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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문재인 정부 교육 개혁, 어디로 가야 하나?

성명서·보도자료

by 좋은교사 2017. 6. 5.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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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의 국가 책임 강화를 내건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였다. 13개 영역 56개 과제로 분류된 문재인 대통령의 교육 공약을 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문재인 정부의 교육개혁의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모호한 공약들

중요한 것은 공약의 개수가 아니라 질이다. 내용이 분명한 공약이 있는가 하면 모호한 공약도 있다. 그래서 공약을 성질에 따라 좀 나누어서 볼 필요가 있다. 우선 구체성이 결여되어 있어 내용을 파악하기 어려운 공약부터 분류해보자. 메니페스토가 제시하는 좋은 공약의 기준은 목표 수준, 예산, 기한이 명시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은 공약은 무엇을 의미하는지가 분명하지 않고 이행 정도를 판단할 수 없기 때문에 책임성이 약하다. 예를 들어 학급당 인원수 감축은 역대 선거에서 단골 메뉴로 등장했지만 김대중 정부 외에는 이렇다 할 성과가 없었다. 구체적 계획이 없다는 것은 실행 의지가 부족하다는 것과 같다.

그런 관점에서 내용을 파악하기 어려운 공약들을 제시해보았다. 물론 그렇다고 공약이 완전히 무의미하지는 않다. 공약에 한 줄이라도 들어갔다는 것은 해당 부처가 그 과제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선거 기간이 촉박해서 공약을 구체화하기에 어려움이 있었다는 정도로 이해해주면 될 것이다. 그렇게 볼 때 아래의 과제는 향후 교육부가 구체적 실행 계획을 수립해야 할 과제라고 볼 수 있다.

1. 유치원 간 어린이집 간 격차 완화

2. 혁신학교 전국 확대

3. 아동 휴식시간 확보

4. 문예체 교육 강화

5. 교원양성과정 혁신

6. 학급당 학생수 개선

7. 행정업무 경감

8. 교사 증원

9. 학교 비정규직 정규직화 및 처우 개선

10. 대입 공정성 확보

11. 산업체 실습 현장 관리 강화

12. 전문대 지원 확대

13. 특수교육 학교 및 교사 확대

14. 탈북 다문화 학생 프로그램 지원

15. 학교운영위원회 제도 내실화

16. 현장과의 소통 강화

위에서 열거한 공약은 분명한 목표 수준과 예산이 명시되어야 실효성을 지니는 것들이다. 이 대목에서 향후 공약의 내실화를 위해 한 가지 제안을 하자면 대선 후보는 집권 1년차 정부 예산안을 제출하도록 해야 한다. 백 마디 듣기 좋은 말보다 예산이 말을 하도록 해야 한다. 예산은 거짓말할 수 없다. 한 부분을 늘리면 한 부분을 줄여야 하기 때문이다. 어떤 부분이 늘고 어떤 부분이 줄어드는지를 정직하게 보여주어야 한다. 이것을 작성할 수 없는 후보는 수권능력이 없는 후보로 일단 제외하고 판단해도 좋을 것이다. 

  

하드웨어 공약

다음으로 교육 공약의 성질을 볼 때 하드웨어 공약과 소프트웨어 공약으로 분류해볼 수 있다. 교육 환경 개선이나 교육비 부담과 같이 복지적 공약이 하드웨어 공약으로 분류해볼 수 있다. 대체로 재정을 투입해서 학부모들의 부담을 덜어주거나 질을 개선하겠다는 공약이다.

1. 누리과정 예산 국가 책임

2. 국공립유치원 확대

3. 전학년 돌봄학교 확대

4. 노후시설 개선

5. 학교 전기료 부담 완화

이 외에도 공약집에 제시되지 않았지만 캠프의 답변 등으로 확인되는 공약은 고교무상교육, 대학등록금 지원이 대표적으로 예산 투자를 필요로 하는 공약들이다.

