 논의해야 한다. 무엇보다 시급한 것은 교사별 평가다. 교사별 평가 없이 내신의 질 개선을 기대할 수 없다. 교사별 평가를 전제로 절대평가 이행의 로드맵을 가지고 과도기에 5등급 상대평가를 실시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상위권 학생을 변별하기 위해 국가와 학교가 나서서 오버할 필요가 없다. 9등급 상대평가제에 기초한 1등급 4%는 과잉 변별임을 분명히 해야 한다. 학교는 국가 교육과정에 기초하여 5등급 성취평가제를 충실하게 실행하면 충분하다. 그 이후의 변별은 대학이 알아서 고민하면 되고, 대학이 정상적인 학교교육을 훼손하지 않도록 적절한 가이드라인만 준수하도록 하면 된다. 

 

셋째, 학종의 개혁 문제를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 현재 논의되는 학종 개혁의 방향은 자칫하면 학종의 순기능을 위축시킬 수 있다. 학종 전형에 있어 일부 학부모들의 과도한 사교육이 문제이지만 사교육 문제에 치중한 학종 개혁은 자칫하면 전체 학생들에게 미치는 긍정적 효과를 약화시키는 손실이 있을 수 있음을 감안하여 접근하여야 한다. 사교육을 잡겠다고 무리하게 규제를 하기 시작하면 그 와중에 공교육이 오히려 그물에 얽매일 수 있다. 

 

항상 대입 제도를 논하면 등장하는 특목고 문제에 대해서도 발상을 달리할 필요가 있다. 특목고 문제도 전체 학교교육 정상화를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학종이 특목고에 유리하다고 하여 교과 중심 전형으로 가져가겠다는 것은 달리 말하면 내신을 상대평가 체제로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뜻이 될 수도 있다. 특목고를 잡겠다고 내신을 상대평가로 유지하는 것은 소탐대실이다. 이것도 상위권 학생 중심 프레임이다. 일반고에 있는 상위권 학생을 우대하느냐 특목고에 있는 학생을 우대하느냐의 문제다. 중학교에서 상위권의 학생들이 특목고도 가고 일반고도 진학하였는데 특목고를 만들어놓고 특목고를 갔다고 하여 특목고생에게 불이익을 주는 방식을 채택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그렇다면 특목고를 폐지하는 것이 마땅하다. 그것이 어렵다고 하여 전체 학생들에게 적용되는 평가를 상대평가로 만들거나 학종 제도 전체를 폐지한다든지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차제에 특목고 폐지를 분명하게 밝히든지, 대입 전형에서 입학 비율을 제한하든지 해서 정공법으로 접근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특목고생에 불이익을 주기 위해 상대평가가 허용되어서는 안 된다. 

 

요컨대 수능 절대평가 논쟁의 핵심은 상위권 학생에 대한 변별력 문제다. 이 문제를 풀어감에 있어 수능과 내신과 면접의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하되 변별력의 프레임에 갇혀서는 안 된다. 지금 우리 교육은 과잉 변별에 의한 과잉 경쟁의 덫에 걸려 있다. 이를 과감히 탈피하고 변별력 이전에 전체 학생들의 교육의 질을 우선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 수능과 내신의 질을 우선적으로 바로 잡고 교육적으로 의미 있는 만큼만 변별하면 나머지는 대학이 자율적으로 단, 학교교육을 훼손하지 않도록 하는 가이드라인을 준수하면서 선발하면 된다. 이렇게 될 경우 일부 상위권 대학은 지금까지의 방식을 좀 변화시켜야 하겠지만 큰 문제가 없을 것이고, 대다수 학생들과 대학은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달라지는 것은 학생들의 배움의 질이 달라질 것이다. 배움의 질을 가장 좌우하는 것은 내신의 개혁 그리고 이것과 호응하는 수능 시험의 질이다. 이것이 대입 제도의 개혁에서 가장 핵심적인 목표로 추구해야 할 것이다. 어떻게 변별할 것인가가 핵심이 아니라 학생들이 무엇을 배울 것인가가 핵심이다. 지금 수능 논쟁에서 놓치고 있는 부분이자 향후 대입 개혁에서 논의되어야 할 가장 중요한 주제다. 

 

 

 

 

2017. 8. 31

(사)좋은교사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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