선거 공약의 단골 메뉴다. 후보마다 더 확대하겠다는 경쟁이 펼쳐지기도 한다. 다만 그것을 할 수 있는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가 쟁점이 된다. 그리고 누가 더 혜택을 받는가 하는 부분에서 차이가 드러나기도 한다. 복지적 공약의 경우 다다익선처럼 받아들여지지만 사실 엄밀히 따지면 어떤 부분에 투자하는 만큼 다른 부분의 예산이 축소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축소되는 부분이 어떤 부분인지를 명백히 하여 증가되는 부분과 축소되는 부분 혹은 투자가 필요한데 되지 않고 있는 부분을 비교하여 가치 판단을 첨예하게 하여야 한다. 예산 투자의 우선순위에 대한 평가를 좀 더 철저히 진행할 필요가 있다. 

  

문제적 공약

한편 문제적 공약도 있다. 대표적인 것이 소프트웨어 교육을 강화하고 전문 인력 1만명을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코딩 교육의 강화를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그런데 코딩 교육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성숙하였는지 의문이다. 소프트웨어교육을 의무화하겠다는 박근혜 정부 정책에 비판도 적지 않았다. 그럼에도 소위 4차 산업혁명이라는 트렌드를 반영한다는 명분 하에 이를 무비판적으로 계승한 것이 아닌가 싶다. 스마트 교육 사업의 경우 MB정부에서부터 예산 낭비로 교육계 4대강 사업이 될 수 있다며 많은 비판이 있었다. 차후 이에 대한 세심한 검토를 필요로 한다. 

  

중요 공약

이제 의미가 있는 공약 위주로 살펴보자. 지금까지 교육계가 요구해왔거나 교육의 질을 높일 것으로 기대되는 공약들이다. 

  

고교학점제

가장 대표적인 공약은 고교학점제이다. 학생의 선택권 확대를 통해 학생들의 관심에 부합하는 교육과정 운영을 가능하게 하는 제도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제대로 정착이 된다면 우리 교육의 질을 혁신할 수 있는 중요한 지렛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수업시간에 잠자는 학생이 없도록 하겠다는 목표에 비추어본다면 그것에 가장 큰 원인을 제공하는 수학의 과잉을 얼마나 분산시킬 수 있을지가 중요한 바로미터가 될 것이다. 그것을 우선적 목표로 하고 차츰 그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 사회나 과학의 경우는 선택과목의 확대 이전에 과목 내 다양성 확보가 더 중요한 과제일 수 있다. 그런 점에서 교사별평가를 우선해야 한다. 당면하는 가장 큰 문제는 교사 수급 문제 및 수업 부담이 될 것이다. 강사 충원으로 풀 수 있는 부분이 있고, 기존 교사들의 유연성으로 풀 수 있는 부분이 있을 것이다. 고로 교사들에 대한 설득 작업도 중요하다. 교사의 교과 전문성을 어떻게 정의하고 육성해야 할 것인가도 고민해야 한다. 한편으로 교사들의 증가하는 수업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교원업무정상화도 결합할 필요가 있다. 학생의 선택을 완전하게 실현하려면 대학 이상의 인프라가 필요할 수 있다. 고로 학점제에 대한 과도한 기대와 요구는 접고 우선 현실적인 여건 속에서 가능한 수준이라도 실현하겠다는 정책 목표를 세워야 한다. 제도적으로 가장 시급한 것은 학생의 선택을 제로베이스에서 조사하여 그것을 토대로 교육과정을 수립할 수 있도록 하는 절차를 정교하게 만들어 학교에서 시행하도록 해야 한다. 학교 차원에서 편의 위주로 선택해서 갔던 부분을 바로잡는 조치를 우선적으로 취해야 한다. 

  

수능 절대평가와 내신 절대평가

수능 절대평가 그리고 맞물린 내신 절대평가도 중요한 부분이다. 변별력에 치중한 평가 체제를 어떻게 변화시켜 교육 본질에 접근하는 평가체제를 만들 것인가 하는 것이 핵심이다. 수능체제에 대해서는 시급히 결론을 내려야 할 부분이다. 절대평가를 공언하였는데 그 범위와 수준을 둘러싼 논란이 전개될 것이다. 수능절대평가와 맞물려 내신 절대평가를 추진할 것인지가 포인트다. 만약 수능 절대평가로 인해 약화된 변별력을 내신 상대평가로 보완하겠다고 한다면 문제는 더 악화될 수 있다. 학교교육의 정상화라는 목적에 비추어 볼 때 수능 절대평가보다 내신 절대평가가 더 중요하다. 좁은 집단 내에서 동료와 상대적 비교 경쟁을 하는 것을 완화하고 모든 학생의 성취라는 교육 본래의 목적이 달성되도록 설계하여야 한다. 변별력 논란을 피해갈 수 없을 것인데 이 부분에서 패러다임의 선택을 해야 한다. 즉 상위권 대학이 요구하는 10% 이내 학생들에 대한 세밀한 변별을 맞추어주려고 할 것인가? 10% 학생들의 경우 굳이 더 세밀하게 변별하려고 하지 말고 면접이든(본고사형 면접 금지) 추첨이든 느슨하게 선발해도 된다는 패러다임으로 가야 한다. 과도기적으로 절충적 해법을 모색한다면 내신 상대평가를 완화하는 방법이 있다. 9등급 체제로 1등급을 4%로 유지하는 체제를 완화하여 5등급 체제로 바꾸고 1등급을 20% 이내로 유지하는 것이다. 공통과목은 완화된 상대평가 체제를 적용하고 선택과목은 완전한 절대평가체제를 당장 적용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될 경우 부풀리기 논란은 어느 정도 피해갈 수 있다. 여기에 친절한 성적표 체제를 적용한다면 수행평가가 활성화되고 이에 따라 과목별 세부 능력에 대한 정보가 풍성하게 확보되어 대학이 다양한 조합으로 활용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대입전형에서 내신과 수능의 상대적 비중의 문제가 어떻게 될 것인가? 큰 그림은 이렇게 잡아야 한다. 수능과 내신의 역할 분담이 필요하다. 수능은 지필평가로 평가할 수 있는 것에 집중을 하고, 내신은 일부는 수능에 대비한 것이기도 하지만 크게 보면 수능으로 평가되기 어려운 다양한 능력들, 발표력, 협업능력과 같이 수행평가를 통해 평가할 수 있는 능력을 평가하는 것으로 역할 구분이 될 필요가 있다. 그리하여 이 두가지가 적절히 조합되는 그림을 그릴 필요가 있다. 물론 수능으로만 혹은 내신으로만 선발하는 전형도 여전히 존재할 수 있다. 그리고 수능 자체의 질 개혁도 시급한 과제다. 고차원적 사고 능력을 평가함으로써 수업의 질 혁신을 견인할 수 있도록 바칼로레아식 수능형 논술을 우선적으로 통합사회와 통합과학에 바로 도입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창의융합인재 양성을 위해 도입했다고 하는 통합사회와 통합과학이 구태의연한 객관식 시험의 한계에 갇혀 취지와 달리 불필요한 학습 부담만 가중시키는 주범이 될 것이다. 

  

고교 체제

고교체제도 핵심 공약이다. 문재인 정부는 자사고, 외고의 일반고 전환을 목표로 공언하였는데 선발 제도에 대해서는 명확히 하지 않았다. 전형 시기를 동시화한다는 정도의 방침만 밝혔는데 선지원후추첨제의 적용이 없이는 효과가 제한적일 것이다. 성적순 선발 체제를 바꾸지 않으면 중학교 교육의 정상화 즉 교사별평가, 절대평가의 정착이 탄력을 받지 못할 것이다. 특성화고, 자사고, 외고 모두 선지원 후추첨제로 가야 한다. 과학고나 영재고의 경우 유지하기로 한다면 획일적 성적이 아니라 교사의 관찰 등에 기초한 특별 전형 형태로 만들거나 안철수 캠프가 제시한 위탁교육기관화 하는 것도 좋은 방안이 될 것이다. 

  

중학교 교사별 절대 평가

상대적으로 주목을 덜 받고 있지만 중학교 교육의 개혁은 매우 중요하다. 중학교의 경우 일제고사를 단계적으로 폐지하고 교사별 평가, 절대평가를 적용한다는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중학교 자유학기제 확대라는 과제와 결합되어 있지만 독자적인 중요성을 가지고 있는 제도가 교사별 평가 제도이다. 교사의 수업 기획력 향상을 위해서 참여정부 시절부터 주장되고 교육계의 공감대가 넓은 데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성적순 선발 체제 속에서 변별력 패러다임을 벗어나지 못하여 도입에 어려움을 겪었던 제도이다. 수업의 질 개선이라는 목표에 비추어볼 때 이번에는 반드시 성공시켜야 할 과제다. 이와 관련하여 교사들 사이에 절대평가의 기준 등에 대한 광범위한 공감대가 확보되어야 할 과제도 동시에 지니고 있다. 

  

기초학력보장

기초학력보장제도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기본적인 학력을 갖추지 못한 학생들을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대책이 세워져야 한다. 1수업 2교사제가 제시되었고, 별로 주목받지 못하였지만 학부모 학생 교사 3자 면담 의무화와 개인별 교육계획 수립이라는 방안도 제시되었다. 학습지원전문교사의 배치와 학습코칭팀 구성이라는 방안도 제시되었다. 이와 같은 시스템이 제대로 구축된다면 지금까지 학교교육에 쏟아지는 무책임 교육이라는 비판을 극복함으로써 매우 큰 국민적 호응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사실 입시 문제는 상위 10%의 이슈다. 그러나 일대일맞춤형 교육은 전체 학생과 관련된 이슈다. 특히 학교교육에서 소외된 학생들을 위한 것이고 공교육의 본질을 회복하는 정책으로 평가할 수 있다. 1수업 2교사제에 대해서는 좀 더 치밀한 검증을 통해 현장에 적합한 제도를 발전시켜야 할 부분이다. 전문성과 권한을 갖춘 교사를 중심으로 체계적 학습안전망 시스템이 마련되지 않으면 또 하나의 임시적인 정책으로 끝날 우려가 높다. 

  

국가교육위원회 및 교육자치와 교장공모제

국가교육위원회 구조가 어떤 형태로 만들어질 것인지에 대해서는 아직 교육계의 합의라고 할 수 있는 것이 없는 상황이다. 교육쟁점에 대한 합의를 할 수 있는 구조에 대한 합의가 가장 어려운 논의가 될 것이다. 국가교육회의라는 자문기구가 우선 만들어질 것인데 그것이 잘 작동할 것인지는 불확실하다. 사람만 많이 모아놓고 비용과 시간을 허비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고로 한 가지 제안을 하자면 쟁점별 소위원회를 구성하는 것이다. 어떤 쟁점에 대해 찬성 2, 반대 2인을 넣고 중립적인 인사로 3인을 넣어 7인으로 구성한다. 그리고 시한을 주고 합의안이나 다수안을 내도록 한다. 관건은 중립적 인사가 누구인지에 달려 있을 것인데 상호 배척하지 않는 인사로 구성하면 성립될 것이다. 원포인트 쟁점만 가지고 결론을 내도록 하는 위원회가 다수 구성되는 것이 효율적일 것이다.

한편 교육자치에 대해서는 초중등교육은 교육감에게 권한을 이양한다는 정도의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는데 구체적인 방안이 나온 것이 없다. 구체적으로 어떤 권한을 중앙정부 단위에서 행사해야 하고, 어떤 것은 교육청, 학교 단위로 넘겨야 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방대한 토론을 필요로 한다. 우선 시급하고 검증된 것부터 시행하는 것이 필요하다. 핵심 초점은 학교 자율성 강화에 두어야 한다. 그 토대 위에서 교육청이나 교육부 차원의 통일된 정책이 필요한가 하는 것을 역으로 찾아나가야 한다. 학교의 자율성을 저해하는 교육청의 권한이 무엇인지를 점검해서 그것이 교육부로부터 나온 것이라면 그것을 해소하는 식으로 접근해야 한다.

그런 차원에서 교장공모제의 확대는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학교자치를 강화하고 승진제도의 폐해를 개선하는 핵심 정책이다. 승진제도가 학교에 대한 교육청의 지배를 강화하는 것이기 때문에 공모제 비율을 제한한 시행령을 푸는 것이 우선적으로 되어야 한다. 그리고 학교에 대한 평가, 교육청에 대한 평가 체제를 잘 살펴서 학교가 학생, 학부모, 교사 중심으로 운영되지 못하도록 하는 구조적 원인을 제거해야 한다. 학교에 대해서는 학생과 학부모의 만족도 중심으로 평가해야 하고, 교육청에 대해서는 교사들의 만족도를 중심으로 평가해야 한다. 교육부는 그러한 평가가 제대로 이루어지도록 감독만 하면 된다. 평가를 한다는 것은 힘의 흐름을 규정한다는 것이다. 현재의 관료적 평가 체제가 돌아가고 있는 상황에서는 학생, 학부모, 교사에게 힘을 부여하는 평가 체제를 만드는 것이 학교자치, 교육자치의 열쇠다. 

  

대학체제

대학체제 개혁도 중요하다. 국공립대통합네트워크의 아이디어가 상당 부분 반영되어 있는데 핵심이라 할 수 있는 공동선발 공동학위제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명시는 없다. 큰 방향성만 제시된 상황인데 향후 이 부분은 광범위한 의견수렴을 통해 내용을 채워가야 할 공약으로 보아야 한다. 학력차별금지법이나 고졸적합일자리 확대 등과 맞물려 대학서열화를 얼마나 완화할 수 있을지가 주목된다 

  

마을학교

돌봄학교 확대와 맞물려 온종일마을학교 체제 구축도 눈길을 끌고 있다. 방과후학교체제의 개선과 어떻게 연결될 것인지 주목되는 부분이다. 

  

주목할만한 디테일

큰 공약은 아닐 수 있지만 작지만 의미 있는 공약도 눈에 띈다. 그 중 하나가 중고생 휴학제다. 자유학기제를 확대하는 것과 다른 트랙으로 학생의 의미 있는 방황을 허용하는 시도로 보인다. 이렇게 될 경우 질병이 아니더라도 자퇴하지 않고 일정 기간 다른 길을 가 볼 수 있고 복귀할 수도 있는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특성화고의 3년 재학 연한을 폐지한다는 것도 학생의 특성에 맞춘 유연한 체제를 보장한다는 것으로 결이 통한다고 할 수 있다.

학교밖청소년에 대한 교육비 지원도 눈에 띈다. 학교밖 학생에 대해 무상급식 및 공교육비의 일정 비율을 교육바우처로 지급하는 것이 확대된다면 대안학교도 공적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다.

방과후 나홀로 학생에 대한 조사를 의무화한다는 것도 의미가 있을 수 있다. 단순한 조사로만 그치면 하나의 행정 업무로 별 의미가 없겠지만 학생에 대한 종합적 상황을 파악하고 이를 돌봄 시스템이나 기초학력보장 시스템과 유기적으로 연결하게 되면 의미 있는 첫 걸음이 될 수 있다.

정책이력제라는 개념도 있다. 과거 정책실명제와 비슷한 개념일 수 있다. 어떤 정책의 의사결정의 과정을 투명하게 밝히는 개념이라면 정책 결정의 책임성을 높인다는 차원에서 바람직하다. 내용적으로 무력화되지 않도록 시민사회의 관심이 필요할 것이다. 

  

그 외 언급되지 않은 것들

공약이 모든 것을 말하지는 않는다. 대체로 공약은 논란을 유발하는 것들은 제외하고 득표에 도움이 되는 것들 위주로 제시하게 된다. 정작 중요한 것은 공약으로 내세우지 않고 조용히추진하는 전략도 있을 수 있다. 선거가 끝난 이후에는 개혁에 나설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정책은 정치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국민 여론이 어떻게 형성되는가에 따라 정책의 추진 여부가 좌우될 것이다.

대선 기간 동안 좋은교사운동을 비롯한 교육시민단체들이 힘차게 요구한 주제가 학원휴일휴무제와 심야교습금지였다. 문재인 캠프에서는 초등학원휴일휴무제를 수용하고 심야영업은 교육감협의회를 통해 협의한다는 입장이었으나 공약집에는 반영되지 않았다. 학원집단의 반발을 불러일으킬 것을 염려하였다고 볼 수 있다.

교원성과급에 대해서도 분명한 입장은 밝히지 않았다. 공무원성과연봉제 철폐를 공약하였기 때문에 이와 연동하여 정리될 가능성도 있다. 교원단체들이 일치하여 폐지를 요구하였고, 대부분 후보들도 동의하였기 때문에 어떤 다른 사안보다 사회적 합의 수준은 높다고 할 수 있다. 

  

정책 추진의 문제

개혁은 필연적으로 반발을 초래한다. 반발을 회피하고자 하면 어떤 의미 있는 개혁도 불가능하다. 그런데 대체로 정치적 결정은 이익집단의 이익을 건드리지 않는 쪽으로 내려지는 경우가 많다. 이 부분에서 분명한 중심을 잡고 가야 한다.

반발이 예상되는 정책은 고교서열화 해소의 과정에서 자사고, 외고 등의 반발이 있겠고, 교장공모제에 대해 기득권 집단의 반발이 있겠고, 절대평가와 관련해서는 변별력 약화에 대해 상위권 대학들의 반발이 있을 수 있다. 학원휴일휴무제와 심야영업제한 문제는 학원집단의 반발이 존재한다. 이와 같은 여러 사안에 대해 가치 지향적으로 돌파할 철학과 역량이 있을 것인가?

정치의 수준을 이렇게 구분하고 싶다. 높은 수준: 여론을 선도하는 정치, 중간 수준: 여론을 반영하는 정치, 낮은 수준: 여론을 외면하는 정치다. 옳은 방향으로 여론을 형성하는 힘을 가지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지만 그럴 역량이 없다면 최소한 여론을 반영하는 정치가 되어야 한다. 바람직한데도 불구하고 국민 여론을 반영하지 못하는 이유는 이익집단의 반발을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그것은 정치의 타락이다. 이익집단의 반발인지 정말로 이유 있는 반발인지에 대해서 세밀하게 살펴야 하고 집단이기주의에 대해서는 단호히 대응해야 한다. 물론 강압적인 방식이 아니라 충분한 토론과 협상을 통해 최대한의 공감대를 만들어내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런 차원에서 대통령의 의지, 교육부장관의 의지와 더불어 교육시민단체의 역할이 중요하다. 현안과 쟁점에 대해 심도 있는 분석을 하고 공론의 장을 만들어 여론을 형성해야 한다. 피상적인 여론에 휘둘리거나 이익집단에 의해 좌초되지 않도록 교육시민단체가 선도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교육시민단체 간에도 활발한 토론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해야 할 것이다. 앞서 언급한 교육쟁점해결을 위한 소위원회 역할을 민간에서부터 작동시킬 필요가 있다. 

  

결론

문재인 교육 공약은 다른 후보들에 비해 상당히 방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그만큼 유력 당선 후보에 대한 각계각층의 요구들이 집중되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짧은 선거기간 동안 공약의 완성도를 높이는 부분은 부족했다고 볼 수 있다. 좋게 해석하면 여백을 남겨두고 집권 후 여론 수렴을 통해 만들어가야 하는 방향을 제시한 것이라고 볼 수 있지만 한편으로는 고민이 깊지 않거나 합의가 어려운 점이 많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제 문재인 정부는 출범하였고, 당장 책임 있는 정책을 내놓아야 할 입장이다. 공약에서 보이는 방향성은 대체로 지금까지 교육시민단체들이 많이 요구했던 방향과 일치하는 지점이 많다. 하지만 악마는 각론에 숨어 있다고 했다. 정책이 치밀하게 추진되지 않는다면 논란만 확대되고 결국 교육개혁에 대한 국민적 피로도만 증가시킬 우려도 적지 않다. 공약의 우선순위에 대한 판단을 정확하게 하고 국민적 여론을 수렴함과 동시에 여론을 선도하는 역할도 필요하고, 무엇보다 가치를 중심으로 흔들리지 않는 정책 추진이 필요하다.


 

2017년 6월 5일 

(사)좋은교사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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